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요청에 서방 시큰둥하고 북 파병 겹쳐 출구 깜깜
우크라, 향후 3개월 걸쳐 16만명 추가 모병
캐나다 총리와 포옹하는 젤렌스키 |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우크라이나의 '승리 계획'을 지원해 달라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거듭되는 요청에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우방국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승리 계획'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가입 초청을 해달라는 항목과 우크라이나가 서방측으로부터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받아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승리 계획'을 통해 내년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서방 측은 이 계획에 현실성이 없고 지원 대폭 증강도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승리 계획'에 대한 외교 세일즈를 끈질기게 계속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를 제대로 수복하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굴욕적 조건으로 휴전을 해야 할 경우에 대비한 '대내용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이런 분석을 담은 전문가들의 관측을 소개했다.
우크라이나 국내 여론을 의식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방 측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외교 행보를 지속함으로써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사일 피습 현장서 화재 진압하는 우크라 소방관 |
NYT는 결국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협상을 통해 휴전을 해야만 하는 시점이 올 수 있으며, 그 때 대국민 설득을 위해 '편리한 희생양'으로 '서방'을 내세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서방 측 지원이 줄어들고, 동부전선과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에서 손실이 커지고 있으며, 다가오는 미국 선거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크게 변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젤렌스키에겐 다른 선택이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나토 고문을 지낸 마이클 존 윌리엄스 시러큐스대 교수는 젤렌스키의 처지에 대해 "적어도 노력은 해봤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봤다(는 얘기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젤렌스키는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확인된 점을 '승리 계획'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근거로 부각하고 있다.
그는 지난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서방 측이 '승리 계획'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플랜 B'가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다며 "딱 이대로 해야 한다고 우기는 게 아니다. 이렇게 하면 될 거라고 말한 것"이라며 "대안이 있으면 말씀해 보시죠"라고도 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에 대한 영토 할양에는 여전히 반대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를 국제법상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지 않는 방안을 언급하는 등 빼앗긴 영토 모두를 실제로 수복하지 못하는 휴전 시나리오도 검토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쳤다.
NYT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젤렌스키의 '승리 계획'에 대해 '비현실적이고, 거의 전적으로 서방 측 지원에 의존하겠다는 것'이라며 사석에서 짜증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와 바이든 |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9월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날 당시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받은 장거리미사일로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타격해도 된다는 승인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으나, 실현되지 않아 크게 실망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미국 정부 관계자 4명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런 내용을 확인해줬다고 밝혔다.
한편 우크라이나가 동부전선에서 밀려 후퇴하고 쿠르스크 전선에서는 북한군이 러시아군에 가세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병력 부족에 시달려 온 우크라이나가 29일(현지시간) 추가 동원령을 내렸다.
올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NSDC) 서기는 의회에 우크라이나군이 16만명을 모병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 취재에 따르면 이번 모병은 3개월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다.
러시아 또한 사상자가 늘면서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미국과 영국 분석가들의 추정치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지난 9월 전사나 부상으로 겪은 병력 손실이 하루당 1천200명에 이르렀으며, 이는 2022년 2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월별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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