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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청주 담배판권 '짬짜미' 의혹…허술한 운영에 1+1 현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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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권 획득 후 위치변경 신청…재지정 선착순

브로커 의심 대리인 일괄 처리…구청은 뭐하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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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 연현철 기자 = 충북 청주지역 담배판권이 사전담합 거래 의혹을 낳고 있다.

느슨한 규정과 지자체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맞물리면서 담배 소매시장의 카르텔 현상을 키우고 있다.

31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청주시 흥덕구는 지난 8월12일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라 봉명동 신축 상가건물에 대한 담배소매인 지정신청을 공고했다.

담배소매 영업소간 50m 거리를 둬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 상가건물에는 마트 1곳만 담배판권이 주어졌다. 우선권자는 국가유공자나 장애인, 그 가족이다.

이 상가건물에선 임차인 9명이 신청서를 내 A마트 대표자가 담배소매인으로 당첨됐다.

A마트는 개업 나흘 뒤 담배판권을 얻고, 또다시 나흘 뒤 영업소 위치 변경을 신청했다. 해당 상가건물이 아닌 청주지역 다른 곳에서 담배를 팔겠다는 의도에서다.

이 마트는 담배판권을 얻기 위해 건물주와 1~2개월 남짓한 임대차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60일 이상 영업을 하지 않은 업체에는 별도의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관할 구청의 담배소매인 지정 취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담배소매인 추첨 과정도 의문 투성이다.

지난달 흥덕구의 담배소매인 추첨 당일 신청자 9명 중 직접 참석한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6명과 2명은 각각의 대리인에게 위임장을 줬고, 이 중 6명의 위임장을 받은 대리인 1명이 당첨됐다.

추첨에서 탈락한 한 상인은 "애초부터 담배소매인 당첨 확률을 높이고자 상가 임차인과 대리인이 짜고 친 것 아니냐"며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 상인들은 들러리에 불과한 절차"라고 분개했다.

이어 "대리인에게 위임을 한 상가 임차인 중에는 마트 운영에 부적합한 상가 2층에 사업자등록을 한 경우도 있었다"며 "처음부터 이 상가건물에서 담배를 팔 생각이 없던 것"이라고 담합 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사후 절차는 더 문제다. 당첨자의 담배 판매위치 변경 신청 후 새로운 담배소매인을 지정하는 절차가 사실상 깜깜이로 진행된다.

폐업 신청과 달리 위치 변경의 경우 담배소매인 재지정 공고를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에 따라 재지정 공고 절차 없는 선착순 모집이 관행적으로 이뤄진다.

이 때부터는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에 한정된 신청 자격이 일반으로 확대된다. 담배판권을 얻은 임차인의 대리인이 위치 변경 신청서를 내자마자 같은 대리인이 위임 대상을 넓혀 선착순으로 재지정을 받는 구조다.

담배소매인의 과다 경쟁을 막고자 도입한 담배 판매 허가권이 도리어 '1+1'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흥덕구 관계자는 "업체당 한 명의 대리인만 허용한다는 규정도 없고, 여러 업체의 위임을 받는다고 해서 제재할 방법은 없다"며 "실제 영업 의지를 확인할 길이 없고, 담배판권 취득 후 60일 이상 영업을 하지 않아야 지정 취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행정오류를 범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담배판권 취득자의 폐업 신청 시에는 담배소매인 재지정을 공고하도록 돼 있으나 위치변경 신청 때는 '공고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에 그친다"며 "앞으로는 재량권을 적극 발동해 공정성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흥덕구는 관련 문제가 불거지자 다음 달 6일까지 해당 상가에 대한 담배소매인 재지정 공고를 뒤늦게 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yeon082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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