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
'김 여사 리스크' 해법을 놓고 집권여당의 '윤·한 갈등'이 '한·추 갈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으로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한 장외투쟁에 돌입하는 상황에서 집권여당의 이런 분열은 참으로 한심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에서 3가지 요구사항을 관철하지 못한 채 이견과 불화만 드러내면서 '윤·한 갈등'을 드러냈다. 김건희 여사 라인의 인적 쇄신 요구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누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려주면 잘 판단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교체할 수 없다는 것의 우회적 표현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우리 의원들이 헌정을 유린하는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할 경우 나로서도 어쩔 수 없겠지만 나는 우리 당 의원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앞으로 민주당이 재발의하는 '김건희 특검법'에서 최소 4표 이상의 여당 이탈표가 나오면 차례로 정권이 붕괴될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인데도 어쩔 수 없다고 버티는 윤 대통령의 인식과 태도는 참으로 안일하고 무책임하다.
김 여사 문제 해법으로 특별감찰관(특감) 후보 추천을 추진하겠다는 한 대표의 의견에 추경호 원내대표가 특감 후보 추천은 "원내 사안"이라고 맞섰다. 이에 한 대표는 "당대표는 법적·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한다"는 당헌 제25조 1항을 언급하며 "원내든 원외든 총괄하는 임무를 당대표가 수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김 여사 문제의 근본적 해법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싸움'이다.
이런 계파갈등의 추태와 부작용을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기 위해 시도한 '원내정당체제'를 만들지 못한 업보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원내정당체제의 핵심 골격은 당정분리, 중앙당 폐지, 원내정당화, 국민경선제 도입이다.
'윤·한 갈등'과 '한·추 갈등'의 복합갈등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낳는 전형적인 갈등이라는 점에서 '원내정당체제'로의 정치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공천권 장악'과 '의원 줄 세우기'의 동기로 유지되는 '중앙당 있는 정당체제'를 타파하고 '원내정당체제'를 도입하는 게 절박하다. 중앙당이 없다면 당대표와 그의 공천권도 없다. 미국의 정당은 원내정당체제를 잘 보여준다.
지금까지 당정일체로 제왕적 대통령에게 지배받는 중앙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갖고 대부분 의사결정을 해왔다면 원내정당체제는 당정분리로 국민의 지지를 받는 국회의원 중심의 의원총회가 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되고 원내대표가 당의 대표를 맡는 것을 말한다. 원내정당체제의 요체는 국회의 기능과 의원들의 자율성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식 예비선거제의 법제화와 강제당론제 폐지 및 여야 간 교차투표 허용 등이 필요하다. 만약 미국식 예비경선제가 도입됐다면 선거 여론조사 조작과 대통령 부인의 공천개입 의혹으로 상징되는 '명태균 스캔들'도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예비경선제도의 도입은 그동안 수많은 잡음으로 얼룩진 여론조사 공천방식을 막고 이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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