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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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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앳된 얼굴에 낡은 군사 장비"…러 최전방 집결한 북한군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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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민간 차량을 이용해 최전선으로 수송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르면 28일 북한군이 러시아 본토 격전지인 쿠르스크에 투입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장으로 이동 중인 북한군들이 최정예 특수부대가 아닌 10~20대 초반의 신병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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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독립 언론기관 아스트라'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에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건물 외부에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해 게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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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10~20대의 앳된 북한 신병 최전방 수송 중"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북한군이 쿠르스크 전선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6일 진입해 일부 영토를 점령하고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최전선 지역이다.

매체는 공개된 영상과 미국 당국자의 발언 등을 인용해, 쿠르스크에 집결한 북한군이 10~20대 초반의 신병으로 보인다고도 분석했다. 또 이들의 왜소한 체구를 볼 때 북한 전역에 만연한 영양실조를 보여준다고도 전했다. 이어 "앳된 얼굴의 신참 병사들은 지금껏 북한 밖으로 한번도 나와본 적 없을 가능성이 크며 낡은 재래식 군사 장비를 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한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이 파병한 부대가 북한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폭풍군단’(11군단) 소속 병력 등 총 1만2000여 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미국·우크라이나 당국의 평가에 따르면 이번 달 약 3000명의 북한군 병사들이 선발대로 러시아에 도착해 다양한 러시아 군사 훈련장에서 포착됐다. 쿠르스크에는 이들 중 일부가 도착한 상태다.


미국 하와이에 있는 싱크탱크 퍼시픽포럼의 연구원인 제임스 JB 박은 "북한은 먼저 소모가능한(expendable) 병력을 보내 국내외 반응을 살피고자 할 것"이라며 "이후에 노련한 병사들이 전투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내보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쿠르스크에 배치된 북한군이 최정예 병력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란 의미다. 지난 24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도 국방위 국감에서 러시아 파병 북한군에 대해 "단순한 총알받이 용병"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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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아스트라가 공개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추정 군인들의 모습. 텔레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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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청파일에 북한군 수송 정황 담겨



이와 관련해 이날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 우크라이나 군사 정보기관(HUR)이 북한군이 쿠르스크주로 이동 중인 동향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HUR은 이날 쿠르스크-보노레이시 고속도로에서 녹음된 감청 파일을 공개했는데, 해당 파일에는 민간 번호판을 단 트럭이 전투 임무 관련 서류 없이 쿠르스크로 가다 헌병에게 제지당하자,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러시아군 관계자들의 대화가 담겼다. 대화에선 "그(운전사)가 이미 상황을 해결했다. 그는 북한인의 이송을 돕고 있다"는 보고 내용이 등장한다.

HUR은 이를 근거로 "파병된 북한군 병사들이 쿠르스크의 러시아 부대로 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27~28일 북한군을 전투 지역에 파견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HUR의 감청 내용이 젤렌스키의 발표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북한군을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으로 수송 중인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의혹과 관련해 30일 회의를 소집했다. 한국 정부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고 미국 외교·국방 당국과 회의를 여는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특히 오는 31일 '제6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에선 북한군 불법 파병을 규탄하는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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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러시아 쿠르스크주 배치 그래픽 이미지. [자료=미국 전쟁연구소·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





쿠르스크·동부 전선서 러시아 우세



현재 러시아는 병력과 병참 우위를 기반으로 동부 전선과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27일 쿠르스크 방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벌인 8차례의 공격을 막아냈으며 250명 이상의 병력과 미국산 장갑차 1대, 박격포 1대를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 8월초 우크라이나군이 국경을 넘어 진입한 이후, 쿠르스크에서만 우크라이나군 2만7150명 이상의 병력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동부전선에서도 점령지를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 도네츠크의 이즈마일로우카 마을을 추가로 점령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오픈소스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달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동부 전선에서 전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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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차시브 야르 인근 최전선에서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제56여단 소속 우크라이나 군인이 포격을 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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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병참 기지가 위치한 곳으로 동부 전선 최대 요충지로 꼽히는 포크로우스크 점령이 임박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가 포크로우스크를 러시아에 빼앗길 경우, 군수물자 조달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처럼 전황이 악화되자 우크라이나는 종전을 위해 중국과 브라질의 '여섯 가지 공동 인식' 등 다른 나라가 제시한 종전 방안을 자국의 '우크라이나 평화 공식'에 통합할 의사가 있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앞서 젤렌스키는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여섯 가지 공동 인식'을 겨냥해 "파괴적"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날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은 러시아외의 전쟁이 끝난 직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올해 5월로, 5년 임기가 끝났지만 계엄령을 이유로 대선을 치르지 않고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임기가 만료된 젤렌스키가 합법적 대통령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한ㆍ미 외교ㆍ국방 수장은 오는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제6차 한ㆍ미 외교ㆍ국방(2+2) 장관회의’를 열고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논의한다. 한ㆍ미 2+2 장관회의는 2021년 이후 3년만으로 회의 결과를 반영한 공동성명을 채택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선 북한군 불법 파병을 규탄하는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편 3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의혹과 관련한 회의를 개최키로 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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