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 문제·소비자 설득 어려워'
소비자도 "지자체에 책임 떠넘기기"
30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 매대에 일회용 컵이 쌓여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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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환경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의 시행을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기로 결정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당초 전국으로 보증금제를 확대할 방침이었으나 발표 1년 10개월여 만에 느닷없이 축소한 탓이다. 카페 점주 등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은 "정책이 계속 바뀌는데다 지역마다 다르게 시행하면 사람들이 따를지 의문"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계속 정책 바뀌어 지쳐"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내년말까지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전국으로 의무화하겠다던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보증금제는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보증금 300원을 내고 컵을 반납하면서 돌려받는 제도다.
김 장관은 "현재 제도를 획일적으로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보다는 단계적, 점진적으로 이행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 근거로 △농어촌 주민의 제도 이용 어려움 △보증금 센터의 행정 비용 △매장의 인건비 부담 등을 들었다.
국회는 여야 합의로 2020년 5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도입에 관한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의결해 같은 해 6월 9일 개정안을 공포했다. 2년 뒤인 2022년 6월 10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환경부는 시행 한 달여 전 “시간이 필요하다”며 6개월 뒤로 미뤘다.
환경부는 같은 해 12월부터 제주와 세종에서부터 일회용컵 보증제를 시행하면서 고시를 내고 2025년 말까지 전국 확대 방침을 명확히 했다. 따라서 본격적인 전국 시행 이전에 준비와 대비를 해온 자영업자들은 갑작스러운 '철회'로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나모씨는 "처음 매장 내 일회용 컵 이용을 규제한다고 해서 급하게 유리컵을 주문했었다. 계속 정책이 바뀌어 지친다"며 "실제로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지키는지 수많은 카페들을 감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자체가 지역 내 카페 전체 규제 혹은 일부 카페거리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대한 부분 시행을 선택할 수 있게 된 점에서도 불만이 컸다. 어떤 기준을 내세우든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수도권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모씨(30)는 "시행 대상에 포함된 카페는 포함되지 않은 곳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일괄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아니고 다 다르면 누가 정책을 따르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비자도 "실효성 없다"
소비자들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실효성과 현실성에 의문을 드러냈다. 30대 직장인 김현주씨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막 던져보기'식으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사무직이 아니라 현장에 텀블러를 들고 다니기 어려운 편인데 일회용 컵에 값을 매긴다고 바로 텀블러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비판했다.
환경보호 측면에서 정부 책임을 지자체로 떠넘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직장인 박모씨(30)는 "보증금제를 전국적으로 의무화하겠다고 했다가 지자체 자율로 맡기면 어떤 지자체에서 굳이 보증금제를 채택하겠나"며 "설익은 정책을 일단 내놓고 계속 말을 바꾸니까 혼란이 생긴다"고 꼬집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일회용품 보증금제를 시행하기 전 홍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유료로 일회용품을 제공하면 소비자랑 마찰이 생긴다. 고객이 불만을 표출하거나 제도를 따르지 않겠다고 하면 그 리스크와 갈등은 소상공인이 감당해야 한다"며 "보증금제 정책이 시행되기 이전에 홍보와 캠페인 등을 통해 일회용 컵 보증금에 대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인식부터 자리잡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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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yj@fnnews.com 노유정 송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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