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경영과 혈세낭비는 공공기관에 흔히 붙는 꼬리표다. 주요 공기업들의 부채 규모는 올해 사상 첫 7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2028년엔 부채 규모가 8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상황에 이른 공공기관도 상당수다.
공공기관들의 심각한 경영난에도 임직원들의 비위행위와 기강해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327개 공공기관 전수조사 결과 지난해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겸직금지 의무 위반은 220건으로 평년 대비 6.7배 많았고, 지난해 무단결근 징계 역시 42건으로 평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직원들의 비위행위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식' 행태도 눈 뜨고는 못 봐줄 지경까지 이르렀다.
3년간 무단결근 횟수만 39회에 달했던 한 공사 직원은 사장 표창을 근거로 징계가 정직으로 감경됐고, 한 공공기관 직원은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6일간의 무단결근에도 견책 처분만 받았다.
민간기업이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을 법한 일이다. 공공기관 스스로 임직원들의 기강해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번 싹튼 부정의 씨앗을 제때 솎아내지 못한 결과는 한국전력의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시작된 한전 직원들의 태양광 관련 투자에 대한 징계는 대부분 경징계인 견책 수준에 머물렀다. 한전은 지난해부터 징계 수위를 확 올리고, 대대적인 단속을 펼쳐 128명을 잡아냈지만 올해 또 31명이 태양광 관련 투자로 징계받았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비위행위에 대해 제대로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공공기관의 도덕 불감증은 오래전부터 문제가 제기돼 왔지만 징계 현황과 관련한 전수조사가 제대로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이 해당 기관의 부실에만 머물지 않고, 국민 피해로 전가되는 만큼 책임 있는 기관의 감시와 공공기관 기강해이에 대한 엄벌백계가 필요하다.
[유준호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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