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1일부터 44개 퇴직연금 사업자 중 37곳이 퇴직연금 실물 이전 서비스를 시작한다. 증권사 2곳(iM증권·하나증권)과 은행 4곳(부산은행·경남은행·iM뱅크·광주은행), 보험사 1곳(삼성생명)은 시스템 구축 지연 등을 이유로 추후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그동안 은행에서 증권으로 퇴직연금 계좌를 옮기려면 운용 중인 투자 상품을 모두 팔아 현금화한 뒤 재가입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수수료 등이 발생했다.
올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00조878억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11.4% 증가한 규모다. 금융권별 퇴직연금 적립금 시장점유율도 은행이 시장점유율 51%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증권사 22.7%, 생명보험사 20.5%가 뒤를 쫒고 있다.
금융권 고객 유치 경쟁은 벌써부터 치열하다. 은행권에서는 그간 부족했던 투자 상품을 다각화하는데 한창이다.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한 펀드 라인업을 연이어 추가하며 구색 갖추기에 들어갔다.
증권사들은 보다 공격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와 손잡고 장기 투자에 적합한 신규 상품인 '디딤펀드'를 신규 설정한 것은 물론 안전자산을 중심으로 자동으로 자산 배분을 지원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고 있다. 은행 대비 고수익과 ETF와 리츠 등 다양한 상품군에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을 무기로 내걸고 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증권사가 특히 주목하는 분야다. IRP는 근로자가 퇴직 시 수급한 퇴직 일시금을 은퇴시점까지 적립·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좌다. 직장에서 퇴사할 경우 언젠가는 만들게 되는 계좌다. 확정기여형(DC) 연금과 별도로 보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연스레 연령대가 높고 투자성향이 공격적인 가입자의 IRP 보유 비중도 높다. 이에 삼성증권은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다이렉트 IRP'를 선보이기도 했다.
퇴직연금 투자일임 시장도 현물 이전에 따른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디셈버앤컴퍼니(서비스명 핀트), 업라이즈투자자문(든든), 콴텍투자일임(콴텍), 쿼터백자산운용(쿼터백), 파운트투자자문(파운트) 등 핀테크 RA업체는 물론 증권사 역시 대거 심사를 완료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시장 확대를 꾀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상품 지식수준이 높을수록, 투자 성향이 공격적일수록 은행 가입률이 낮아지고 증권사 가입률은 높아지는 경향성이 뚜렷한 편”이라면서 “결국 증권사들이 얼마나 은행 고객을 빼올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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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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