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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아파트 관리직원에 “개처럼 짖어라”… 갑질 주민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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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울 시내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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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 노동자에게 폭언과 갑질을 일삼아 온 입주민이 피해자들에게 총 4500만원 규모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7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13단독(이아영 판사)는 지난 8월 28일 입주민 A씨가 관리사무소장 B씨와 관리사무소 직원 C씨에게 각 2000만원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그간 피해자들을 해고하라고 반복적으로 요구하고 소를 제기한 입주자대표회장 D씨에게도 A씨가 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피고의 범죄 행위로 인해 강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했다.

또 A씨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고소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선 “통상적인 재판청구권 행사 범위를 넘어 원고들을 괴롭히는 데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A씨는 2021년 피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작년 4월과 9월, 지난 1월 모두 기각됐다.

A씨는 2019년부터 경비, 미화, 관리사무소 근무 노동자를 상대로 폭언과 욕설, 부당 지시를 일삼아 10여명의 노동자를 그만두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비원들에게 흡연구역을 10분마다 순찰하라고 지시하거나, 상가 에어컨 청소와 개인 택배 배달 등을 지시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그만두게 하겠다며 업무태만 민원을 제기했다.

특히 B씨에게는 수위 높은 폭언을 반복했다. “죽은 부모를 묘에서 꺼내와라” “개처럼 짖어봐라” 등이다. 참다못한 B씨가 경찰에 피해 사실을 진술하자, A씨는 B씨를 찾아가 얼굴에 침을 뱉고 욕설하며 또다시 소란을 피웠다. 함께 피해 진술에 나선 관리사무소 직원 C씨에게는 “내일 나오면 죽여버린다”며 협박했다.

이에 서울서부지법은 폭행,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 협박)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이 판결은 작년 10월 서울고등법원에서 확정됐다.

A씨의 모욕,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 서울서부지법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2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줄었고, 이는 지난 6월 확정됐다. 이후 지난 8월 민사 재판에서도 1인당 최대 2000만원, 총 4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직장갑질 119는 “지금까지는 괴롭힘 행위로 인해 피해 노동자가 사망한 것이 아닌 이상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해 1000만원 이내에서 위자료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모두 생존해 있으며, 행위자가 입주민 한 명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에게 도합 4500만원에 달하는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원인 갑질은 형사처벌 대상일 뿐 아니라 심각한 위법행위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며 “현행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규정은 아파트 입주민 등 특수관계인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경비, 미화, 관리사무소 등 공동주택 근무 노동자들은 불리한 처우를 당하기 일쑤다. 입주민 갑질 근절을 위해서는 기존 법과 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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