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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정부·재단 "징용 피해 이춘식 할아버지, '3자 변제' 수용"…장남 "취소 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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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104) 할아버지가 정부의 '제3자 변제' 배상을 수용했다고 외교부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밝혔다. 이로써 2018년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생존 피해자 전원이 해법을 수용하게 됐다. 다만 이 할아버지의 가족 일부가 이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

이춘식 할아버지의 장남 이창환 씨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제3자 변제' 수용 관련 기자회견 중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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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심규선 재단 이사장은 중앙일보에 "이날 오전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 할아버지에 대해 판결금과 지연이자가 지급됐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도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 해법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힌 생존 피해자 한 분께 판결금과 지연 이자가 지급됐다"며 "그 결과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 피해자 15분 중 13분의 피해자, 유가족께서 정부 해법에 따라 판결금을 수령하시게 됐다"고 설명했다.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중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인 고(故) 정창희 할아버지와 고(故) 박해옥 할머니의 유족은 해법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정부가 발표한 '제3자 변제'는 대법원에서 승소해 손해배상 권리를 확보한 징용 피해자들에게 재단이 피고 기업들을 대신해 우선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2018년 10~11월 대법원에서 강제동원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 15명 중 12명이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수령했다. 13번째 수령자가 된 이 할아버지는 1940년대 신일본 제철의 전신인 일본 제철의 일본 제철소에 강제동원돼 노역을 했지만,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일제 패망 뒤 귀국했다.

이로써 2018년 10~11월 대법원에서 승소해 확정판결을 받았던 피해자 중 제3자 변제 해법 발표 당시 생존자였던 3명 전원이 이를 받아들인 게 됐다. 당초 정부의 해법 발표 직후 이 할아버지와 양금덕(96) 할머니, 고(故) 김성주 할머니(지난 5일 95세로 별세)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차례로 마음을 돌렸다. 지난 5월 김 할머니, 지난 23일 양 할머니에 이어 이날 이 할아버지까지 해법을 수용하면서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의 '1차적 매듭'은 지어졌다는 평가다.

다만 이 할아버지의 해법 수용 직후 가족 일부가 이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 할아버지의 장남 이창환 씨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부친이) 제3자 변제를 수령했다는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아버지는 노환과 섬망증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해 정상적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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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 씨는 "형제 일부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과 접촉해 수령 여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반대 입장이었다"며 "신속하게 형제들에게 현재 상황이 왜,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 누가 서명한 것이고 누가 돈을 수령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취소할 수 있는지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재단으로부터 판결금과 지연 이자를 수령한 뒤 이를 반환한 사례는 없다.

한편 제3자 해법을 수용하는 피해자는 갈수록 늘지만 재원 마련을 위한 일본 측 호응이 전무한 점은 본질적 한계로 지적된다. 한국 측 기부로만 배상이 이뤄진다면 제3자 변제는 언제까지나 '물컵의 남은 반잔'을 채우지 못한 채 미완의 해법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본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은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며 재단에 기부도 거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단이 운용할 수 있는 기부금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이날 이 할아버지에게 지급된 배상금과 지연이자는 당초 제3자 변제를 거부했던 피해자 4명을 위한 공탁금으로 편성했던 13억원에서 지출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대법원에서 52명의 추가 승소자가 나오면서 이들이 모두 해법을 수용할 경우 재단에는 추가로 최소 120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재단에 남은 돈은 지난 9월 포스코가 납부한 20억원을 포함해 약 26억 원에 불과하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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