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크라 파병]
국방정보본부 “선발대 투입 개연성”… 우크라 지원 NGO “전사자도 발생”
美언론 “세계적 분쟁에 가까워져”
파병 북한군 10대 후반까지 포함… “탁 트인 곳서 드론戰 큰 피해 볼듯”
한국어 공부하는 러軍 28일(현지 시간) 친(親)우크라이나 성향 텔레그램 채널에 러시아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한국어 공부를 하는 영상이 올라왔다(위 사진). 병사가 손에 쥔 유인물에는 ‘천천히 말씀해 주세요’ 등 한국어 문장의 발음법이 영어와 러시아어로 적혀 있다. 북한군과 러시아군 간 소통 문제가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이 영상에는 러시아 병사가 “이해하기 어렵다”며 욕하는 장면이 담겼다. 사진 출처 텔레그램 ‘exilenova…plus’ |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 격전지인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에 배치된 데 이어 우크라이나 영토에도 일부 진입했다고 CNN이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같은 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진입하면 타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 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지원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 “미국은 한국의 무기 지원 등을 포함해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인근 국가를 통해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강화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등을 지원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북한 대리전, 나아가 더 큰 규모의 국제적 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북한의 대응에 따라 남북 간 충돌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기업연구소의 니컬러스 에버스탯 정치경제석좌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북한군 파병으로 세계적 분쟁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 북한군 전선 투입 빠르게 진행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전선 투입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른다. CNN은 서방 정보당국자 2명을 인용해 “북한군 일부가 이미 우크라이나에 진입해 주둔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정보당국자는 CNN에 “북한군 중 상당수가 이미 행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군이 러시아 동부 훈련을 마치고 최전선으로 이동함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투입되는 인력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아직 우크라이나에 북한군이 들어왔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정보는 없다”고 답했다.
이미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치렀다는 주장도 나왔다. 리투아니아 비영리기구(NGO) ‘블루옐로’의 요나스 오만 대표는 28일 현지 매체 LRT에 “우리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군과 북한군의 무력충돌이 이미 25일 쿠르스크주에서 벌어졌다”며 “한국인(북한군)은 1명 빼고 전부 숨졌다”고 밝혔다.
한국 국방정보본부도 30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 일부 선발대가 전선에 투입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정보본부는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보고하며 “쿠르스크 등 전장으로의 이동이 임박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고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전했다.
● 폭풍군단, 후방 침투와 시가전 등 주특기
정보본부는 또 “폭풍군단(북한군 11군단) 지휘관 일부가 선발대로 현지에 갔을 수 있다”고도 보고했다. 폭풍군단은 대규모 육탄전보다 요인 암살, 후방 침투·교란, 시가지 작전, 주요 시설 폭파 등을 주특기로 하는 부대다. 정보본부는 “북한군이 언어 등의 문제로 독자적으로 전투를 수행하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군과) 혼합 편제를 해야 효율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쿠르스크 일대가 개활지이며 드론전 형태로 전쟁이 진행되는데 북한군에는 드론이 보급돼 있지 않아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파병된 북한군은 주로 20대 초반이며 10대 후반도 일부 포함됐다는 외신 보도도 사실일 것으로 추정됐다. 국가정보원은 정보위에 “폭풍군단으로 파병된 북한군은 주로 20대 초반이 많고, 10대 후반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전투능력을 결코 낮게 평가해선 안 된다”고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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