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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일)

1위와 3위는 왜 손을 잡았을까…정의선, 도요타 회장과 첫 공개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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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7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 현장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이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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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판매 대수 1위, 3위이자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완성차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과 도요타그룹의 수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두 그룹 ‘동맹’의 신호탄이자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거센 추격과 테슬라를 필두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 등의 미래 먹거리를 향한 자동차 업체들의 발 빠른 변신에 맞서 가속화하고 있는 업계의 합종연횡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과 도요타그룹은 27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Hyundai N x TOYOTA GAZOO Racing) 페스티벌’을 열었다.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현대 N과 도요타 가주 레이싱(GR)이 참가해 양 브랜드의 경주차와 고성능 모델들을 선보이며 고성능 차량 분야의 협력 의지를 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모리조’(MORIZO)라는 이름의 드라이버로 활동 중인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이 운전하는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경주용 차인 ‘야리스 WRC(Yaris WRC)’에 동승했다. 아키오 회장은 퍼포먼스 그라운드에서 강력한 배기음과 함께 차량을 회전시키는 일명 ‘도넛(Donut)’ 묘기를 선보여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정 회장은 무대에 올라 “아키오 회장은 자동차 업계에서 존경하는 분이며 오늘 함께 해 영광”이라며 “도요타와 함께 모터스포츠 분야에서도 계속 도전해 더 많은 분들이 자동차 운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키오 회장은 “도요타와 현대차가 함께 손잡고 더 나은 사회, 그리고 모빌리티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양사는 ‘모터 스포츠 문화 활성화’를 이번 행사의 개최 이유로 내세웠지만 업계에선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우선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의 공개 회동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수소 생태계 구축에 보조를 맞춰온 양사의 협력 관계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11조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고, 도요타도 하이브리드카에 이어 수소차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다.

양사의 전략적 제휴가 앞으로 전방위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글로벌 2위와 3위가 1위를 따라잡기 위해 뭉친다면 몰라도 1위와 3위가 손을 잡는 건 업계에서 흔한 일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판매 대수에서 도요타는 516만대로 1위, 현대차그룹은 362만대로 3위를 차지했다. 그런데도 현대차그룹과 도요타그룹이 ‘밀월’ 관계를 강화하려는 것은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2022년 글로벌 완성차 3위에 오른 현대차는 내친김에 2위(올해 상반기 기준 435만대)인 독일 폭스바겐그룹 추월이 목표다. 폭스바겐은 중국 매출 부진, 안방인 유럽 수요 정체, 더딘 전동화 전략 등으로 본사 공장 폐쇄를 검토 중일 정도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기아는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110조원, 13조원으로 높여 잡으며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예고한 상태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률이 10.9%로 테슬라(10.8%)를 제치는 등 기아의 선전으로 현대차·기아의 올해 합산 매출은 3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폭스바겐을 제치고 글로벌 2위 완성차 업체로 부상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 국민기업 도요타그룹과의 전면 제휴를 통해 2년 전 다시 진출했지만 올해 상반기 신차 341대(점유율 0.3%)를 파는 데 그치는 등 부진을 거듭 중인 일본 시장의 실적 만회도 노려봄 직하다.

도요타그룹 입장에서는 자율주행, 수소 인프라 구축, AI, 로봇 등 미래 먹거리 시장 투자를 위해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하나같이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을 요구하지만 당장 이익 실현은 기대하기 어려운 굵직한 분야여서다. BYD, 웨이모, 테슬라 등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고려하면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처지다. 신규 공장 설립을 줄이고 공동 연구를 통해 생산·개발 비용을 낮추는 등 위험을 분산하려면 공통의 사업 구조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이 가장 이상적인 협력 파트너인 셈이다.

양사 모두 모빌리티의 거의 모든 분야에 다리를 걸치고 있으면서 미래 혁신으로의 전환이라는 과제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공통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양사는 가깝게는 하이브리드차량에 특화된 도요타의 강점, 상대적으로 전동화 속도가 빠른 현대차의 장점을 살려 내수 시장을 넘어 세계 각 지역으로 뻗어 나가는 중국 차의 판매 공세에 공동 대응을 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수소 인프라 구축을 통한 수소사회 실현, 자율주행, AI, 로봇 등으로 협력 분야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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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27일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 행사에서 현대차의 i20 N Rally 1 하이브리드가 드리프트 주행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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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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