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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김영선 해줘라 해" 녹취 파장…명태균 "증거 불지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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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9월 올린 사진.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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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31일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녹음 파일에는 윤 대통령이 “김영선이 (공천) 좀 해줘라”라고 말한 대목이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공천개입 의혹을 밝혀줄 물증”이라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을 입증할 육성이 최초로 확인됐다”며 “명태균 사태 이후 이어진 믿기 어렵던 주장과 전언이 사실로 밝혀졌다”고 하면서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①윤 대통령-명태균 통화녹취를 제3자가 녹음한 것(17초) ②명씨가 제3자에게 윤 대통령과의 통화내용 설명하는 것(45초) ③명씨가 김영선 전 의원에게 소리치는 것(3분49초) 등 세 가지다.


민주당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는 2022년 5월 9일 이뤄졌다. 해당 날짜는 윤 대통령의 취임(2022년 5월 10일) 하루 전날로, 당시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었다. 그로부터 한달쯤 지난 6월 15일 명씨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담긴 윤 대통령과 자신의 통화 녹음 파일을 틀었고, 이를 제3자가 현장에서 녹음했다고 한다.

재생된 파일에서 윤 대통령은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이에 명씨는 “진짜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전 의원은 통화 다음 날인 5월 10일 경남 창원 의창 지역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받았고, 6월 1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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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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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로 공개된 녹음 파일에서는 김건희 여사도 언급됐다. 명씨는 “지 마누라(김 여사)가 옆에서 ‘아니 오빠 명 선생님 그거 처리 안 했어, 명 선생님이 이렇게 아침에 놀라서 전화 오게 만드는 오빠가 대통령으로 자격이 있는 거야’(라고 말하더라)”고 말했다. 명씨는 그러면서 “처음에 무슨 말이 많은지 (대통령이) ‘나는 분명히 했다’라고 마누라보고 얘기하는 거야”라며 “장관 앉혀라, 뭐 앉혀라,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거 앉혀라, 저거 앉혀라 (하니까 대통령이) 안 한 거야. (그랬음에도) 마누라 앞에서 했다고 변명하는 거야”라고 했다.

명씨는 또 “(대통령과 통화를) 끊자마자 마누라(김 여사)가 전화가 왔다”며 “(김 여사가) ‘선생님, 윤상현(국민의힘 의원)이한테 전화했습니다. 보안 유지하시고 내일 취임식 오십시오’ 이렇게 하고 전화를 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상현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이었다. 명씨는 2022년 5월 10일 김 여사 초청으로 국회에서 열린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2022년 6월 중순으로 추정되는 명씨와 김 전 의원 대화 녹취에선 명씨가 “오늘 전화해서 윤석열이 뭐라고 하는지 압니까, 나한테? 시키면 왜 시키는 대로 안 합니까? 자꾸”라며 “김건희가 권력을 쥐고 있잖아요. 권력 쥔 사람이 오더를 내리는데 본인이 왜 잡소리 합니까”라며 소리를 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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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녹취록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녹취록이 공개되고 있다. 왼쪽부터 박찬대 원내대표, 서영교 의원, 진성준 정책위의장, 김용민 의원. 뉴스1



지난 9월초부터 불거진 정치브로커 명태균 의혹의 핵심은 윤 대통령 부부가 과연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실제로 관여했느냐 여부였다. 지금까지는 명씨나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 강혜경씨의 전언 형태였다. “사모(김 여사)하고 전화해서 대통령 전화해가지고 (따졌다).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대”(명태균) 등이었다. 하지만 이날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육성이 공개됨에 따라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당장 민주당은 탄핵 여론을 키울 ‘스모킹건’이라는 입장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헌정질서를 흔드는 위중한 사안임을 입증하는 물증”이라고 했다. 박균택 법률위원장도 통화에서 “대통령이 될 사람으로서 사회적 영향력을 이용해 정당의 공천 결정에 관여한 준 것”이라며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이자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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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당시 윤석열 당선인은 공관위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또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 당시 공천 결정권자는 이준석 당 대표, 윤상현 공관위원장”이라며 “명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 뿐”이라고 했다. 윤상현 의원은 “공관위원장으로서 자료나 서류를 일절 대통령 측에 들고 간 적이 없다”고 했다.

다만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저는 윤 대통령이 공관위에서 보고를 받는 줄도 알지 못했고, 또 후보 측 관계자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하는지도 몰랐다”며 “저 시점으로부터 한 달 뒤에 윤리위 걸어서 쫓아내려고 기획했던 자들이 어디서 이준석 팔아서 변명하려고 하느냐”라고 맹비난했다.

이날 녹음 파일 공개 뒤 명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민주당에 녹취록을 제공한 적이 없고 녹음을 제공한 사람은 내가 고용한 A씨로 추정된다”며 “중간에 내용은 하나도 없는데 A씨가 다 녹음을 못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잘린 부분은 당에서 다 알아서 하겠다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휴대폰 등 증거들을) 아버지 묘소에 묻어 놓으면 제일 안전하기 때문에 묻어놨다”며 “오늘 다 불 지르러 간다. 불 지르고 치워버린 다음에 내가 죄지은 거 있으면 감수할 것”이라고 했다.

김효성·강보현·김정재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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