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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MT시평]두 국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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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수현 이수현법률사무소 대표




북한이 갑자기 두 국가론을 들고 나왔다. 남북은 별개 국가며 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에 발맞춰 평생 통일을 외친 한국의 인사들이 북의 변화된 입장이 현실적이라고 한다. 이들의 발언이 북의 입장변화 전에 나왔다면 좋았을 것이나 타이밍은 이들을 북의 앵무새 이상으로 볼 수 없게 한다.

국가란 배타적인 특정 지역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구다. 따라서 둘 이상 국가가 교집합을 가지는 것은 개념상 불가능하다. 연방국가는 별개 문제다. 둘 이상의 차원이 다른 국가, 즉 연방국가와 연방구성국가가 연방헌법에 의해 평화적으로 병존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뉴욕시는 미국이라는 연방국가에 속하는 동시에 뉴욕주라는 연방구성국가에도 속한다. 둘 이상 국가의 지배력이 교차하는 지역은 분쟁지역이다. 팔레스타인이 그러하고 돈바스가 그러하다.

독도는 빼자. 지배력이 교차하지 않으므로 분쟁지역이 아니다. 우리 헌법의 영토조항은 제헌부터 지금까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했다. 북한은 1972년 헌법개정 전까지 공화국의 수도를 서울로 했다. 한반도 전체가 두 헌법의 교집합이 되는 셈이다. 우리 헌법은 북진통일론으로 귀결됐고 북한의 헌법은 적화통일론으로 귀결됐다. 한국전쟁은 양립불가능한 두 헌법이 한반도에 존재함에 따른 논리적 필연이었다.

1972년 헌법개정으로 북한은 헌법상 수도를 서울에서 평양으로 후퇴시켰다. 이 무렵은 미중 데탕트와 더불어 한국의 국방력이 북한을 앞서기 시작한 때고 북한이 고려연방제를 강조하기 시작한 때다. 연방제를 먼저 내세우는 쪽은 대체로 약자다. 미국 건국 당시 경제력이 약한 남부는 주의 권한이 강조되는 느슨한 연방을 내세웠고 북부는 강력한 연방정부를 옹호했다. 이 차이는 결국 남북전쟁으로 이어졌고 북부는 연방헌법에 대한 견해 차이를 물리력으로 해소했다.

북한이 적화통일론에서 연방제통일론으로 전환한 것은 적화통일이라는 이념으로부터의 후퇴이자 현실론이다. 하지만 연방헌법은 구성국가 헌법들의 공통점을 추출함에 의해 성립된다. 남북한 헌법엔 사소한 차이가 아니라 아예 공통점이 전혀 없다. 따라서 남북한 연방제는 공허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이 수사는 남북한 모두에서 하나의 민족국가 수립이라는 오래된 이상과 한반도 내 양립불가능한 두 국가라는 분열증적인 현실의 괴리를 외면하게 해주는 순기능을 했다. 피차 말도 안되는 줄 알고도 모른 척한 것이다. 북의 두 국가론은 이 위선에서 벗어났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연방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흡수통일의 두려움을 유발했고 위선도 여유가 있어야 부릴 수 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한국으로선 통일논의의 상대방이 갑자기 사라졌다. 하지만 통일논의가 사라진다고 해서 통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통일이라는 것은 개념필연적으로 둘 이상 국가가 하나의 국가가 되는 것이다. 두 물리력이 하나의 물리력으로 통합되는 것이므로 평화통일은 본질적으로 지난하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서독은 단 한 번도 '통일'이라는 단어가 붙은 정부기구나 정책을 만든 적도 없는데 마른하늘에 날벼락 치듯 평화통일을 이뤄내지 않았는가. (이수현 이수현법률사무소 대표)

이수현 변호사(이수현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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