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시간도 86분으로 역대 최장… 고중량 탄두로 美전역 타격 가능
북한이 31일 아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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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31일 ‘화성-18형’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한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작년 12월 고체 연료 ICBM인 화성-18형 도발을 한 지 10개월 만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중 가장 강력한 이번 ICBM은 미국 전역이 사정권일 뿐 아니라, 대형 탄두 또는 복수의 탄두를 탑재했을 가능성도 있다. 오는 5일로 예정된 미 대선을 겨냥한 대미(對美) 위협임과 동시에 한미의 러시아 파병 비판에 대한 무력시위로 해석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 10분경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포착했다”며 “고각으로 발사된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고각 발사된 ICBM은 약 1000㎞를 비행했는데, 비행시간(86분)과 최고고도(7000㎞ 이상)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전에 발사된 화성-18형의 사거리가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1만5000㎞였다. ICBM 사거리를 충분히 확보한 북한이 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더 무거운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신형 ICBM을 시험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양진경 |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면서 북한이 어떠한 기습 도발도 획책할 수 없도록 빈틈없이 대비하라”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지시했다. 합참은 북한의 ICBM 도발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음을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한미는 이날 양국의 유·무인기 110여 대가 참가하는 연합 공중 훈련(프리덤 플래그)을 실시했다. 또 정부는 북한의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15개 품목을 감시 대상으로 신규 지정했다.
한미, 北 미사일 이동 발사대 타격 훈련 -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31일 한미 공군은 F-35A 등 5세대 전투기를 비롯해 전투기 110대를 동원한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 '프리덤 플래그'를 실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압도적으로 응징할 능력과 태세를 항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전날 공군의 F-15K가 적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가장한 표적을 명중시킬 GBU-12 공대지 유도폭탄을 투하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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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이번 도발에 사용한 ICBM이 ‘화성-18형’ 개량형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초기 판단한 것으로는 신형 고체 추진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에 북한이 공개했던 12축짜리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에서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어서 추가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관영 매체를 통해 12축 신형 TEL을 공개했다. 기존에 북한이 공개했던 TEL 중 바퀴가 가장 많았던 건 액체 연료 ICBM인 화성-17형용 차량으로 11축이다. 고체 연료 기반의 화성-18형은 9축 TEL을 이용한다. 12축 TEL이 사용됐다는 건 북한이 새로운 ICBM을 발사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오늘 발사한 북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북한이 동해로 고각 발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중 최장 비행시간을 기록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며 “신형 ICBM은 화성-18형 개량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북한은 이번 도발로 신속 타격 능력도 과시했다. 국방정보본부는 3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TEL을 배치했고, 미사일도 준비했다”며 “다만 미사일이 거치대에 장착된 상태는 아니다”라고 했다. 도발 전날까지 장착되지 않았던 미사일을 단시간에 발사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연료 주입에 시간이 걸리지 않는 고체 연료 방식이라 단시간에 ICBM을 준비해 발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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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검증은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위해선 정상각도(30~45도)로 미사일을 쏴야 하지만 북한은 이번에도 고각을 택했다. 다만 김용현 국방장관은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ICBM 재진입 기술은 거의 완성에 가깝다고 본다”며 “(정찰)위성도 쏘다가 실패했지만, 성공 직전까지 가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반대급부로 러시아의 ICBM 기술이 북한으로 넘어가면 이 같은 ‘마지막 퍼즐’이 맞춰질 수 있어 한미에 더욱 위협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ICBM 발사 직후 관영 매체를 통해 “이번 발사는 적수들에게 우리의 대응의지를 알리는 데 철저히 부합되는 적절한 군사 활동”이라며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전략미사일 능력의 최신 기록을 경신했다”며 “세계 최강의 위력을 가진 전략적 억제력의 현대성과 신뢰성을 과시했다”고 했다. 북한은 통상 ICBM 발사 이튿날 사실을 알려왔지만, 이날은 5시간 만에 공개했다. 신형 ICBM 발사 성공을 빨리 밝혀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2축 이동식발사대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국방공업기업소를 방문해 12축 이동식발사대(TEL)에 손을 얹은 채 이야기하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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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와 공조해 북·러 ‘핵 동맹’을 과시하려는 의도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앞서 러시아는 전날 육·해·공 3대 핵전력을 총동원한 대규모 전략핵 훈련을 실시했다. 합참은 “미국 대선이 임박해 있는 시점에서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ICBM 도발 직후 대응 차원에서 110여 대의 한미 공중전력이 참가한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우리 측 스텔스 전투기 F-35A, 주일 미군의 F-35B, 무인기 MQ-9 ‘리퍼’ 등이 동원됐다. 합참은 지난 30일 우리 공군이 TEL을 모사한 표적을 F-15K가 공격해 폭파하는 훈련 장면도 추가로 공개했다. TEL에서 ICBM을 발사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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