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21 가속기 칩 /사진=ETRI

슈퍼컴퓨터(슈퍼컴)의 계산 속도를 높이는 핵심 기술인 가속기용 칩이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됐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시스템온칩(Soc) 형태의 슈퍼컴용 가속기 칩 'K-AB21'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K-AB21은 12나노 공정으로 제작된 77x67㎜의 칩이다.

슈퍼컴은 초고속으로 계산하는 연산용 컴퓨터다. 인간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는 복잡한 계산도 슈퍼컴을 이용하면 훨씬 빠르게 결괏값을 찾을 수 있어 특히 과학기술 원천기술 개발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지금까지 슈퍼컴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4개국뿐이다.

슈퍼컴 가속기는 슈퍼컴의 계산 속도를 가속하는 장치다.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도 가속기를 도입해 연산 성능을 높이곤 있지만 범용가속기라는 한계가 있었다. AI(인공지능)용 저정밀도 연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범용가속기의 특성상 슈퍼컴에 응용하면 그만큼의 효율을 내지 못했다. 정확한 과학 계산이나 정밀한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ETRI 연구팀이 개발한 슈퍼컴퓨터 가속기 칩 'AB21' (왼쪽) /사진=ETRI

연구팀은 슈퍼컴 응용에 최적화한 가속기 칩 K-AB21의 프로토타입을 내놨다. K-AB21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약 10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병렬로 들어가 있다.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메모리 계층 기술과 칩 간 연결 및 외부 주변장치와 연결하는 기술도 함께 개발했다.

조일연 ETRI 인공지능컴퓨팅연구소장은 "12나노 동일 공정 세계 최고 수준 제품보다 우수하다"고 평했다. 한우종 슈퍼컴퓨팅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글로벌 빅테크가 독식하는 가속기 시장을 슈퍼컴 분야에서만큼은 한국 기술로 대체해 독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K-AB21은 기술 검증 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다. 검증을 마치면 슈퍼컴퓨터 시스템구축업체, 데이터 센터 등 관련 업체로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초병렬 프로세서 기반 슈퍼컴퓨터 계산노드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TRI가 총괄 주관을 맡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