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위, 지난달 23일 본격적인 조사 시작...대통령실, 행안부 등에 관련 기록물 폐기금지 요청
조사 윗선 까지 이뤄질지 미지수...박흥석 전 세월호 조사관 "책임자들 방어논리 구축하고 비협조적인 자세보여"
10·29 이태원참사가 어느덧 2주기를 맞은 가운데 참사 주요 책임자들에 대한 1심이 끝났다. 하지만 피고인들과 검찰 모두 항소해 법정 공방이 장기화 수순으로 접어들자 세간의 관심은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 쏠리고 있다. 특조위가 조사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대통령실 관계자 등 사건 윗선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지 관심사다.
앞서 특조위는 지난달 23일 첫 전원위원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특조위원장으로 선출된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장)는 취임사에서 "출발이 지연된 만큼 더욱 철저하게 참사 발생 원인 등 구체적 실체를 조사하고, 이와 같은 참사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특조위는 매주 전원위원회를 개최해 참사 발생 원인과 수습 과정, 후속 조처 등 참사 전반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이끌어 낼 예정이다. 활동 기간은 조사 개시 결정일로부터 1년으로, 3개월 이내 범위에서 한 차례 늘릴 수 있다.
우선 특조위는 지난 8일 대통령실 등 정부 기관에 참사 관련 기록물에 대해 폐기금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참사와 관련해서 각 기관이 보유하고 있거나 이미 폐기된 기록물들의 목록에 대해서도 제출을 요청했다.
특조위가 기록물 폐기 금지를 요청한 기관에는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을 비롯해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대검찰청,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등 21개 정부기관으로 정해졌고 대통령과 국무총리, 지방자치단체 등 주요 공직자의 업무 관련 메모, 일정표 등도 폐기금지 자료에 포함됐다.
특조위는 개인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기보다 사실관계를 재구성해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파헤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조사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는데, 앞서 법원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직권조사 권한과 영장 청구권 조항이 삭제됐기에 윗선까지 조사가 충분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또한 여야 동수로 이뤄진 특조위 구성을 고려했을 때 특조위 조사가 자칫 정쟁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흥석 전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은 통화에서 "세월호 참사 때도 그렇고 이번 이태원 참사도 마찬가지지만 정보를 가진 쪽은 힘이 있는 기관들인데 그들이 협조를 해줄지 미지수"라면서 "그리고 사건이 점점 정쟁화되고 언론도 사법적인 측면에서만 맞춰서 사건을 다루려 하다 보니 책임자들은 어느새 방어논리를 구축하고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특조위가 강제적인 조사 권한도 없는 상황이라 그들이 조사에 순순히 응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미현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도 "특조위가 성역을 두지 않고 조사한다고 해서 기대는 하고 있지만 책임자들이 협조를 할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특조위는 이태원 참사 당시 행안부나 서울시 등 관련 기관장들이 어떤 역할을, 책임을 다했는지 조사해야 한다"며 "특조위 조사에 강제성이 없다고는 하지만 (기관들이)자료 제출까지 못할 건 아니라고 본다. 특조위가 여야 합의로 출범했으니 특조위가 필요로 하는 자료조차 그들이 제출하지 않는다면 문제 제기를 강력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권규홍 기자 spikekwo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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