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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화)

파혼하고, 쓰레기 집 갇혔다…'미투' 공무원의 마지막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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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대표가 청소 의뢰를 받은 '쓰레기 집'의 모습. 사진 클린어벤져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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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게 쌓인 쓰레기, 바닥에 말라 붙은 똥, 곰팡이 핀 초콜릿, 엄지 손가락만 한 바퀴벌레까지…. 특수 청소 중에서도 ‘쓰레기 집’ 청소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입니다. 사람 키 만큼 쌓인 쓰레기 더미는 기본이고, 반려동물 사체가 발견되기도 하는데요. 도대체 이런 곳엔 누가 사는 걸까요. 어떤 사연이 있길래 쓰레기를 쌓아 놓는 걸까요. 아니, 사람이 살 수 있기는 한 걸까요.

오늘 ‘더,마음’에서는 쓰레기 집을 청소하는 특수 청소 전문 회사 ㈜버틀러 이준희(42) 대표를 만났습니다. 2016년 사업을 시작한 이 대표는 “쓰레기 집은 마음 아픈 사람들이 사회에 보내는 SOS”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게을러서, 청소가 싫어서 쓰레기 집에 사는 게 아니라는 뜻이죠. 이 대표는 사연을 받아 쓰레기 집을 무료로 치워주는 봉사 프로젝트도 하고 있는데요. 이 대표가 사명감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쓰레기 집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갖가지 아픔이 보입니다. 지금부터 이 대표가 직접 보고 겪은 쓰레기 집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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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문 청소 업체를 차린 이준희 대표. 이사·입주·새집 청소를 주로 하다가, 창업 한 달째 우연히 '쓰레기 집' 의뢰를 받았고 이를 계기로 봉사도 시작하게 됐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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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야기를 담았어요

1. 쓰레기 집,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 쓰레기 파 먹으며 사는 개

- 고양이 사체엔 어떤 비밀이

- 청소 후 울음 터뜨린 첫 의뢰인

2. 새벽 2시, 의뢰인이 보낸 마지막 문자

- 쓰레기 집엔 어떤 사람들 사나

- 김치통 속 놀라운 쓰레기 정체

- 결국 세상을 뜬 의뢰인 사연

3. 우리가 그만둘 수 없는 이유

- 청소하는 법 모르는 사람들

- 내면 아픈 게 왜 더 위험할까

- 쉬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는 건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 인터뷰

- 쓰레기 집 현상, 진짜 원인은

- 만약 지인이 쓰레기 집 산다면



✅Part 1. 쓰레기 집,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Q : 최근 클린어벤져스가 출동한 곳은 어떤 곳이었나요?

마약 중독으로 힘들어하는 한 여성분의 집을 다녀왔어요. 친구 때문에 약을 시작했고, 중독돼 일상이 힘들다고 했어요. 지금은 약을 끊었는데, 금단 현상 때문에 무기력증이 심하게 왔더라고요. 쓰레기 양은 말 안 해도 알겠죠? 퍼내고 퍼내도 끝이 없었어요. 제 키가 190㎝인데, 어깨까지 쓰레기가 쌓여 있었으니까요. 의뢰인이 키우는 강아지는 쓰레기를 파 먹으며 생활하더라고요.

Q : 청소 영상을 보면, 반려동물 배설물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똥은 진짜 많고요, 반려동물 사체가 썩어서 구더기 나오는 경우도 수두룩해요. 그 사체와 같이 생활하는 건데,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죠. 진짜 충격적인 집을 다녀온 적 있는데요. 구조가 되게 독특했어요. 반지하인데 거실에 테라스가 있더라고요. 콘크리트 옹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공간이었는데요. 청소하려고 테라스 문을 열었더니 고양이 뼈가 무덤처럼 쌓여 있었어요.

추측건대 주인이 애니멀 호더(※동물 학대의 하나로, 관리할 능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많은 동물을 키우는 사람) 같았어요. 고양이를 잡아서 테라스에 내놓고 그냥 굶긴 거예요. 고양이가 그 높은 옹벽을 절대 못 올라가거든요. 그럼 굶어 죽는 거죠. 벽에 고양이가 발톱으로 긁은 흔적이 가득했고, 사체도 한두 마리가 아니었어요. 그걸 보는데 진짜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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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묘사하던 이 대표는 기자에게 "듣기 힘드시죠?"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충격적인 현장 사례는 너무 많아서, 밤새워서 얘기해도 모자라다"고 덧붙였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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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정신적으로 힘든 일일 것 같아요.

같이 일하던 동료 한 명은 우울증이 와서 그만뒀어요. 청소 현장이 생각보다 충격적이거든요. 저도 힘들 땐 1년 정도 쉬었어요. 이제는 현장에서 냉정해지려고 해요. 의뢰인에게 마냥 공감만 해주는 게 좋은 위로법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저를 지키기 위한 것도 있고요.

Q : 이렇게 고된 특수 청소, 어떻게 시작했나요?

전 원래 보안업체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어요.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서 돈벌이를 위해 새 사업을 시작했고, 그게 청소업이었죠. 창업한 지 한 달쯤 됐을 때 청소 문의 하나를 받았는데요. 여성 고객이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 집에 쓰레기가 좀 많은데 치워줄 수 있나요”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견적 볼 겸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죠.

Q : 그때 ‘쓰레기 집’을 처음 본 거군요.

네. 원룸에 발 디딜 틈 없이 쓰레기가 꽉 들어찼어요. 이런 청소는 해본 적 없어서 못 하겠다고 했는데, 의뢰인이 사정하더라고요. 얼마가 들어도 괜찮으니, 제발 청소해 달라고요. 당시 100만원을 받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죠. 1t 쓰레기 폐기 비용만 50만원이 드는데, 당시 쓰레기가 2t 넘게 나왔거든요.

방 치울 때 약 봉지가 엄청 나왔는데요. 그때 눈치챘죠. 뭔가 정서적으로 힘든 분이구나. 밤 11시 다 되어서야 청소가 끝났는데, 의뢰인이 저희를 붙잡고 “고맙다”며 오열하더라고요. 느낌이 이상했어요. 이건 돈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이런 집이 되게 많더라고요. 그때부터 봉사활동으로 소소하게 쓰레기 집 청소를 해 드린 게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거예요. 대단한 건 아닙니다.



✅Part 2. 새벽 2시, 의뢰인에게 받은 마지막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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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드나들 수 없을 정도로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엔 입구부터 채굴하듯 쓰레기를 파내서 길을 내야 한다. 사진 클린어벤져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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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상상도 못 한 쓰레기를 치운 적도 있었나요?

자신의 변을 김치통에 보관한 분이 있었어요. 저희는 페트병도 함부로 안 열거든요. 소변을 거기에 모아두는 분이 많아서요. 소변이 모이면 페트병이 부푸는데, 잘못 열었다가는 터져요. 저희를 동행 취재하던 기자분이 오줌 샤워를 당하기도 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있나요?

이건 뉴스에도 나온 사건인데요. 세무공무원이었는데, 회사에서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했어요. 가해자와 분리해 주길 요청했는데, 회사에선 두 사람을 같이 근무시킨 거죠. 그 이후 사내 따돌림이 시작됐다고 하더라고요. “꽃뱀 아니냐” “가해자도 취향이 있지” 같은 말을 듣기도 하고요. 이 사건 때문에 우울증이 생겨 휴직을 하고, 약혼자와 파혼했어요. 그렇게 쓰레기 집에서 고양이와 은둔생활을 하게 된 겁니다.

Q : 그러다 클린어벤져스를 만나게 된 거군요.

청소한 뒤에도 “잘 지내냐”고 종종 연락했어요. 가끔 만나기도 했고요. 저희 팀이 볼 땐 매우 위태로워 보였어요. 청소할 때도 우울증 약 봉지와 ‘내 편이 없다’는 문서가 여러 장 나왔거든요. 믿었던 부모도 “네가 좀 참지” 하며 의뢰인을 탓했나 봐요. 그러다 하루는 이상할 정도로 연락이 안 됐어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새벽에 문자를 보냈더라고요.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흔적을 다 지우고 싶어요. 대표님 미안합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의뢰인 집 근처에 사는 팀원에게 확인을 좀 부탁했죠. 현관문을 두들겨도 인기척이 없길래 경비원과 함께 들어갔더니 돌아가신 뒤더라고요. 그때도 유서엔 ‘억울하다’고 적혀 있었어요.





(계속)





쓰레기 집에 갇힌 '미투' 공무원의 마지막 문자.

이 대표가 극심한 죄책감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쓰레기 집에 갇힌 그들의 이야기, 만약 내 가족이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그들을 구해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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