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 하며 후원용품 받아 유용”
보조금법 위반으로 金회장 해임 요구
직원에 욕설-폭언 사실 확인돼 신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 용품 유용에 따른 횡령, 배임 의혹이 제기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사진)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배드민턴협회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보조금법)을 위반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김 회장을 해임하라고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요구했다.
문체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배드민턴협회 사무검사 및 보조사업 수행 점검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문체부는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가 협회와 대표팀의 문제점을 지적한 발언을 계기로 8월 12일부터 협회를 조사해 왔다. 지난달 10일 조사 중간 결과를 브리핑했고 이날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이날 “김 회장을 횡령, 배임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문체부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해 정부 예산이 들어간 배드민턴 승강제 리그 등의 경기 용품을 구입하면서 후원사와 수의로 계약했다. 이 과정에서 1억5000만 원 상당의 용품을 따로 받는 이른바 ‘페이백 계약’을 구두로 했다. 페이백 계약으로 협회가 받은 셔틀콕 등 용품이 임의로 각 지역 협회에 보내졌는데 3분의 1이 넘는 5280만 원어치가 충남 지역에 몰렸다. 김 회장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취임 전까지 충남배드민턴협회장을 지냈다.
문체부는 협회의 보조금법 위반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김 회장을 해임 징계하라고 협회 스포츠공정위에 요구했다. 협회는 용품 구매 계약액이 2000만 원을 넘어 공개입찰 대상인데도 수의 계약으로 진행해 보조금법을 어겼다. 문체부는 또 협회가 임원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일을 맡기고 수수료를 지급한 것도 보조금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직원들에게 욕설한 김 회장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 문체부는 “김 회장이 올해 4월 워크숍 식사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노무법인 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돼 관계 기관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안 선수가 문제로 지적했던 △개인 자격 국제대회 출전 제한 △경기력과 직결되는 용품(신발, 라켓)에 대한 선수들의 선택권 제한 △선수 개인 후원사 로고 노출 제한 등은 개선하기로 했다. 진천선수촌에서 의무화된 새벽훈련과 산악훈련은 없애기로 했다. 조사단장을 맡은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협회가 잘못을 스스로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이다. 이번에도 고치지 않으면 협회 모든 임원을 해임하고 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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