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예치사이트 만들어 사기 행각
경찰, 업체 대표-간부 42명 檢 넘겨
알음알음 소개 60대 여성 피해 커
29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청사 브리핑장에서 강정석 금융범죄수사대 1계장이 질의응답에 답하고 있다. /2024.10.29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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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가상자산 예치 사이트를 만들어 1만 명이 넘는 피해자들에게 5000억 원 넘게 뜯어낸 사기범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9일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업체 대표 A 씨 등 2명을 붙잡아 7월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 업체의 국장, 지사장 등 간부급 40명도 같은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일당은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7월에 걸쳐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해외 카지노 사업 등에 투자해 40일 뒤 원금과 함께 이자 20%를 돌려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A 씨 일당이 만든 가짜 가상자산 예치 사이트에 피해자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나 현금을 입금하면 마치 피해자의 계좌 잔액이 늘어난 것처럼 꾸몄다. 하지만 해당 사이트 화면의 숫자는 사실 A 씨 일당이 임의로 입력한 숫자였다. 실제 투자자들이 송금한 현금과 가상자산은 전부 A 씨의 개인 통장과 전자지갑에 들어갔다.
이런 방식으로 A 씨 일당은 피해자 1만671명에게 총 5062억 원을 뜯어냈다. 이 돈은 요트나 자동차, 명품 시계, 땅 등을 사는 데 썼다. 당초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던 ‘해외 카지노 사업 투자’ 등에 일부를 쓰긴 했지만 수익 사업 활동은 거의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의 80%가 60대였고 이 중 70%가량은 여성이었다. 한 투자자는 피해액만 92억 원이었다. 주로 고령의 여성들이 주변 지인들에게 이 업체를 알음알음 소개하는 식으로 번져 60대 여성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일당은 모집책들이 지인을 섭외해오면 수수료로 투자액의 10%를 떼어 줬다. 기존 투자자들의 원금과 20% 이자는 신규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돌려막기’ 했다. 마치 처음 약속대로 수익을 내는 척 신뢰를 쌓은 것. 기존 투자자들이 낸 돈으로 신규 투자자를 꼬드기는 전형적인 다단계 수법이다.
경찰은 A 씨 일당의 자택에서 수천만 원 상당의 명품 시계 등을 압수했고 범죄수익금 101억 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하지만 전체 피해액 중 절반에 달하는 2700억 원가량은 아직 회수되지 못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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