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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일)

구강암 30세 그녀 폰 보자…'짜장면 먹방' 의문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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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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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진 때 있었던 일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좀 어떠셨나요?” 내가 물어도 환자분은 나를 못 본 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도대체 뭘 그리 열심히 보고 있나 궁금해 그녀의 머리맡으로 가서 스마트폰을 보니 세상에, 짜장면 먹방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화면 속 유튜버가 어찌나 맛있게 짜장면을 먹던지 나조차도 먹고 싶어질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먹방’을 좋아하지 않았다. 엄청난 양의 음식을 소리 내며 먹어대는 모습이 불편하고 거북했다. 저렇게 많이 먹으면 분명히 건강에 안 좋을 텐데 먹는 본인에게나 시청자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도대체 사람들이 왜 이런 방송을 보나, 남이 먹는 걸 무슨 재미로 열심히 보나 싶었다.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런데 병실에서 먹방을 보던 그녀로 인해 먹방에 대한 나의 인식이 바뀌게 되었다.

30세 구강암 환자였던 그녀는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다. 구강암으로 암을 제거하느라 턱관절이 일부 없어졌고 혀도 도려내야만 했다. 음식물을 삼킬 때 사레가 들려 폐렴으로 고생한 이후 지금은 입으로는 아예 뭘 삼킬 수 없었고 콧줄로 식사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렇게 음식을 입으로 먹지 못한 지 반년이 넘었다. 그런 그녀가 넋을 놓고 짜장면 먹방을 보는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저며 왔다. 인기척을 하자 나를 알아챈 그녀가 민망해하며 얼른 휴대폰을 껐다. 그날 나는 사람들이 먹방을 보는 다른 이유 하나를 찾아냈다. 먹을 수 없는, 먹기 힘든 사람에게 먹방이 확실히 대리만족이 되어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실제로 외래 진료를 할 때 “선생님, OOO 먹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

(계속)

환자들이 암에 걸렸을 때 먹고 싶은 음식은 뭘까요. 의외의 답변을 내놓는다고 합니다. 환자들의 ‘소울푸드’와 이야기를 더 만나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통해 구독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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