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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누구도 못잡은 '압도적 우위'…이제 남은건 '장내매수·우군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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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머니투데이

공개개매수 종료 후 고려아연 지분 구조/그래픽=김지영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MBK·영풍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이제 주주총회 표싸움 국면으로 전환한다. 공개매수에서 어느쪽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 탓에 양측은 주주총회 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유통물량을 두고 장내매수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다수 지분을 보유한 '우군'의 이탈을 막는 한편 '캐스팅보터' 격인 국민연금을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재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양측 공개매수 종료에 따라 최 회장측과 MBK·영풍은 각각 35.4%, 38.47%의 고려아연 의결권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측 모두 공개매수를 통해 전략적으로 얻고자 했던 바를 얻지 못한 셈이다. 7% 이상의 지분을 취득해 의결권 지분율 과반을 넘기려 했던 MBK·영풍의 계획은 무산됐다. 최 회장측은 높은 공개매수 가격으로 MBK·영풍의 공개매수 청약률을 최소화해 지분율 격차를 벌리려했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어느쪽도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한 구도가 양측 공개매수가 남긴 결과물이다.

양측의 다음 핵심 전장은 연내 열릴 수 있는 임시 주주총회부터 멀게는 내년 3월 예정된 정기주총까지 주총장이다. 다시 원점에서 주주총회 표대결을 통해 이사회를 차지하려는 힘싸움이 시작된다. MBK·영풍은 이날 최 회장측 공개매수 결과 공개 직후 "임시 주총 소집을 통해 고려아연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본격화 하고자 한다"며 임시주총 소집에 나서겠단 뜻을 분명히 했다.

MBK·영풍이 임시주총을 통해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려면 12명의 신규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올리고 표대결에서 이겨야한다. 하지만 주총 소집 권한은 이사회에 있으며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총 13명 중 장형진 영풍 고문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최 회장측 인사다. 따라서 MBK·영풍의 임시주총 소집 청구를 이사회가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MBK·영풍은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해당 절차에는 1~2개월이 걸린다. 임시주총은 이르면 연말 열릴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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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계획 등 경영권 방어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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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앞으로 1~2개월간 임시주총까지 의결권 지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양측 샅바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양측 핵심 승부처 중 하나는 장내매수다. 의결권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기에 조금이라도 많은 지분을 사둬야 한다. 2차 '쩐의 전쟁'이 예고된 셈이다.

하지만 장내매수 경쟁의 대상인 잔여 유통물량은 양측 공개매수 종료에 따라 이제 전체 발행주식수의 6~7%에 불과하다. 유통물량이 적은데다 양측 장내매수가 격화될 거란 전망이 반영돼 고려아연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이날 오후 12시 39분 기준으로 전거래일보다 6.07% 오른 132만9000원이다.

주가가 장내매수의 변수가 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주가가 오른 만큼 장내매수에 투입해야 할 자금 규모도 불어나기 때문에 양측 모두 쉽사리 장내 매수에 나서기가 어려워진다. 최 회장측과 MBK·영풍의 공개매수 가격이 각각 89만원, 83만원에서 종료됐단 점을 감안하면 130만원 이상으로 훌쩍 뛴 가격에 장내매수에 나설 여력은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장내매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우군 포섭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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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국민연금공단·한국사회보장정보원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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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국민연금의 의중은 양측 모두에게 핵심 변수다. 7%대 고려아연 지분을 들고있는 것으로 추정된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주는 쪽이 지금처럼 박빙의 지분율 구도에선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된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고려아연 주총 발의 안건 거의 대부분에 찬성했다. 지금까진 현 경영진인 최 회장측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다만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 보유 목적이 '단순 투자'이기 때문에 중립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공개매수 결과 공개 후 고려아연측은 "국민연금과 사업적 동반자 그리고 주주 및 협력사들의 신뢰와 응원에 보답할 수 있게 신속하게 경영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이 신탁계약을 통해 매입한 자사주 2.4%의 활용 여부와 시점도 관건이다. 기존 자사주를 우군에게 넘기면 의결권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최 회장측으로선 '조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여론이 집중된 초유의 경영권 분쟁인 만큼 이에 응해줄 우군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재계에선 자사주를 우리사주로 돌리거나 임직원 상여금으로 교부하는 방법으로 의결권을 살릴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조사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양측은 부정거래와 시세조정 혐의로 서로를 조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양측 모두 공개매수가 주요 전장일 때완 달리 장내매수와 우군 확보 등 다각도에서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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