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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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50대 회사원이 동네 헬스장 직원의 전화를 받았다. “어머님이 운동하다가 쓰러지셨다”며 “연세가 80을 넘기셨으니 이참에 잘 말씀드려서 헬스장을 그만 나오시게 하라”고 권했다. 너무 야박하다고 생각해 다른 곳을 알아보니 거긴 더했다. 75세부터 헬스장 출입을 막았고, 정 운동하고 싶으면 보호자인 자녀의 동의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65세 이상 이용 금지’라고 써붙인 곳도 있었다.
▶헬스장과 수영장을 중심으로 어르신 고객을 받지 않는 노(no)실버존이 늘고 있다. 운동하다 다치기 십상이어서라고 하지만 노인 회원이 많으면 젊은 손님들이 떨어져 나간다는 이유를 드는 곳도 있다. 젊은이들은 운동하는데 말을 걸거나 몸을 쳐다보는 것도 불편해한다. 반면 요즘 노인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고 건강에 투자할 여윳돈도 있다. 80대 노교수 지인도 헬스장에서 단련한 팔뚝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며 노년의 건강미를 뽐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8일 스포츠 시설에 대해 “65세 이상 회원 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고령자의 체육 시설 참여가 배제되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1년짜리 헬스클럽 회원권을 사려다가 65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퇴짜맞은 68세 시민이 인권위에 진정하자 이렇게 결정했다. 요즘 누가 65세를 노인이라 하는가. 그런데도 국가 기관이 나서야 할 만큼 생각 없는 업소들이 많다.
▶노실버존이 헬스장과 수영장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많은 어르신이 외식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예약 전화를 걸면 “네이버로 하시라”며 전화를 끊기 일쑤다. 온갖 인증과 노쇼 방지용 선금까지 디지털로 요구하니 예약을 포기하고 만다. 식당에 가도 이번엔 무인 주문 키오스크를 다룰 줄 몰라 허둥댄다. 음식점도 디지털 장벽을 높게 친 노실버존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은 내년에 인구 20%가 65세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수명 연장은 좋은 일이지만 노인을 혐오하고 배제하는 노실버존 같은 음영도 짙어졌다. 우리보다 먼저 노인 대국이 된 일본은 어르신의 헬스장 출입을 국가가 권장한다. 노인병 치료에 돈 쓰느니 운동으로 건강 지키도록 돕는 게 낫다며 ‘메디컬 피트니스‘라는 운동을 보급하고 헬스장 다니는 노인에게 세제 혜택도 준다. 이 운동을 가르치는 니가타의 한 헬스클럽은 이용자의 53%가 60대 이상이고 70대 이상도 14%나 된다. 모든 세대가 머리를 맞대고 초고령 사회에서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노년은 금방 다가온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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