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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52조원 주고 이혼한 재벌도 벌벌 떨게한 그 남자의 ‘뒤끝’ [필동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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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아마존 창업자이자 워싱턴포스트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워싱턴포스트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설을 게재하려고 했으나, 베이조스가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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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 워싱턴포스트의 사주이자 유통 기업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무서운 것일까. 아무래도 그런 거 같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사설을 게재하려고 했지만, 베이조스가 이를 막았다. 베이조스는 “(언론이 특정후보를 지지하면) 독립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그게 진심일까. 혹시 트럼프의 대통령 재직 중에 악의에 찬 공격을 받은 ‘아픈 기억’ 때문 아닐까.

베이조스는 한때 트럼프에 맞선 적도 있었다. 트럼프가 자신에 비판적인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불만을 품고는 아마존을 공격하던 초창기에는 “트럼프를 우주로 보내자”라는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뒤끝을 두려워한 측근들이 대통령을 건드리지 말자고 조언하자 이를 수용했다. 트럼프가 임기 내내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의 로비스트”라거나 “(아마존 때문에) 미국 전역이 피해를 보고 있다”라며 공격했지만 참았다.

그러나 트럼프의 공격은 막말로 끝나지 않았다. 미국 국방부가 무려 100억 달러(약 13조 4000억원)규모의 클라우드 시스템 사업을 발주했을 때였다. 당시 아마존은 클라우드 시장의 48%를 점유하고 있는 업계 최강자였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한 경험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아마존의 수주를 당연시했다. 그런데 당시 대통령인 트럼프가 훼방을 놓기 시작했다. 기자회견에서 “저는 국방부와 아마존이 계약하는 것에 엄청난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했다. 몇 시간 후에는 대통령 아들까지 나서서 “공정한 입찰을 하지 않는 베이조스와 아마존의 음흉한 관행이 그들 자신을 물어뜯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결국 아마존은 탈락했다.

베이조스는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그 같은 공격이 재개될까 걱정했을 것이다. 그래서 ‘해리스 지지 사설’을 포기한 게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언론이 권력자의 압력에 고개를 숙인 게 된다.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니 씁쓸하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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