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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일)

"일본이 상 탔다고 발칵 뒤집힌 뒤…" 노벨상 수상 이면의 이야기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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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골라듣는 뉴스룸] 곽효환 전 한국문학번역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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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되고 시일이 꽤 흘렀지만, 아직 기쁨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곽효환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기쁘지만,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진 것이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한국 문학 번역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한국 문학에 대한 해외 시장의 반응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요? 쉽게 읽히지 않는 한강의 소설에 해외 독자들이 매료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곽 전 원장과 함께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의미, 한국문학 번역의 역사를 짚어보고, 남은 과제도 알아봅니다. 그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제비 한 마리'에 비유하며, '한국문학의 봄'을 불러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영아 아나운서 : 이번에 노벨 수상자로 한강 작가님이 선정이 됐는데 예상을 하셨을까요? 혹시나.

곽효환 전 한국문학번역원장 : 신문 보니까 제가 예언을 했다고 돼 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고요. 한국 문학이 노벨문학상의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얘기는 제가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받을 거로는 예상을 못 했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들을 쭉 지켜봤는데 제가 번역 원장 취임했을 때가 2021년인데요. 그때 돌아가서 한국 문학이 해외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 이거를 쭉 살펴봤더니 굉장히 전망이 밝았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한국 문학 작품이 해외에서 어떤 상업적 예술 텍스트로 통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1년에 해외에서 번역 출판되는 종수가 200종이 넘었습니다. 번역 지원을 해 주는 기관이 정부 쪽에서는 한국문학번역원, 민간 쪽에서는 교보생명에서 만든 대산문화재단 두 기관이 하는데, 1년에 200종 이상이 넘었는데 그 200종이 공급자의 마음을 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 수요자, 그러니까 출판사와 독자가 원하는 책.

시장이 어떻게 바뀌었냐면 초창기에는 한국 문학 작품을 해외에 소개하려면 공급자인 우리 쪽에서 소개하고 싶은 작품 목록을 딱 정하죠. 그래서 번역가를 모집합니다. 번역가들이 이거 하겠다 그러면 번역하고, 번역이 끝나면 그 원고를 들고 보따리 장사처럼 찾아다니는 겁니다. 이거 해볼래? 그런데 잘 안 됐어요.

그런데 2020년도에 들어와서 조금씩 바뀌더니 외국 출판사한테 선택권을 넘겨줬어요. 너희들이 하고 싶은 걸 해 봐라. 2013년부터 그 제도를 도입했는데 처음에는 아주 미미했죠. 그러다가 2020년도에 들어오니까 100건이 넘고, 제가 원장 취임하는 동안에 150건, 180건까지 올라가는데, 외국 출판사가 먼저 한국 작가 또는 한국 출판사한테 원하는 작품에 저작권 계약을 먼저 합니다. 그리고 선인세를 주고 그 계약서를 가지고 번역원에 지원 신청을 하는 게 대부분이었어요. 그러니까 시장 환경이 급속하게 바뀌고 있구나.

그리고 해외의 유명한 언론들이 있지 않습니까? 뉴욕타임스라든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이런 각 국가의 유명한 신문들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 리뷰가 나오는 숫자가 굉장히 늘어납니다. 그리고 2016년 한강 작가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을 받은 이후부터 매년 한국 작가들이 해외에 여러 문학상에 후보로 올라가고요. 적어도 한 해에 두세 개, 많을 때는 일고여덟 개씩 문학상을 받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환경들이 정말 놀랍다.

제가 이 일을 처음 시작한 게 1992년이었거든요. 그때 노벨문학상은 그냥 목표였죠. 그런데 제가 번역 원장을 하면서 여러 통계들을 보면서 상당히 한국 문학의 여건이 좋아졌다. 그리고 다니면서 만나고 이런 것들을 보면서 완전히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계의 유력한 인사들 또는 유력한 출판사들한테 인식되고 있구나. 그래서 제가 작년 올해 사이에 많이 했던 게 '노벨문학상은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다만 이제 시기에 관한 문제다.'

그래서 제가 언급한 여러 명의 작가가 있었죠. 근데 한강 작가가 받을 거라는 건 사실 예측을 못 했어요.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은 갖추고 있죠. 그러나 한강 작가의 문제라기보다는 노벨문학상은 작품상이 아니고 공로상적 성격이 강합니다. 그래서 그 작가의 작품 세계 전체 또는 그 작가가 작품을 발표하는 생애 동안에 어떤 모습을 보여줬는가 이런 것들을 많이 보거든요. 그런데 한강 작가를 보면 다 갖췄는데 나이가 젊어요. 그래서 조금 기다려야 되겠다. 아니면 지금보다 좀 연배 있는 작가들이 있으니까. 근데 그 정도 얘기는 했죠, 가시권에 있다 그랬는데, 말이라는 게 하나 건너가면서.

김수현 기자 : 예언을 했다. 족집게였다.

곽효환 전 한국문학번역원장 : 네, 그거는 좀 아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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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아 아나운서 : 어쨌든 수치상으로 혹은 체감적으로 어느 정도 우리 문학이 조금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셨다. 이렇게 말씀을 해 주셨는데 그러면 한강 작가가 수상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수현 기자 : 부커 상이 컸을까요?

곽효환 전 한국문학번역원장 : 부커 상이 컸죠. 왜냐하면 제가 한강 작가의 작품 번역 출판 내역들을 쭉 살펴봤어요. 그런데 한강 작가가 해외 무대에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습니다. 2010년에 베트남어로 한강 작가 작품 '채식주의자'가 번역되거든요. 그런데 베트남어는 그렇게 파장이 크지 않거든요. 그런데 2015년에 '채식주의자'가 영어로 번역 출판이 됩니다.

그것도 상당히 재미있는 얘기가 있는데 제가 대산문화재단에 상무로 있을 때 저희 사무국장이 영국에 출장을 갔는데 한 출판사 대표가 자기를 만나더니 한강의 '채식주의자'라는 작품을 아주 주의 깊게 보고 있는데 작품 좋다, 근데 상업성에 자신이 없다. 그래서 지원을 받고 싶다고 얘기를 했대요. 그래서 제가 왜 안 되냐 바로 해줘라, 그래서 대산문화재단의 번역 출판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을 해줬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로 바로 이듬해 한강 작가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을 받았죠.

영어권에 처음 소개된 게 2015년인데 처음 소개된 그 작품으로 바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을 받은 겁니다. 이 작품 자체가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사실 쉬운 작품은 아닙니다. 그러나 서구의 전문 독자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놀라운 작품이거든요. 채식을 선언한 여성, 이 여성은 스스로 자기가 나무가 되어가고 있다고 믿고 있죠. 그 과정을 통해서 자기가 채식을 선언하는데 아버지나 남편으로부터 폭력도 당하고 가부장적 질서라든지 한국 사회의 완강한 유교적 질서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한 개인으로서의 희생자, 한 개인으로서의 수난과 고통을 보여주고 있는데 아주 탁월한 거예요.

그런데 채식이라는 것 자체가 그때만 해도 한국 독자들한테도 좀 낯설거든요. 그러나 유럽 독자들한테는 낯익은 소재고 그게 한국의 여성, 한국의 유교적 질서와 맞물리면서 아주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게 가장 컸고, 한강 작가의 다음 다음 작품들을 주목해서 봤을 텐데 제가 어느 글에도 썼습니다마는 그다음에 발표한 ‘소년이 온다’ 그리고 ‘작별하지 않는다’.

앞의 작품은 개인으로서의 희생을 얘기하고 있다면 뒤의 두 작품은 5.18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4.3과 연관돼서 거대한 권력이 빚어낸 참극 속에서 한 개인이 겪게 되는 고통, 비극을 그려내고 있는데 이 작품들이 채식주의자 못지않게 저 개인적으로는 '소년이 온다' 같은 작품은 아주 탁월한 작품이라고 믿거든요. 그게 아마 서구 독자들 또는 세계 문학의 중심축에 있는 사람들한테 굉장히 강렬하게 인식을 준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한 번에 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작품들의 단계들이 굉장히 효과적으로 묶였던 것 같고요.

여기에서도 좀 비화를 얘기하자면 한국 성장을 압축성장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사실 노벨문학상도 압축성장 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한강 작가의 작품이 수적으로 총 28개 언어의 82건이 번역 출판됐다고 돼 있거든요. 쉽게 일본과 비교해보면, 일본의 가장 최근 노벨상이 94년에 오에 겐자부로 선생이 받았는데, 노벨상 받기 직전까지 17개 나라에서 79종이 번역 출판됐어요. 비슷하죠. 사실 한강 작가는 82종 중에는 4권은 여러 작가들하고 같이 있는 앤솔로지거든요. 그러니까 비슷하단 말이에요. 그런데 차이는 오에 겐자부로 선생은 수십 년 동안 쭉 낸 거고요. 한강 작가의 작품은 2010년부터 14년 정도, '채식주의자' 영어 번역이 주목받은 이후, 대부분이 그 이후에 번역되거든요. 그러니까 짧은 기간 동안에 선택과 집중의 승리라고도 저희는 얘기를 합니다.

실제로 그런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한국 문학 작품은 정책적 번역 지원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한국 문학 번역 해외 소개 역사를 쭉 통틀어보면 사실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8세기 말에 미국에서 영어로 한국 민담집이 나옵니다. 그리고 1892년인가 1893년에 프랑스에 망명 간 김옥균을 암살한 홍종우가 거기서 춘향전, 심청전을 해요. 그거는 사실 번역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일종의 번안에 가깝습니다. 홍종우가 번역하려고 춘향전 들고 갔을 리가 없고 자기가 이야기하고 프랑스 작가가 같이 듣고 하니까 실제 원문을 보면 내용이 많이 틀려요. 어쨌든 처음에는 그렇게 고전들이 번역이 되는데 주로 선교사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한국에 호기심을 가지고 번역을 많이 합니다. 우리가 번역 출판을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는 생각은 못 해 봤죠.

그런데 1968년에 한국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건이 하나 생깁니다. 그게 뭐냐 하면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받은 거죠. 그런데 인도의 타고르는 아시아지만 멀게 느껴지고 남의 집 같잖아요. 근데 일본이 받으면 곤란하죠. 더구나 일본인데. 그래서 발칵 뒤집힙니다. 그래서 우리도 노벨 문학상 받아보자, 이래서 1974년에 지금 예술위원회의 전신인 문예진흥원에서 번역 출판 지원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6년 있다가 황순원의 '별'이라는 단편집이 영국도 아니고 미국도 아니고 홍콩에서 나옵니다. 그렇게 시작한 거죠. 그런 과정들은 투자하는 기간이었고.

한국 문학이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은 건 1990년대 들어와서부터 시작입니다. 그것도 프랑스 중심이었고, 가장 영향력이 크고 독자가 많은 영어권에서 주목받은 건 2010년대부터입니다. 그리고 한국문학번역원, 대산문화재단 두 기관이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재원이 한계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선택과 집중을 많이 하죠. 어느 작가가 주목받는다고 하면 당연히 외국에 있는 출판사나 번역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하고 한국문학번역원이나 대산문화재단도 같이 화합하는 방식들을 택하기 때문에, 저는 생전에는 못 볼 줄 알았는데 기쁘고 놀라운 상황을 만났습니다.

정말 행복한 것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기쁘지만 지금의 한국 문학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행복해요. 어느 평론가가 얘기를 했어요.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하지만 그렇다고 한강이 한국 문학의 유일무이한 최고의 작가는 아니지 않냐.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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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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