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1 (금)

“엔비디아 잡고 일어선다”…삼성이 칼 갈았다는 신무기, 대체 뭐길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선택과 집중’ 나선 삼성전자
3분기 파운드리 실적 부진
DS부문 흑자전환 빛바래

“5세대 HBM 품질검사 순항”
손실난 파운드리 투자 줄이고
데이터센터 겨냥 2나노 확대

디스플레이·가전부문 부진
4분기 스마트폰 성장 기대


매일경제

3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이날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천83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77.3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자, 수익성 높은 제품군을 골라 투자하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 카드를 꺼내 들었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산업이 성장 중인 부품 사업에선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같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양산을 서두르고, 경기 사이클이 하락 국면에 있는 세트 사업은 프리미엄 제품을 늘리는 동시에 인공지능(AI) 기능을 속속 도입해 점유율보다 수익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부문인 DS는 위탁생산(파운드리) 비중은 축소하되 차세대 칩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방향을 잡았다. 대표적 제품이 메모리사업부의 HBM이다. 삼성전자는 31일 컨퍼런스 콜을 통해 “2025년까지 DDR 메모리의 생산량 증가가 크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면서 “이에 5세대 HBM인 HBM3E 제품의 판매를 늘리는 동시에, 6세대인 HBM4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주요 고객사의 품질 테스트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를 완료했다”며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연내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운 장면이다. HBM은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70% 증가했다. 또 올 4분기엔 HBM3E가 전체 HBM 매출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점유율은 각각 52.5%, 42.4%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대만 파운드리 기업인 TSMC와 손잡고 HBM4 개발에 나선 상태다. 이에 삼성전자는 고객사가 요구할 경우, 삼성 파운드리 대신 TSMC 공정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부사장은 “복수 고객사와 맞춤형(커스텀) HBM 사업화를 준비 중”이라며 “맞춤형 HBM은 고객 요구사항을 만족시는 게 중요하므로, 베이스 다이(HBM층의 1층 단) 제조와 관련된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장 장치인 낸드는 2025년 공급량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새 설비를 구축하는 대신 현재 불필요한 라인을 수요에 맞춰 전환해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서버용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판매를 확대하고 고용량 제품을 서서히 늘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까지 64테라바이트(TB)와 128TB 같은 매우 큰 용량의 QLC(쿼드 레벨 셀) SSD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반도체 위탁 생산인 파운드리사업부 역시 시장상황과 투자효율을 고려해 새로운 생산설비를 구축하기보다 기존 공장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송태중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시황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라인 전환에 우선순위를 두고 파운드리 투자를 운영 중”이라며 “올해 시설투자 규모는 감소할 전망이고, 수익성을 고려해 신중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2나노미터(머리카락 두께의 약 5만분의 1) 크기의 초미세 반도체에 대한 투자는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과 데이터센터, 슈퍼컴퓨터, 인공지능(AI) 등에 필요한 고성능 컴퓨터에 적합한 2나노 GAA(게이트 올어라운드)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주요 고객사와 협력해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삼성전자 스케치. [이승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선택과 집중을 택한 것은 시장 기대감보다 낮은 영업이익 때문이다. 삼성전자 3분기 매출은 79조897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영업이익 역시 9조1834억원으로 전년 적자에서 큰 폭으로 흑자 전환했다. 문제는 내용이다.

DS부문은 매출 29조2700억원에 영업이익 3조8600억원을 달성했는데, 시장에서는 영업이익 4조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사업부가 7조원 가까운 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되지만, 파운드리와 LSI 사업부에서 큰 손실을 내면서 전체 이익을 깎은 대목이다. 비메모리 부문 적자는 1조원 중후반대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연간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에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있다. 반도체 영업이익을 올 1~3분기로 확대해 보면 삼성전자 12조2200억원, SK하이닉스 15조3845억원 수준이다. SK 하이닉스가 이미 3조원 이상 많은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다른 사업부 역시 부진했다는 평가다. 모바일·가전 사업부인 DX 부문의 매출이 44조99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조37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9.7% 감소했다. 또 디스플레이 계열인 SDC 부문은 매출 8조원과 영업이익 1조 5100억 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분기보다 각각 2.7%, 22.2% 줄어든 것이다. 전장 자회사 하만은 매출 3조5300억원, 영업이익 3600억원을 기록했다.

다니엘 아라우호 MX 사업부 상무는 “4분기 스마트폰 시장은 계절적 요인으로 전 분기 대비 성장할 것”이라면서도 “중저가 경쟁 심화로 평균판매단가(ASP)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