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승부조작 파문으로 CBA 회장직 사퇴…
농구협회장까지 교체되며 직위 완전히 내려놔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인 야오밍(가운데)이 지난 2014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기자들에 둘러싸여 회견을 하고 있다. /베이징(중국)=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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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킬 오닐, 팀 던컨 등 미 NBA 최고 센터들과 용호상박 대결을 펼쳤던 '만리장성' 야오밍 중국농구협회장이 실각했다. 화려한 경력과 전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행정가로 변신했지만, 승부조작과 국가대표 성적 논란에 휩싸이며 7년 만에 중국 농구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1일 중국 현지매체들에 따르면 중국농구협회 집행위원회는 10월31일 회의를 열고 야오밍 중국농구협회장 겸 중국 국내 리그 CBA(중국농구협회스포츠유한회사) 회장 사임 신청을 승인했다. 후임으로는 국가체육총국 출신 공무원이자 현 협회 부회장인 궈젠밍이 선임됐다.
야오밍은 명실상부 중국 농구의 전설이다. CBA 상하이 샤크스에서 데뷔한 후 NBA로 직행, 2022년 드래프트에서 휴스턴 로케츠에 1순위로 지명됐다. NBA 경력도 전설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총 8회 올스타, 5회 올NBA팀(세컨드 2회, 서드 3회)에 선정됐다. 잦은 부상으로 31살 이른 나이에 은퇴(2011년)하기까지 통산 9시즌 486경기에 출전, 평균 19.0득점, 9.2리바운드, 1.9블록을 기록했다.
특히 야오밍이 활약하던 당시는 당대 최고 센터인 샤킬 오닐과 팀 던컨 등이 건재하던 시기다. 그가 한 번도 퍼스트팀에 선정되지 못한 사실이 잘 보여준다. 228cm 신장에 파워와 준수한 슈팅 능력까지 지닌 야오밍은 이들과 연신 불꽃 대결을 펼쳤다. 또 겸손한 성품까지 갖춰 미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휴스턴 로케츠는 등번호 11번을 영구결번했고, 2016년엔 아시아선수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중국인들의 농구 사랑은 상상을 초월한다. 은퇴한 후 중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야오밍은 당연히 국민적 영웅이었다. 그는 선수 시절 재정문제로 2009 시즌을 치르지 못하게 된 친정팀 상하이 샤크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귀국 후 상하이팀 단장으로 일하던 그에게 중국 정부는 2017년 2월에 중국 농구 행정 전체를 총괄하는 중국농구협회장직을, 같은 해 7월에 CBA 회장직을 맡겼다.
공직에 나서며 그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상하이 샤크스 지분을 매각해야 했고 개인적으로 투자했던 다양한 회사 지분들도 모두 팔았다. 은퇴 후에도 각종 후원과 광고 건당 계약금이 우리 돈 6억원에 육박했던 것으로 알려진 야오밍은 이런 수익을 모두 유소년 훈련 지원을 위해 기부했다. 이전 회장들의 행보에 비춰 볼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중국 내에선 야오밍이 회장 취임으로 우리 돈 약 400억원 이상의 금전적 손해를 봤다는 분석도 나왔다. 재임 중 여자농구 대표임 감독 선임 대가로 50만위안(약 9700만원)의 돈을 받았다는 투서가 접수됐음에도 중국 내에서 "야오밍이 그랬을 리 없다"는 여론이 주류였던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물론 NBA 9시즌 동안 받은 9339만달러(약 1285억원)의 연봉도 근거가 됐다.
큰 기대와 지지 속에 출발한 행정가의 길이었지만 순탄치는 않았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8위에 오르기도 했던 중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야오밍 재임 기간 도쿄와 파리 올림픽 본선에 연속으로 진출하지 못했다. 2019년엔 중국에서 농구월드컵을 개최하고도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맹주를 자신하던 아시아지역 성적도 신통찮았다.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땄지만 2022년 열린 아시안컵에선 8위에 머무르며 체면을 구겼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4강에서 탈락했다. 야오밍의 지도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성남=뉴시스] 김혜진 기자 =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위대한 농구선수 75인 전 vol.1' 전시장에 야오밍 선수의 유니폼이 전시돼 있다. 2024.0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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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A의 난맥상은 야오밍의 공직 경력에 결정타를 날렸다. 2023년 4월 야오밍의 친정팀인 상하이 샤크스는 장쑤 드래곤즈와 플레이오프 최종 3차전을 벌였다. 그런데 100대 96으로 앞서던 장쑤는 경기 종료 1분36초를 남기고 내리 10점을 내줬고, 결국 104대 108로 지면서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지면 그 순간 시즌이 끝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허무하게 역전당하면서도 장쑤 팀의 감독은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았고, 고의 패배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같은 해 5월 중국농구협회 기율도덕위원회가 조사를 벌인 결과 장쑤는 당일 경기에서 일부러 패배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뿐만 아니라 상하이 팀도 2차전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고의 패배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팀의 2022~2023 시즌 성적은 삭제됐다. 코칭스태프들에게 자격정지 중징계가 내려졌고 팀에도 벌금이 부과됐다. 야오밍은 해당 사건이 불거지자 CBA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 중국 농구협회장직에서까지 물러난 상황이라 완전히 실각했다. 중국 국내 리그 운영을 혁신하고 중국 농구를 발전시키겠다는 취임일성 포부 실현 도전도 끝났다.
한편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야오밍의 실각 소식을 전하며 그가 회장에 취임하기 1년여 전인 2016년 인터뷰를 소환했다. 그 해 1월 그는 상하이팀 단장 신분으로 18명의 CBA단장들을 모아놓고 리그 혁신방안을 논의했다. 그리고 같은 해 4월 대표로 이 안을 들고 당시 중국농구협회를 찾았다. 농구협회와 세 시간여의 회의를 마치고 석양 무렵 베이징 광취문 인근 협회 건물을 떠나던 그는 기자에게 "에이, 차라리 선수일 때가 나았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후 펼쳐질 7년여의 고난을 예상이라도 한 듯한 말이다.
중국(베이징)=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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