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6(2020년=100)을 기록했다. 전달보다 0.3% 감소했다(이하 전월 대비). 지난 8월(1.3%) 4개월 만에 반짝 증가했다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산업 생산지수는 광공업·서비스업·건설업 등 국내 산업의 재화·용역 생산 활동 동향을 집계한 경기지표다.
김영옥 기자 |
주요 산업이 두루 부진했다. 광공업(-0.2%)·건설업(-0.1%)·서비스업(-0.7%) 생산이 모두 줄었다. 세부적으로 광공업 분야에서 제조업(-0.1%)과 광업(-1.1%)·전기가스업(-0.8%)이 부진했다. 특히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 생산이 2.6% 감소했다. 지난 7월 8.5% 급락했다가 8월 6.7% 오른 뒤 다시 감소하는 등 최근 증감 폭이 크다.
마침 반도체 대표기업 삼성전자가 이날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하며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 29조2700억원, 영업이익 3조86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근 눈높이를 낮춰 4조2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기대한 시장 전망치에 못 미쳤다. 삼성전자는 범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선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선 SK하이닉스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가 마이너스이긴 하지만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높고 수출도 잘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내수)도 주춤했다. 지난달 소매판매가 0.4% 감소했다. 8월(1.7%)에 18개월 만에 최고 수준 증가율을 기록해 기대감을 키웠다가 다시 식었다. 구체적으로 음식료품·화장품 등 비내구재(-2.5%)와 의복·신발·가방 등 준내구재(-3.2%) 소비가 줄었다. 반면 승용차·가전제품 등 내구재(6.3%) 소비는 늘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반기에 수출 회복의 온기가 내수로 퍼지지 않는 것을 우려했는데, 하반기 들어 내수 부진에 더해 반도체가 상징하는 수출마저 주춤하고 있다”며 “경제 전망에 긍정적 요소가 좀처럼 보이지 않아 하반기는 물론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생산·소비·투자 3대 축 중에선 설비 투자만 전월 대비 8.4% 증가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17%)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반도체 효과를 빼면 투자도 사실상 마이너스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자동차와 항공기·선박 등 운송장비 투자는 15.1% 줄었다. 최근 한 달간 공사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도 0.1% 감소했다. 지난 5월부터 5개월째 감소세다. 공미숙 심의관은 “기계류 투자를 빼면 전체적으로 플러스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제 심리는 여전히 냉골이다. 현재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동행 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8.2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0.1포인트 감소했다. 향후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100.6으로 전달과 같았다. 각각 7개월, 3개월 연속 보합 또는 하락세다. 동행지수·선행지수 변동치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호황, 미만일 때는 불황으로 본다.
산업활동동향은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전 분기 대비 0.1%)이 기대에 못 미친 상황에서 나온 최신 경제 지표다. 하반기 경제 전망에 경고등이 켜졌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 기존 경제성장률 전망치(2.6%)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9일 국정감사에서 “내수는 예상대로 회복하고 있는데 수출이 미국 대선, 중국 상황 등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재부는 “반도체 산업의 근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송전 인프라 구축과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등 추가 지원 방안, 석유화학과 2차전지 등 주력 품목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공공 공사비 현실화 방안도 연내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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