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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환율 1400원 ‘성큼’…이창용 “금리 결정에 환율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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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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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원·달러 환율 수준이 통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연간 성장률을 2.2~2.3%로 예상하며 분기별 성장률 변동성에 크게 신경 쓰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지난 10월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그룹(WBG) 연차 총회 참석을 위해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굉장히 높게 올랐고 상승 속도도 빠르다”며 “지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환율이 고려 요인이 아니었지만, 이제 다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통화 정책 방향 전환이 이루어질 경우 환율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최근 2주간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과 함께 미국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타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한 달 새 80원 상승하며 1400원 선에 근접했다.

이에 이 총재는 내달 금통위에서 ▲수출 증가율 둔화가 내년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 ▲거시건전성 정책의 금융 안정 효과 ▲미 대선 이후 달러 강세 지속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올해 성장률은 통화 정책 방향 결정에서 주요 고려 사항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4분기 성장률이 부진하더라도 지금까지 추세를 보면 올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인 2%를 반드시 넘을 것”이라며 “성장률이 갑자기 악화되어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3분기 성장률이 연간 기준으로 반영될 경우 “2.4%(전망치)에서 2.3% 또는 2.2% 정도로 조정될 것”이라면서 “4분기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년 성장률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한국은행 전망치를 2.1%로 제시했다.

한국은행의 경기 예측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분기 수치는 연간보다 변동성이 훨씬 크다”고 반박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처음으로 분기별 전망을 내놓으면서 올해 3분기 성장률을 0.5%로 예상했지만 속보치는 0.1%에 그쳤다. 이 총재는 “분기별 자료의 변동성을 이번에 처음 보는데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고 ‘오버리액션(과잉 반응)’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금리 인하 실기론에 대해서는 두 가지 주장을 반박했다. 먼저 기준금리를 과거에 충분히 높였다면 현재 금리 인하로 인한 효과가 컸을 것이라는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이 총재는 “환자를 일부러 많이 아프게 해놓고 약을 쓴 후 명의를 주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물가 상승률이 2%대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됐으면 7월에 기준금리를 낮췄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반드시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하면서도 “1년 뒤 상황을 보고 나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7월에 금리를 내렸다면 9월에 가계부채가 10조원 가까이 증가하고 서울 부동산값이 상승할 때 어떻게 했겠느냐”며 “현재 환율을 보면 천천히 금리를 내리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금리를 많이 내렸다면 현재 환율이 1380원보다 더 높아져 상황이 복잡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고용 시장에 대해 “거시 지표로 보면 고용은 나쁜 상황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청년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구조적인 ‘미스매치’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건설업의 고용 한파에 대해서는 금리 인하 등으로 부동산 수요를 자극해 건설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은 곤란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28일 오후 4시 5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4원 내린 1385.1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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