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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화)

[논현로] ‘먹구름 삼성’ 창조혁신 가동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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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

노조 등장, 동일직급 동일임금 강조
우수 인재가 이끌던 기술혁신 쇠퇴
정부입김 일소…기업살리기 동참을


이투데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밑도는 결과를 나타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7.2% 증가한 79조 원(전분기 대비 6.6% 증가)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74.5% 증가한 9조1000억 원(12.8% 감소)을 올렸으나 당초 시장의 예상치인 11조 원에는 크게 못 미쳤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반도체 부문의 부진에서 기인한다.

반도체의 메모리 부문에서는 기존의 단층형에서 탈피한 적층형 HBM(고대역폭 메모리) 부문의 개발 및 시판이 완료되지 못한 가운데 중국 등지로 값싼 레거시(legacy) 제품(수명이 다한 과거 유형 제품) 위주의 매출이 주로 이루어져 수익성이 하락하였다. HBM 부문은 인공지능(AI) 칩 부문의 새로운 선두 주자로 떠오른 엔비디아(NVIDIA)로부터의 맞춤형 주문으로 주로 이루어진다. 경쟁업체인 SK하이닉스가 초기부터 납품에 성공한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납품 인정을 받지 못하였다. 참고로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7조5000억 원(전년동기대비 93.8% 증가), 영업이익은 7조 원(흑자 전환)을 기록하였다.

파운드리(주문형 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도 삼성은 대만의 TSMC(시장점유율 62%)에 비하여 시장점유율이 6분의 1인 11%에 머물렀는데 이마저도 대부분이 자체 스마트폰 공급용이다. TSMC의 올해 3분기 매출은 32조 원, 순이익은 13조8000억 원(전년동기대비 54.2% 증가)이다. TSMC의 실적 호조 또한 NVIDIA로의 AI 칩 부문 파운드리 매출에 기인한다.

이와 같은 반도체 3사의 실적 차별화에 따라 SK하이닉스와 TSMC의 주가(2024년 10월 24일 종가 기준)는 2023년 말 대비 각각 40.1%, 77.3%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9만 전자의 목전에서 5만 전자로 추락하였다(작년 말 대비 27.9% 하락).

한편, 삼성전자의 법인세 납부액은 2021년부터 3년간 해마다 5조8000억 원, 8조4000억 원, 2조6000억 원으로 정부의 총법인세수액 대비 3년 평균 5.9%를 기록하며 명실공히 국내 법인세 납부 1위 기업임을 입증한 바 있다. 그런데 2024년 3월에 납부하는 삼성전자의 법인세는 2023년의 실적 부진을 반영하여 전혀 없게 돼 정부의 예산 차질이 불가피할 정도가 되었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이제 더 이상 삼성전자라는 사기업 혼자만의 위기가 아닌 정부의 위기로까지 확대될 정도이다.

삼성전자의 위기 원인을 살펴보면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과거 정부 때부터 혹독하게 추진되었던 국유화 또는 기업 망치기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함께 대통령의 ‘경제공동체’로 판결한 최서원 씨의 딸 정유라에게 준 승마용 말 지원을 뇌물죄로 판결한 각급 법원 판결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은 2017년부터 총 5년간의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그 와중에 전대 회장에 이르기까지 불문율로 여겼던 노동조합 설립 불가라는 원칙이 허물어졌고 마침내 삼성전자에도 노조가 들어서게 되었다.

노조의 등장과 함께 전임 이건희 회장이 주장했던 “똑똑한 한 사람이 십만 명을 먹여살린다”는 구호가 무색해지며 동일 직급, 동일 임금이라는 가이드라인에 갇혀 업계 최상의 대우와 결부된 우수한 인재 영입이나 능력에 따른 파격적 차별성과급 지급이 어렵게 되었다. 이 결과 당연하게도 자신의 능력에 비해 보상이 초라하다고 느끼는 유능한 전문 기술인력은 중국업체를 비롯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 경쟁업체들로의 이탈을 가시화시키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정부 각 부처들은 소위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경영을 압박하며 공무원 출신이나 금융기관 임원 출신들을 삼성전자의 사외이사 또는 고위층 경영진으로 입성시키는 능력을 발휘하였다. 과거 혁신 주도기업으로서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대신 실질적인 공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전통이랄 수 있는 하의상달에 의한 창조적 혁신과정은 사라지고 대신 무사안일을 추구하는 기득권 공무원층과 같은 분위기가 주도하게 됐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물론 최고경영자의 이탈에 따른 기업 내부적 결집력 약화라는 일탈 요인도 있겠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외압에 따른 직접적 경영 압박이 결정적으로 삼성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이제 이재용 회장이 30% 임직원 감축 등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과감하게 정부의 입김을 제거하고 다시 새 출발해야 한다. 한번 빼앗긴 1등 자리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배전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또한 과거 패악질 좌파정권이 취했던 삼성 죽이기 정책에서 냉정히 물러나 오롯이 기업 살리기에 동참해야 한다. 그래야 삼성전자도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고 정부 또한 재정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부활이 곧 국가의 부활이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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