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장애인인 김승환 카이스트 연구원이 27일 열린 제3회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모든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환호하고 있다. 카이스트팀은 엔젤로보틱스의 선행연구소(플래닛대전)에 설치된 경기시설에서 온라인 생중계로 대회에 참가했다. 카이스트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카이스트 연구진이 개발한 ‘입는 로봇’(웨어러블 로봇)이 장애 극복을 위한 로봇 기술 경연대회인 ‘사이배슬론 2024’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일명 ‘사이보그 올림픽’으로 4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서 2020년에 이은 두번째 우승이다.
카이스트 공경철 교수(기계공학)가 이끄는 카이스트 엑소랩과 무브랩, 엔젤로보틱스(의장 공경철) 공동연구진은 하반신 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F1’을 개발해 지난 27일 제3회 사이배슬론 웨어러블 로봇 부문에 출전했다.
웨어러블 로봇 경연은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이 직접 로봇을 착용하고 걸으면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치른다. 이번엔 지팡이 없이 걷기, 양손을 사용해 칼질 하기 등의 과제가 주어졌다.
이번 대회엔 애초 16개팀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기술 개발 과정에서 절반 이상이 포기하고 실제 본선에는 한국을 비롯해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등 6개 팀만 참가했다.
카이스트 연구진은 우선 과제 수행을 위해 모터가 장착된 관절을 6개에서 12개로 늘리고, 모터의 출력도 지난 대회보다 2배 이상 높였다. 또 발에는 1초에 1000번 측정할 수 있는 정밀 지면반력 센서를 장착해 몸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진은 “장애물 감지를 위해 카메라를 장착하고 인공지능 신경망 구현을 위한 인공지능 보드도 탑재했다”고 밝혔다.
앱을 이용해 로봇이 제발로 환자 앞까지 걸어오게 할 수 있다. 카이스트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제한 시간 10분…6분41초만에 모두 성공
연구진은 특히 과제에 없는 기능도 추가했다. 로봇이 제발로 걸어와 휠체어에 앉아 있는 환자와 결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환자가 스스로 로봇을 착용할 수 있다. 카이스트팀의 주장을 맡은 박정수 연구원은 "전용 앱을 통해 로봇이 환자 앞으로 걸어올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로봇 디자인은 카이스트의 박현준 교수가 맡았고, 이에 필요한 모든 부품은 국산화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워크온슈트F1’은 좁은 의자 사이에서 옆으로 걷기, 상자 옮기기, 지팡이 없이 자유 보행하기, 문 통과하기, 주방에서 음식 다루기 등의 과제를 6분41초만에 모두 성공했다. 연구진은 6개 과제를 모두 수행한 팀은 카이스트가 유일했다고 전했다.
2위, 3위를 차지한 스위스와 타이 팀은 주어진 10분을 모두 사용하면서도 2개 과제를 수행하는데 그쳤다고 한다.
박정수 연구원은 “애초 우리 자신과의 경쟁이라 생각하고 기술적 초격차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는데, 좋은 결과까지 따라와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아직 공개하지 않은 다양한 기능을 계속해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반신마비 장애인 선수인 김승환 연구원은 “세계 최고인 대한민국의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내 몸으로 알릴 수 있어서 너무나 감격스럽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엔 웨어러블 로봇을 포함해 로봇 의수, 로봇 의족, 로봇 휠체어 등 8가지 종목에서 26개국 71개 팀이 참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