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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일사일언] 행복은 열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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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마추어 도전자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경연 프로그램이 유행이다. 트로트 열풍이 일기도 하고, 기억 밖으로 내몰렸던 주인공을 다시 불러내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포맷으로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안정된 대기업 사원이 사표를 쓰고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고, 육십 넘은 아저씨가 배우를 해보고 싶다며 어린 날의 꿈을 아련히 읊조린다. 그들의 열정이 시청자까지 전염시켜 응원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삶의 열정을 잃어버려 우울감에 휩싸이고 그래서 교사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내담자가 있었다. 학교 현장의 복잡한 사정으로 이른바 ‘번아웃’이 돼가는 심정을 안고 온 그분과 어느 정도 상담을 통해 가까워진 어느 오후, 남대문 시장에서 칼국수로 점심을 먹고 일부러 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수많은 삶의 모습. 심지어 상흔까지 안고 무단히 애쓰며 살아가는 그들을 보며 어느 순간 그녀는 길에서 펑펑 울었다.

그녀에게 TV에서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긴 프로그램을 눈여겨보라고 권했다. 길거리에서 춤을 추며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 수많은 ‘반짝이’ 옷을 모아 하루에도 몇 번씩 갈아입는 사람, ‘이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세계 여왕’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여왕 같은 화장과 옷차림으로 미용실을 운영하는 사람, 전국 산을 돌아다니며 묵묵히 등산로를 만들고 고치는 사람, 도로 교통에 방해되는 모든 지형지물을 찾아내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 그야말로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구나 싶을 것이다.

이런 분들의 공통점이 있다. 대개가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다. 남들은 엉뚱하고 미련하게 보지만, 본인은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왜? 무거운 책임감과 ‘꼭 이래야 한다’는 당위성을 내려놓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림책 ‘미스 럼피우스’의 여인처럼 누가 뭐라든 씨를 뿌리고 가꾸는 열정이 마을을 바꾸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지 않던가. 그들에게는 그 열정 자체가 삶의 에너지고 기쁨의 원천이다. 열정은 열정에 빠진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그 열정을 바라보는 이들에게도 설렘을 준다. 행복은 열정순이다.

[김영아 그림책심리성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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