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31일 윤석열 대통령의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 개입 의혹이 담긴 명태균씨와의 대화 육성 파일을 공개하자 여권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공식 대응은 자제하면서도, 개별적으로는 “당선인 때 대화는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윤 대통령 엄호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당무 감사 등 선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원내대표실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당초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특별감찰관(특감) 추진을 놓고 중지를 모을 계획이었으나, 윤 대통령과 명씨의 녹취 음성이 공개되면서 분위기가 더 심각해졌다. 중진 회의를 주재한 추경호 원내대표는 회의 종료 직후 기자들에게 “(녹취록 공개에 대해선)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대통령실의 입장이 발표됐고, 사실관계는 대개 그 정도 사안에서 이해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한동훈 당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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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선의 친윤계 권성동 의원은 “11월 재판을 앞둔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방탄 일환”이라며 맞받아쳤다. 권 의원은 중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취임 전에 당선인 신분에서 나눈 대화였기에 탄핵 사유로 보이지 않는다”며 “당에서 물어와 의견을 이야기한 것은 1호 당원인 대통령이나 당선인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국민의힘 법사위원도 “설령 윤 대통령이 공관위에 의견을 개진했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기존 판례에 비춰봐도 단순히 공천 관련 의견을 공관위에 전달한 것만으로 선거법 위반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당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내 최다선(6선)인 조경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당무 감사를 착수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보고 있다. 필요하다면 제가 요청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녹취 내용에 대해서도 “그러한 행위들이 위법 또는 합법이냐를 떠나서 적절한 행동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당에서 공식적으로 대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금 명씨는 수사 대상이기 때문에 유효하게 당무 감사를 하는 게 좋은지는 의견 수렴을 해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 대표는 이날 녹취록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당 대변인 차원의 공식 입장도 나오지 않았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야당의 공천 개입 의혹에 끌려가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며 “의혹 해소 없이 답보 상태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녹취 공개 전 열린 최고위원회에선 “(야당) 공세 방어에 힘 쏟지 않고 민생에 집중하기 위해 미래 비위를 예방할 특감을 지금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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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중진 회의에선 참석 의원 대부분이 공개 의총으로 특감 추진 여부를 정하는 데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표결 양상으로 가는 건 숙고하고, 가급적 지양했으면 좋겠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특감 표결은 적절치 않고, 원내대표와 당 대표 간 논의해 합의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계파색이 옅은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당에서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건 이제 좀 자제해도 될 정도로 용산에서 충분히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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