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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명태균 ‘쥐락펴락’ 윗선은 김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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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개 녹취록으로 훑어보는 당무·국정개입 전모 공천 청탁에 창원산단 선정도 여사에 부탁 정황



비등점을 넘어섰다. 들끓어 넘쳐흐른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이 급기야 당무와 국정 개입 의혹으로 확장했다.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 파일이 연달아 공개되면서다. 김건희 여사는 2022년 6월 보궐선거만이 아니라 같은 날 치러진 지방선거 공천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24년 치러진 총선을 앞두고는 국민의힘의 당무에도 개입했고, 경남 창원 신규 국가첨단산업단지(창원국가산단) 선정이라는 국정에도 개입한 유력한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매개로 공천거래’ 의심 녹취



한겨레21

김영선 의원이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행사에 참석헀다. 강혜경씨가 검정 마스크를 쓰고 김영선 의원을 수행하고 있다다. 김영선 의원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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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은 명씨와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자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인 강혜경씨의 통화 녹음 파일을 2024년 10월31일 현재 61개 입수했다. 시작은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보궐선거였다. 명씨는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총 81차례 대선 관련 여론조사를 했다. 강씨는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서 여론조사 비용(약 3억7천만원) 대신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이 보궐선거 공천 확정을 8일 앞둔 2022년 5월2일 김 여사를 직접 언급하며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대해 “내 고마움 때문에 김영선 (공천) 걱정하지 마라고, 내보고 고맙다고”라며 “자기 선물이래”라고 말했다. 공천 확정 하루 전인 5월9일 통화에선 “사모하고 전화해가, 대통령 전화해가지고 (따졌다).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대”라며 “그래서 (김 전 의원 공천에 반대하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윤상현이 끝났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명씨와 김 여사 사이에 여론조사를 매개로 공천 거래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유력한 증거다.



이는 김 전 의원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김 전 의원은 2023년 5월23일 강씨와 통화하며 “명태균 득(덕)을 봤다”며 “내가 이제 그거(여론조사)에 영향을 받아서 공천을 받기는 했는데”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를 ‘100% 소설’이라고 일축하지만, 김 전 의원이 보궐선거 당선 이후 세비의 절반을 명씨에게 주고, 선거 보전금을 받아 명씨의 여론조사에 ‘뒷돈’을 제공한 이들의 돈을 갚아준 점까지 반박하진 못한다. 김 전 의원의 이 행위는 윤석열 후보를 위해 돈을 들여 여론조사를 한 명씨에게 누군가 ‘빚’을 갚는 의미로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줬고, 김 전 의원이 국회의원이 된 이후 얻게 된 이익을 명씨와 나눴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명씨는 그 누군가를 일관되게 김 여사라고 지목한다.



문제는 김 여사의 공천 개입이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보궐선거와 같은 날 치러진 지방선거의 광역자치단체장 판세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거나 혹은 공천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속속 확인됐다. 2022년 6월 지방선거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첫 전국 단위 선거였다. 이 선거를 이틀 앞둔 2022년 5월30일 명씨는 강씨에게 “서울시장 선거, 서울에 한번 1천 개 (여론조사를) 돌려보세요. 1천 개 바로 해서 바로 오늘 달라고 하네. 사모님(김 여사)이 이야기해서 궁금하대요”라고 말한다. 이 통화가 이뤄진 날은 선거가 임박해 외부에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없는 시기였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김 여사가 서울시장 선거 판세를 궁금해했고, 명씨가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미공표 여론조사를 돌려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는 유력한 정황이 되는 것이다.





강원도지사 후보 공천에도 개입 의혹



실제 이 여론조사는 진행됐고 보고서까지 만들어졌다. 한겨레21이 확보한 미래한국연구소의 해당 여론조사 미공표 결과 보고서를 보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58.0%,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38.4%의 지지율을 확보해 실제 선거 결과(오세훈 후보 59.05% 송영길 후보 39.24%)와 거의 유사했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하면, 명씨가 2024년 10월15일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김 여사가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이라며 “전 명 선생님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한다”고 했던 배경도 해석할 수 있다. 명씨가 여론조사를 통해 김 여사의 정세 판단에 영향을 끼친 것이 김 여사와 명씨가 굳게 결속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명씨가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진태 전 의원이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 공천을 받는 과정에 김 여사의 힘을 빌려 도움을 줬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도 나왔다. 명씨는 2022년 4월18일 밤 9시57분께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 “김진태 그거 내가 살린 거야. (오늘) 김진태가 김○○(명씨 지인으로 추정)이 갔는데 벌떡 일어나 손을 잡고 내 얘기하면서 그분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손잡고 막 흔들더래요”라며 “아니, 나 어제 잠도 못 잤어. 김진태가 나보고 주무시면 안 돼요. 내가 막 사모님 그래갖고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잖아”라고 말했다.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5·18 망언’의 책임을 물어 김 전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2022년 4월14일 황상무 전 한국방송(KBS) 앵커를 단수 공천했다. 하지만 나흘 뒤인 4월18일 ‘망언 사과’를 조건으로 단수 공천 결정을 번복한 뒤 김 전 의원에게 경선 기회를 줬고, 김 전 의원은 당내 경선을 거쳐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 이런 석연치 않은 과정 때문에 당시에도 용산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당시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은 정진석 현 대통령비서실장이다.



이와 관련 뉴스토마토는 2024년 10월25일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김 후보가 명씨의 도움으로 김 여사를 찾아가 ‘충성맹세’를 했고, 이를 계기로 경선 기회를 얻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의원은 같은 날 이 발언에 대해 “명씨 후일담을 전한 것일 뿐”이라고 했고, 김진태 지사 쪽도 10월30일 문자를 통해 “일관되게 밝혔듯,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명씨의 발언은 김 여사가 강원도지사 공천에까지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시사한다.





“당무감사 꼴등”도 “여사가 도와줄 건데”



김 여사와 명씨의 신뢰 관계는 2024년 4월 총선 직전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명씨는 2023년 11월13일 강씨와 한 통화에서 김영선 전 의원을 두고 “당무감사 꼴등 했다며?”라며 “위에 윤한홍이 (김영선 등을) 다 제거하라고 하니까 그렇겠지. 내가 여사한테 연락했어. 김영선한테도 여사한테 연락하라고 해놨으니까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라고 말한다. 이어 “내가 마지막 도와주는 거야. 여사한테 구구절절 텍스트 문자로 보냈어. 여사가 도와줄 건데, 마지막으로 도와주는 거야”라고 했다. 총선을 다섯 달 앞두고 있었던 당무감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김 전 의원을 두고 명씨가 김 여사를 통해 도움을 줬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당시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당무감사 결과 하위권에 속하는 당협위원장들을 공천관리위원회에 총선 컷오프(공천 배제) 대상으로 보고하기로 했다. 명씨가 강씨와 통화한 2023년 11월13일은 아직 당무감사가 끝나기도 전이었다. 당무감사 결과는 보름도 더 뒤인 11월30일에 최고위원회에 보고됐다. 하지만 명씨는 이미 김 전 의원이 꼴등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구제를 김 여사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후 명씨와 김 전 의원의 사이가 틀어졌는지, 김 전 의원은 실제 공천 과정에서는 최종 컷오프됐다.



명씨가 신규 창원국가산단 선정 넉 달 전 김 여사 보고용이라며 문서를 만들도록 한 사실도 확인됐다. 아무런 공식 직함이나 권한이 없던 명씨가 국책사업 대상지 선정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한겨레21 제1536호 단독 보도로 제기된 바 있는데, 명씨의 윗선에 김 여사가 있음을 시사한다.



신규 창원국가산단은 2023년 3월15일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 방침을 밝혔으며, 김영선 전 의원 지역구인 창원시 의창구 북면, 동읍 일대 339만㎡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명씨는 이 발표가 나기 넉 달 전인 2022년 11월23일 국토교통부 실사단이 창원 현지에 부지 심사를 한 뒤인 오후 7시41분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창원국가산단 관련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며 “윤석열 사진을 위로 올려서 그 크기로 ‘국가 산단이 필요합니다’ 넣어야 한다”며 “이건 부탁하는 거거든. 사모(김건희 여사)한테”라고 말했다. 이 지시에 강씨가 “지금 다 퇴근하는 바람에”라고 답하자, 명씨는 “내일 오전에라도 해도 돼. 조금 며칠 있다 보내도 되거든”이라고 말했다. 보고서가 당일 현지에 온 실사단이 아니라 김 여사에게 보고하기 위한 것이란 얘기다.





“여사한테 부탁하는” 창원산단 보고서 작성도



명씨는 이날 낮 통화에서는 “창원대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빨리 와요. (…) 왜 안 오냐고”라며 현직이던 김영선 전 의원을 질타하기도 했다.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을 지낸 김태열씨는 한겨레21에 “2022년 말 국토부 공무원들이 산단 입지에 대한 현장 조사를 할 때 명씨가 현장을 다 안내했다”고 증언했다. 여기에 명씨는 “안내한 바 없고, 차 타고 쫓아다녔다. 난 공무원 만난 적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번 통화 녹음 공개로 거짓 해명일 가능성이 커졌다.



명씨가 신규 창원국가산단과 관련해 국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더 있다. 명씨는 2022년 7월1일 강씨와 한 통화에서도 “사람들이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됐다고 좋아하지?”라고 물었다. 이에 강씨가 “네, 다들 막 고맙다고 어저께 사람들 막 찾아와서 인사하고”라고 답하자 “그렇지, 왜 그러느냐면 거기 전매하고 지금 재개발하고 그런 싹 다 딱지하고 다 거래되고 다 팔고 다 될 수 있어요. 어제 막 수천억을 (내가) 한 거야. 말이 수천억이야. 진짜 지금 건물 짓는 데 지금 전매가 안 되잖아. 그리고 완전히 난리 난 게 근데 정작 풀어야 될 세종이 이번에 의창을 넣는 바람에 세종이 안 풀리는 거야. 내가 하는 말 김영선한테 잘 전해”라고 말한다.



당시는 부동산 규제 강화책을 펼친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 어느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될 것이냐를 놓고 전국적 관심이 높았던 때였다. 국토교통부는 명씨와 강씨의 통화 하루 전인 2022년 6월30일 전국 투기과열지구 49곳 가운데 6곳을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하는 조처를 발표했다. 해제된 투기과열지구에는 2023년 3월 신규 창원국가산단 예정 부지로 발표된 창원시 의창구 북면, 동읍 지역이 포함됐다. 명씨가 신규 창원국가산단 발표 9개월 전부터 민간인은 개입하는 것은 고사하고 정보 접근조차 어려운 국토부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유력한 정황이다. 이에 대해 한성수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장은 “투기과열지구는 주택거래를 규제하는 정책이라 토지거래가 오가는 창원국가산단과는 큰 관련이 없다”며 “국토부는 절차에 따라 문제없이 진행했다”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 해제에도 영향력 행사?



앞서 한겨레21은 명씨가 신규 창원국가산단 선정 몇 달 전부터 창원시 공무원들로부터 산단 추진 계획 및 진행 상황 등을 담은 대외비 문서를 보고받았고, 국회의장 비서 출신인 명씨의 ‘동업자’가 산단 부지에 땅과 건물을 샀으며,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 집기를 이 건물에 옮겨두기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이 대해 “국민의힘 공천에 이어 1조4천억원이 들어가는 창원국가산단 선정에 명씨가 관여한 건 김건희 여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가장 공정해야 할 선거와 국책 사업을 전리품인 양 쥐락펴락한 책임은 특검을 통해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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