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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북한, ‘러시아 파병’ 입장 이틀째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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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사실상 시인하는 입장 발표

이틀째 주민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있어

내부 동요 의식한 듯…“군인 가족 격리 정황”

외무성, 한·미 연합훈련에 “도발” 비판

경향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19일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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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5일 러시아 파병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듯한 입장을 발표했지만 이를 주민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7일 현재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외무성이 대외매체를 통해 발표한 입장을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중앙TV와 라디오 매체인 조선중앙방송도 관련 언급이 없었다.

앞서 김정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은 지난 25일 오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최근 여론화되고 있는 대러시아 파병설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했다. 김 부상은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외무성은 국방성이 하는 일에 대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으며 또한 이에 대해 따로 확인해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면서도 “만약 그런 일(파병)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부상은 “그것(파병)을 불법적인 것으로 묘사하고 싶어 하는 세력들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본다”고도 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견을 명시적으로 부인하지는 않은 것이다. 또 북·러 간 파병은 지난 6월 양측이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라 적법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조약의 제4조는 한쪽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놓이면 다른 쪽이 지체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한다. 이 때문에 북한이 파병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북한의 이 발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장을 밝힌 이후 나온 만큼 북·러가 사전에 입장 발표를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개최한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결산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북한과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러시아 파병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는 것은 내부 동요를 의식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파병 사실을 숨기기 위해 군인들의 가족을 집단 이주시켜 격리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국 국가정보원이 지난 23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밝힌 바 있다.

한편 북한 외무성 대외정책실장은 지난 2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인 ‘프리덤 플래그’를 “매우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발 행위”라며 비난했다. 프리덤 플래그는 지난 21일부터 약 2주 동안 진행된다. 훈련에는 한·미의 스텔스 전투기 F-35A와 F-35B 등 총 100여대의 공중전력이 참여한다.

대외정책실장은 다른 한·미 및 미·일의 연합훈련과 미 핵추진 항공모함의 움직임 등을 언급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이어 “만일 조선반도(한반도)에서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 상황이 초래되는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지역 정세 격화의 주범이며 장본인인 미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그간 발신해온 대미 메시지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동시에 향후 군사행동의 명분을 축적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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