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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투데이 窓]제도정비가 필요한 지역주택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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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 혁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도시정비팀, 블록체인팀)




길을 가다 보면 물티슈를 건네며 분양상담을 받으라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봤을 것이다. 따라가 보면 분양상담사가 입지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가격이 주변에 비해 절반 수준밖에 안 되고 중도금 무이자 대출까지 가능하다고 하며 계약을 권유한다. 서울 시내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은 요즘 이런 상담을 받거나 광고문구를 보면 누구나 혹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러한 상담이나 광고문구에서 숨기는 것이 시행주체가 지역주택조합이라는 것이다.

지역주택조합은 주택법에서 '많은 수의 구성원이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하는 조합'을 말한다. 이 규정에서 특이한 점은 주택조합은 설립하는 주체가 해당 지역의 부동산 소유자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조합이 해당 지역에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을 소유한 자들이 조합원이 되는 것과 달리 지역주택조합은 주택을 마련할 목적으로 가입하면 조합원이 된다.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을 모집해야 하고 앞서 본 분양상담은 조합원을 모집하기 위한 홍보수단이다. 그런데 문제는 위와 같은 상담과정을 거칠 때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가입이 아니라 마치 몇 평형 아파트를 얼마에 분양받을 수 있다는 식의 설명과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나중에 가입계약을 사람들이 사업진행이 늦어 계약을 후회하고 분쟁에 이르는 사례가 빈번하다.

지역주택조합은 토지를 확보하고 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조합가입 계약자들이 납부한 가입금으로 토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위 조합 사업을 하는 지역은 아파트부지가 아니라 단독주택이나 빌라단지들이어서 용적률 상향 등을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는 등 아파트 건축에 필요한 도시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그와 같은 토지의 확보와 도시계획 수립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문제 때문에 2020년 법률을 개정, 주택건설 대지의 50% 이상 토지사용권원을 확보해 지자체장에게 신고한 후에야 조합원 모집을 하도록 하고 있으나 현재도 나머지 50%를 확보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더 큰 문제는 2020년 개정 전에 조합원을 모집한 주택조합들은 불과 20~30% 정도의 토지사용권원만 가지고 조합원을 모집한 상태여서 사업진행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역주택조합에 가입계약을 하는 사람은 주택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발기인이 되는 것이어서 탈퇴가 인정되기 어렵다. 가입계약 과정에서 기망행위가 인정되면 가입계약을 취소하거나 조합이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해지가 인정될 수도 있으나 결국 재판에 의해야 하고 수많은 재판은 조합원이나 조합에 모두 피해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역으로 최근 지역주택조합으로 인한 분쟁이 워낙 많아지다 보니 토지사용권원을 충분히 확보해 사업진행이 가능한 조합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다. 금융권이나 대형 건설사들이 지역주택조합에는 대출이나 도급계약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도시정비법과 같이 조합원을 모집하기 전에 추진위원회 구성승인 절차를 두고 일정한 요건을 구비하면 추진위원회가 사업주체가 될 수 있도록 주택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또한 이미 추진 중인 지역주택조합 중 토지사용권원이 충분한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을 통해 사업비 조달을 쉽게 해 사업진행을 돕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에서 지역주택조합에 대해 감독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아무쪼록 지역주택조합도 주택공급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기를 바란다. (권혁 변호사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도시정비팀·블록체인팀)

권혁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도시정비팀·블록체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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