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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화)

환율 뛰는데… 또 외평기금 활용…'기금 돌려막기'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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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범석 1차관. 2024.10.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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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최대 16조원을 기금에 손을 벌린다. 나랏빚을 늘리는 대신 '여유자금' 기금을 활용하겠단 입장이지만 사실상 '기금 돌려막기'란 비판이 나온다.

고환율 속에서 '외환 방파제' 격인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서 2년간 약 26조원을 끌어 쓰는데다 최근 청약통장 가입자 이탈 등으로 재원 여력이 줄어든 주택도시기금에서도 수조원을 빌리는 등 미봉책이란 지적이다.


"2년간 26조" 외평기금 '세수 충당'

기획재정부는 28일 올해 세수 결손 예상치(29조6000억원)를 충당하기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4조원 내외 △외평기금 최대 4조~6조원 △주택도시기금 2조~3조원 △ 국유재산관리기금 등 기타 3조원 내외 등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세수 오차를 메우기 위해 국고채 발행이나 올해 예산 집행을 줄이는 방법이 아닌 기금의 가용재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택했다. 나랏빚을 추가로 냈다간 재정건전성이 악화하고 지출을 조였다간 경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외평기금의 제 역할과 무관하게 세수 대응책에 동원되고 있단 점이다. 외평기금은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 환율이 급등하면 보유 달러를 팔아 원화를 사들이고 환율이 급락하면 보유한 원화로 달러를 매수한다.

정부는 지난해 56조4000억원 세수 결손이 발생하자 외평기금 19조9000억원을 공자기금을 거쳐 일반회계로 끌어 썼다. 공자기금에서 빌렸던 외평기금을 조기 상환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방법이 다르다. 외평기금이 공자기금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는 방법을 쓴다. 통상적으로 공자기금은 국고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원화를 외평기금에 제공하고 추후 원금·이자를 받는데, 세수 대응책에 담긴 재원(4~6조원)만큼 외평기금에 넘기지 않는단 것이다.

또 당초 정부의 세수 재추계에 따라 올해 예산 대비 감액해야 할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 규모는 약 9조7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서 지방 재정 여건을 고려해 6조5000억원만 집행을 보류한다. 차액인 3조2000억원은 외평기금으로 충당해 지급하는 것이다.

김희재 외화자금과장은 "지방자치단체 재정 여건을 감안해 교부세 교부를 위해 외환시장 대응 지장 없는 범위 내에서 불가피하게 활용했다"면서 "공자기금에서 받을 것을 조금 덜 받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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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방안/그래픽=윤선정




고환율 대응 부실 지적…기재부 "원화 외평기금과 무관"

관심은 고환율 속에서 외평기금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다. 원/달러 환율은 한 달 새 약 80원 뛰면서 140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기대, 관련 업계에 투자)'에 따른 '강달러' 현상과 수출 동력 약화 등 국내 경기 우려가 맞물려 원화 가치가 내려간 탓이다.

김 과장은 "최근 환율 상승에 필요한 대응은 원화가 아니라 외화"라면서 "외환시장 안정화 능력 관련 외화보유액이 4000억달러 정도로 세계 9위 수준 규모"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세수 결손 대응에 활용되는 부분은 원화 외평기금인 만큼 고환율에 대응하는 달러 매도와는 무관하단 설명이다.

다른 기금재원도 상황이 녹록진 않다. 주택도시기금은 최근 청약통장 가입자 이탈이 속출하면서 재원 여력이 줄었단 지적이 있다. 시중은행은 정책대출을 거래하면서 금리우대를 대가로 차주의 청약통장을 유지토록 하고 있다.

김경국 예산정책과장은 "주택기금 재원은 공자기금에 예탁하고 이후 돌려받는 개념"이라면서 "최근 청약통장 인센티브를 늘린 상황이라 향후 기금 건전성에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기금을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건전성은 악화된다. 금융성 채무는 줄고 순수한 나랏빚으로 잡히는 적자성 채무가 늘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선 야당 중심으로 "정부가 국회를 패싱하고 세수 재추계 재정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초 외평기금 활용을 검토하지 않는단 정부의 입장과 다른 대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말을 바꿨다고 할 수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랑 논의해보니 재원이 필요했다"면서 "공자기금에서 외평기금에 예탁하는 게 예정돼 있는데 그걸 줄이면서 소극적으로 재원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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