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국회의원 유영하 - 박근혜 탄핵에 비춰본 ‘심리적 탄핵’ 정국
검사 출신으로 2005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참모를 지내온 유영하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 수사가 개시된 2016년 11월 13일부터 변호인을 맡아 ‘박근혜 탄핵’ 전 과정을 지켜보며 방패 역할을 했다. 유 의원은 “요즘 박 전 대통령은 윤 정부의 위기를 걱정하며 어려움을 속히 극복해 국정을 잘 끌어가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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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지난 25일 갤럽에서 조사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취임 후 최저치다. 박근혜 대통령(당시)이 최서원(개명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대국민 사과문을 내며 탄핵 회오리에 휘말린 시점인 2016년 10월 셋째 주 지지율(25%)보다 낮다. 여권에선 “심리적 탄핵 상태에 돌입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위기의 윤석열 정권은 8년 전 탄핵의 전철을 밟게 될까. 당시 박 대통령 검찰 수사와 탄핵 심판 변호인을 맡아 ‘박의 방패’ 역할을 하며 탄핵 전 과정을 몸으로 겪은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초선·대구 달서갑)을 만나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며 파국을 막을 방안이 뭘지 물어봤다.
용산, 제대로 사과하면 악몽 없을 것
Q : 8년 전 ‘박근혜 탄핵’ 수준의 위기가 현 정권에 닥쳤다는 우려가 큰데요.
A : “당시는 박 대통령이 첫 번째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최서원씨에게 연설문 보여줬다’고 했어요. 실정법 위반 소지를 인정한 거죠. 그 순간 국민은 ‘박근혜 정권만은 부정부패 없으리라 믿었는데 이게 뭐냐’며 실망했죠. 그게 탄핵으로 이어진 원인인데, 윤 대통령은 그런 수준의 불법 논란은 없잖아요. 지금은 영부인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업고 야당이 근거도 없이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것이라 경우가 다릅니다. 위기는 맞지만, 성격이 다르고 해법도 있거든요. 김건희 여사가 활동을 자제하고 명품백논란 등 의혹들에 대해 ‘심려 끼쳐 죄송하다. 앞으로 조심하겠다’는 사과문을 내면 어떨까 합니다.”
Q : 용산은 김 여사가 사과했다가 자칫 박 전 대통령처럼 추가 사과 요구 공세를 당하는 등 위기가 가중될까 우려하는 듯한데요.
A : “그때는 박 대통령이 사태 파악을 미처 못 했는데도 주변의 잘못된 건의에 떠밀려 사과문을 내는 바람에 내용이 두리뭉실해지면서 국민의 의문만 증폭돼 2차·3차 사과를 해야 했던 거예요. 용산은 그걸 반면교사 삼아야죠.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민주당이 김 여사에 제기한 의혹이 13개나 돼요. 용산은 의혹 하나하나의 사실관계를 충분히 파악한 뒤 실수로 판정 난 사안은 진솔하게 사과하되, 아닌 건 아니라고 하면 사과가 사과를 부르는 사태를 피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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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파악 없는 추상적 사과가 ‘박근혜 탄핵’ 자초
여사, 잘못 구체적으로 사과하고 활동 자제해야
‘학습효과’로 탄핵 공산 낮지만 용산 개혁은 필수
한동훈 대표도 말 아끼고 귀 열며 당정 화합해야
Q : 박 전 대통령은 중앙일보에 연재된 회고록에서 “최서원의 전횡 의혹을 뒤늦게 알고 왜 참모들이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썼는데요. 그때나 지금이나 권력 최측근에겐 참모진의 사정 기능이 정지되는 것 아닌가요.
A :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들었는데, 최서원씨는 대통령과 오랜 인연이 있다 보니 편한 사이였죠. 정호성 등 대통령과 가까웠던 측근 비서관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최서원이 삼성으로부터 돈과 말을 받고, 독일에서 호텔을 샀다는 얘기가 내 귀까지 들어왔는데도 그들은 대응하지 않았어요. 내가 2016년 9월에 그 소문을 듣고 정호성한테 ‘호성아, 최서원씨가 독일에서 200만 달러 주고 호텔 샀단다. 자기 돈이든 남의 돈이든 큰 문제니 알아봐라’고 했는데 답이 없어요. 그때 정호성 등은 최서원이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는 걸 대충 알고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나중에 들었어요. 만약 알았다면 당연히 경고음을 냈었어야죠. 그게 그들의 역할입니다.용산 보좌진은 이걸 명심해야 해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27일 경기도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나눔과 봉사의 국민 대통합 김장″ 행사에 참석해 김장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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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대구·경북(TK) 민심도 ‘여사 문제’로 돌아섰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A : “대통령 내외에 여전히 애정이 있지만 ‘여사가 고칠 건 고쳐야 한다’는 게 제가 피부로 느끼는 TK 민심입니다. 두 가지예요. ①여사의 노출 빈도가 낮았으면 한다. 나타날 때마다 구설에 오르니 외교 행사만 빼고 본인 홍보하는 느낌 주는 노출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② 드러나지 않게 봉사활동을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대통령이 못 챙기는 그늘을 묵묵히 돌보면 다 입소문이 나 반전이 일어납니다. 나도 2012년 총선 때 군포에 출마하면서 지역 김장 행사에 갔는데 친야 성향 시민단체들이 ‘유영하, 쇼한다. 금방 자리 뜰 거다’고 했지만, 가장 늦게까지 김치를 담갔더니 분위기가 달라지더군요.”
Q : 김 여사가 ‘대통령 전화에 끼어든다’‘장관 인사까지 개입한다’는 소문도 나도는데요.
A : “사실이라면 적절한 처신은 아니죠. 여사는 한번 남을 믿으면 속내를 다 드러내는 성격인 듯한데 ‘서울의 소리’ 같은 ‘꾼’들에게 당해봤으니 앞으론 자제하지 않겠어요. 대통령 돕고 싶으면 드러나지 않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게 맞습니다. 박 전 대통령한테 들은 얘기인데, 육영수 여사는 박정희 대통령의 회의가 길어지면 ‘말실수할 수 있으니 쉬었다 하세요’란 쪽지를 문틈으로 전했대요. 그런 처신을 참고할 만하죠.”
“밥 넘어가나” 욕에 탄핵 고통 실감
Q : ‘김건희 라인’ 비서관들 전횡 논란도 문제입니다.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이들의 인적 쇄신을 요구했는데요.
A : “문제가 있다면 맞는 얘기지만, 구체적 혐의를 제시해야지 무조건 쇄신하라는 건 대통령이 납득하기 어려울 겁니다.(‘김건희 라인’ 비서관 2명이 총선 직후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기용설을 흘려 논란을 빚은 건 팩트라는데요?) 그게 사실이라면 대통령이 벌을 줘야죠. (강모 행정관은 음주운전하다 적발됐는데요)마찬가지죠. 대통령이 붙잡아도 ‘누를 끼쳤다’ 며 나가야 해요. 그게 로열티(충성심)에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석 최고위원, 이재명 대표, 박 원내대표.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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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4번째로 처리할 방침인데요.
A : “통과 안 된다고 봐요. 민주당의 특검법은 자신들이 추천한 특검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으면 3일 뒤 자동 임명되는 걸로 간주한다는 내용이에요.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입니다. 삼권분립을 침해한 것이니 위헌 아닙니까. 탄핵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만큼 중대한 잘못을 저지를 때 탄핵이 되는 건데, 김 여사의 도이치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은 결혼하기도 전 얘기니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될 수가 없죠. 국민도 8년 전 탄핵을 경험하면서 ‘학습 효과’가 생겼다고 봐요. 대통령에게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자신들이 뽑은 국가원수를 정당한 이유 없이 탄핵하는 건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Q : 8년 전에는 여당(새누리당·122석)이 민주당(123석)과 대등했는데도 탄핵을 당했는데, 지금은 민주당이 175석이고 국민의힘은 108석뿐입니다. 또 지난 4일 3번째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때는 반대가 104표뿐이라 4표의 반란표가 나온 거로 추정됐죠. 다음 달 14일 민주당은 4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할 예정인데 여당에서 반란표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지 않나요?
A : “반란표가 4표라지만 실은 2표라고 합니다. 1표는 기표 오류, 1표는 기권으로 판정돼 무효 처리됐다고 해요. 민주당이 ‘묻지마’식 특검법 투척을 반복할수록 반란표는 오히려 줄 것이라 봅니다. 8년 전엔 반란표가 60표에 달한 끝에 탄핵을 허용했지만,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어요. 재선 이상 여당 의원들은 탄핵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당해봤기 때문이죠. 당시 여권에서 1000여 명이 조사받고, 200명이 구속됐다고 해요. 또다시 탄핵이 이뤄진다면 더 심하겠죠. 보수의 씨가 마를 겁니다. 8년 전 탄핵 직후 순댓국집에서 밥을 먹는데, 옆 테이블 앉은 20대 여성들이 ‘저 새X, 유영하지. 그래도 밥이 입에 들어가나 보네’ 고 해요. 가슴이 먹먹해 밥을 반도 못 먹고 일어섰어요. 그때 결심했어요. ‘박 대통령 잘못한 건 솔직히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자. 다만 사실이 아닌 음해성 공세엔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이죠.”
특감 임명해도 문제없어…수용하길
Q : 그래도 야당의 탄핵 공세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막을 방안은요?
A : “일단 당이 단일대오로 특검과 탄핵 시도를 막은 다음 108명이 의총을 열고 ‘대통령실 개혁안’을 합의해 용산에 전하는 겁니다. 무시하면 대통령과 끝장 토론해서라도 개혁을 이뤄내야죠. 대통령의 신념이 옳아도 민심을 우선해야 해요. 정치는 때로 지는 게 이기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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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한동훈 대표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A : “TK 민심은 김 여사만이 아니라 한 대표에 대한 비판 의식도 매우 강해요. 집권당 대표가 대통령과 부딪혀 결말이 좋은 경우를 못 봤으니 화해해야 한다는 거죠. 한 대표가 제일 아쉬운 게, 말이 앞서요. 대통령과 면담 전에 ‘3대 요구’가 흘러나오면 결과가 좋을 수 있겠어요? (한 대표가 용산에 특별감찰관 임명을 연일 요구하고 있는데요) 요구할 수 있죠. 그러나 밀어붙이면 안 돼요. 북한 인권재단 이사 인선과 연계한 당론을 일방적으로 바꾸려 하니 논란이 생기는 거예요. (용산이 특감 임명에 부담을 갖는 듯한데요) 임명해도 된다고 봐요. 김 여사가 대외활동을 자제한다면 특감이 가동돼도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강찬호 논설위원 |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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