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프랑스 K-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 궁 K-북 전시관에서 방문객들이 2024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의 소설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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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실질GDP(국내총생산)가 지난 3분기에 0.1% 성장하는데 그쳤다. 수출이 예상보다 부진한 탓이다. 지난 3분기 수출이 자동차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0.4% 감소했는데 이렇게 수출이 성장률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곤 정부도 예상치 못한 터라 충격이 더 큰 상황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 산업에 지나치게 쏠린 수출구조가 문제로 지적됐다. 수출시장 다변화와 대체산업 육성에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대체산업을 찾는다면 먼저 우리의 강점과 잠재력부터 찾아봐야 한다. 최근 두드러진 강점으로는 콘텐츠를 꼽을 수 있다. 이 강점을 증폭할 수 있는 잠재력은 디지털기술 경쟁력이다. 2가지가 결합해 다른 산업과 융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한다면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생태계를 조성할 수도 있다.
혹자는 올해 우리나라의 최대 이벤트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꼽는다. 왜 아닐까.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여준 한 해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앞서 웹소설은 이미 글로벌 고부가가치 상품으로서 검증을 받았다. 웹소설이 웹툰, 드라마, 영화, 게임으로 제작되는 것이 흥행공식처럼 자리잡았다. 흥행에 성공한 IP(지식재산권)의 캐릭터들은 굿즈상품으로 제작되고 콜라보레이션으로 테마파크, 카페 등의 마케팅에도 활용된다.
2016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연재된 '나 혼자만 레벨업'(이하 '나혼렙')이 대표적이다. 웹소설 '나혼렙'은 2018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웹툰으로 연재됐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10개 국어로 번역·연재돼 총 143억뷰를 기록했다. 올해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도 제작돼 글로벌 흥행을 이어간다. 다음달 28일 극장 상영까지 앞뒀다.
수치로 보여줄 수 있는 IP의 수출 기여도는 게임에서 잘 나타난다. 크래프톤이 2022년 '무역의 날'에 10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크래프톤의 올해 매출액은 처음으로 2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이미 3분기 누적 예상 매출액은 2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국내 매출은 6%도 안된다. 영업이익률은 40%를 넘는다. 크래프톤의 효자상품은 텐센트와 손잡고 출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중국 버전인 '화평정영'으로 6년째 상위권을 지킨다.
넥슨도 올해 5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중국 서비스명 '지하성과 용사: 기원') 출시에 힘입어 지난달 기준 누적 매출이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넘었다. 중국에서만 82%의 매출을 올렸다.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게임시장 규모는 약 450억달러(약 62조원)로 추정된다. 이는 글로벌 게임시장(1877억달러)의 24%로 1위인 미국 시장점유율과 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엔씨소프트('리니지2M')와 시프트업('승리의 여신: 니케')이 지난 25일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로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허가증인 '외자판호'를 받으면서 주목받는 이유다.
문제는 하나의 IP가 흥행에 성공했다고 이후 내놓는 IP도 흥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리니지'로 크게 성공했지만 이후 흥행하는 신작이 없어 최근 구조조정에 들어갔을 정도다. 수출 장벽도 높다.
우리나라는 디지털기술 경쟁력이 글로벌 4위, AI(인공지능) 경쟁력이 6위로 디지털화 잠재력이 크다. 소설, 웹소설, 웹툰, 드라마, 영화 등 세계 시장에서 보여준 K콘텐츠의 저력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정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 산업생태계가 조성되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업종별 대상별로 지원하는 구체적인 육성방안이 필요하다. 디지털의료·교육·관광 등 디지털콘텐츠와 게임을 적용해 수출할 수 있는 산업은 무궁무진하다. 비즈니스모델 개발부터 현지화 지원까지 IP의 해외진출을 위해 정책부터 재설계해야 한다.
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yune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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