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두 후보가 초접전 양상이다. 한국에 이번 미국 대선 결과는 중요하다. 당선된 후보 정책에 따라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방향성이 달라진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한국 경제는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을 듯 보인다. 트럼프 후보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함께 대중국 제재 강화, 관세 인상, 공급망 재편 등이 주요 변수로 떠오른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해리스 부통령 중 누가 되더라도 전반적인 미국 경제 정책 방향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대선 전과 후의 투자 전략은 달라져야 한다. 과거 미국 대선 전후의 국내 업종별 상승률을 보면, 대선 전 1개월과 비교해 대선 뒤 1개월이 전반적으로 수익률이 좋았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선 전에는 지수 대비 낮은 변동성을 지닌 통신서비스, 소매, 보험, 유틸리티, 건강관리 등이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며 “대선이 끝나면 에너지, 철강, 비철, 화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경기 민감 업종 수익률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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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적 지지 종목은?
전쟁 장기화에 안보 ‘한목소리’
증권가에서는 ‘승리자’ 수혜를 입을 종목을 발굴하는 데 분주하다. 다만 누가 승리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박빙의 승부를 감안할 때 가장 안전한 투자법은 초당적 지지를 받는 업종에 투자하는 것. 최재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각 후보의 성향이 공통적으로 들어간 교집합 업종 수혜주가 투자의 해답”이라고 조언했다.
가장 ‘편안하게’ 포트폴리오에 편입해도 좋을 업종은 방위 산업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는 가운데,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지역 전쟁을 세계 전쟁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인다. 아울러 이스라엘의 강경 정책으로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산하는 등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가 커졌다.
미국 대선에서 두 후보 모두 ‘안보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터라 방산 수요는 계속 커질 듯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계의 경찰’ 역할을 축소하겠다고 밝혀왔다. 이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 주요 국가에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 방산 기업이 미국뿐 아니라 제3국 시장에서 수출 기회를 확대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북대서양조약기구 등 국제 안보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 방산 업체의 수출 활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위 산업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최근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펀드들이 방산 업체 주식을 사들인다는 점이 호재다.
국내 방산 기업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국내 방산 기업 ‘빅4’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연초 대비 180% 넘게 올랐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KAI), LIG넥스원 주가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올해 빅4 기업의 영업이익(추정치)이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제약·바이오도 기대주
중국 압박하며 한국에도 기회
제약·바이오 업계도 누가 당선되든 크게 영향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바이오를 견제하기 위한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의 영향력은 강해질 것으로 예측돼서다. 최근 미국 하원을 최종 통과한 이 법은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바이오 기업을 제재하는 게 골자다. 이 법 시행 이후 중국 기업의 미국 시장 접근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이 법이 통과하면 한국 바이오 기업은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다만 품질관리, 가격 경쟁력 확보, 장기적 설비 확충이라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문남중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후보는 헬스케어 시장에 친화적이며 해리스 후보는 공중보건, 생의학 연구 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 공통적으로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생물보안법에 따른 위탁개발생산(CDMO) 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상원도 생물보안법에 대한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어 연내 상원을 통과해 대통령 서명까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국내 CMO(위탁생산)·CDMO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생물보안법에 대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준공되는 5공장(18만리터 규모의 생산공장)을 포함, 세계 최대 수준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78만4000리터)을 앞세워 경쟁력을 키운다. 셀트리온은 CDMO 자회사로 CDMO 법인을 설립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증설·영업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또 인천 송도에 6만리터 규모의 3공장을 만드는 등 조 단위 비용을 투자해 공장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에 기회는 맞지만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산업연구원은 “의약품 CMO·유전자분석 부문에서 중국 이탈에 따른 외부 효과가 기대된다”면서도 “대중 의존도가 높은 원료 의약품 리스트 심화 또는 글로벌 CDMO 기업과의 경쟁이 격화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두 후보 “AI=국가전략산업”
리쇼어링 기업도 ‘안전판’
문남중 애널리스트는 전력인프라 역시 양당 모두의 지지를 받는 업종으로 꼽았다. 전력 수요 확대에 따른 인프라 확충은 AI 시대 숙제이자 민주당, 공화당 모두 추구하는 목표라는 판단에서다. 미국은 현재 AI 산업을 경제적인 관점뿐 아니라 군사 안보와 글로벌 패권의 문제가 걸린 국가전략산업으로 판단한다. 이에 따라 미 빅테크들은 앞다퉈 자국 내 AI 데이터센터 건립에 들어갔다. 변압기·전선 등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 실적이 기대되는 이유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수배 더 많은 전력이 들어간다. 미국 내 노후화된 전력망이 교체 사이클에 접어든 것도 호재다.
월가에서는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리쇼어링’ 관련주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리쇼어링이란 외국으로 떠났던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는 현상을 말한다. 리쇼어링 관련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테마 아메리칸 리쇼어링 ETF’와 ‘퍼스트 트러스트 RBA 아메리칸 인더스트리얼 르네상스 ETF’ 시세가 지난 9월 이후 한 달 반 만에 10% 안팎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약 5% 상승한 것에 비해 오름폭이 두드러진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0월 16일 대선 관련 투자 보고서를 통해 “투자 전략을 세울 때 미국 본토로의 리쇼어링 모멘텀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관련 기업으로 전력 관리 업체 이튼, 산업 자동화 서비스 기업 록웰오토메이션을 비롯해 산업·유틸리티용 전기전자 제품 설계 업체 허벨, 건물 관리 업체 잉거솔랜드 등을 꼽았다.
스나이더 애널리스트는 “미국우선주의를 노골적으로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뿐 아니라 현재 조 바이든·해리스가 이끄는 민주당 정부도 반도체지원법(CHIPS)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리쇼어링에 공들여왔다”며 “미국이 리쇼어링을 통해 재산업화 초기 단계에 진입 중이라고 판단했으며 이는 수십 년 만에 찾아오는 기회라 관련 시장이 10조달러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수혜를 입는 업종으로 ▲반도체 ▲정보기술(IT) ▲헬스케어 ▲원자력발전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최근 삼성전자는 겨울이 약간 왔지만, 반도체 업종의 겨울은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인 기조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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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웨이브 up & down
원전 웃고 배터리 긴장…자동차 ‘글쎄’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미 시장 변동성은 큰 폭 확대됐다.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 자산 투자)’로 분류되는 금·달러·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시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원전·인프라 등 산업군으로도 뭉칫돈이 몰리는 분위기다.
우선 코인과 원전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육성을 약속한 업종이 일제히 강세를 보인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가는 10월 들어 지난 30일까지 28% 올랐다. 코인베이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장지수펀드 ‘일드맥스 코인 옵션 인컴 스트래티지(CONY)’도 같은 기간 20% 안팎 상승했다.
AI 전력원으로 주목받는 원전도 트럼프 대세론과 맞물려 수혜 기대감이 무르익는다. 미국 증시에서 원전 업체 센트러스에너지와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뉴스케일파워는 지난 10월 16일 하루에만 각각 26%, 40% 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값싼 에너지원인 원전을 늘려 제조업을 키우겠다”고 공언한 데다 최근 아마존과 구글 등 빅테크가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를 위해 소형모듈원전에 투자하기로 한 덕분이다. 아마존은 지난 10월 16일(현지 시간) 도미니언에너지, 에너지노스웨스트, 엑스에너지 등 SMR 관련 업체 세 곳에 SMR 개발·건설 등을 지원하기 위해 5억달러(약 6800억원) 이상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웹서비스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탈탄소 전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다.
SMR은 하나의 용기에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모두 담은 일체형 원자로다. 건설 비용이 기존 원전의 10분의 1가량에 불과하고 소형이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해 분산형 원전을 구축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규모가 작은 데다 안전성도 높아 데이터센터처럼 전력을 많이 쓰는 곳에 설치할 수 있어 전력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도 불린다.
국내 증시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SMR 관련주로 분류돼 상승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분 투자했던 엑스에너지가 아마존에서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해 주목받는다. 향후 SMR 관련 기자재 공급 등 사업 확대 가능성 기대가 나온다. 엑스에너지는 물 대신 고온가스를 냉각재로 사용하는 4세대 SMR 기업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1월 약 500만달러를 투자했다. 허민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이 엑스에너지 SMR인 Xe-100을 계약했는데 두산에너빌리티는 엑스에너지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Xe-100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원자로 제조를 담당할 계획”이라며 “내년 하반기부터 SMR 관련 수주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국내 건설 업종은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관심을 받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분쟁 종식을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합의를 전제로 한 종전 관련 발언을 지속해왔다. 포스코인터내셔널,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 등이 강세다.
반면, 자동차는 미국과 국내 업체 간 표정이 엇갈린다. 트럼프 경제 정책의 뼈대는 저렴한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산업을 되살리고 이를 통한 미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다. 특히 우리 기업이 대미 투자를 늘리는 가운데, 트럼프가 강도 높은 자국우선주의 발언을 쏟아내 한국 기업 입장에선 관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관세 협정 체결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려 한다. 이 여파로 미국 완성차 업체 주가는 강세를 보이는 반면, 이들과 경쟁 관계인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약세를 보인다.
현대차·기아도 미 대선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지난해 대미 자동차 산업(완성차·전기차·부품) 수출은 453억달러로 4년 전(223억달러)보다 2배 늘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보편적 관세 대상 국가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미국에 의존하는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고, 미국 수입 시장에서 수출·현지 생산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산업연구원 진단이다.
가장 긴장감이 감도는 업종은 2차전지 산업이다. 트럼프는 전기차 의무화·자동차 탄소 배출량 감축 정책 철회, 파리기후협정 재탈퇴, 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 중단 등을 연일 강조한다. 전기차 지원은 대폭 줄이고 환경 규제는 완화해 내연기관 시장에 힘을 싣겠다는 게 트럼프 산업 정책 뼈대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 정책인 IRA를 ‘그린 사기’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하며 법안을 폐지하겠다며 벼른다.
다만, 폐지보단 축소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IRA 폐지는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주별 이해관계가 다르고 공화당이 압도적 다수당이 되지 않는 이상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단 관측이다. 대통령 고유권한인 행정명령으로 IRA 효과를 축소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행정명령으로 전기차 지원금을 삭감하거나, 내연기관 규제 완화 등 전기차 보급 속도 조절에 나서 배터리 기업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주는 초당적으로 지지받지만 트럼프 당선 때 수혜가 높은 쪽에 힘이 실리기도 한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오시밀러 우대 정책을 비롯 약가 인하 정책을 펼쳐 시장 경쟁을 자극했다. 이번에도 약가 인하를 위해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개방하겠단 의견을 내비친다. 바이오시밀러 비중이 높은 국내 헬스케어 업종 수혜가 기대된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고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확보한 CDMO 기업이 대표적이다.
미국 대선에서 두 후보 모두 ‘안보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덕에 국내 방산 기업 전망이 밝다. 사진은 올해 10월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 육군협회 주최로 개막한 지상 방산 전시회에 실물로 전시된 ‘K9A2’.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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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웨이브 up & down
친환경 기대 크지만 주가 약세
해리스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친환경 에너지와 전기차, 기후변화 대응 등이 주요 수혜 업종으로 지목된다. 다만, 최근 각종 조사에서 트럼프에 밀리는 구도로 나와 이들 업종 주가는 부진하다.
해리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 기조를 이어받아 IRA를 기반으로 친환경에너지와 전기차 산업을 중점 지원한다. 미국에서는 넥스트에라에너지 같은 재생에너지 기업을 비롯해 태양광 마이크로 인버터 개발 기업 인페이즈에너지, 냉난방공조 업체 존슨콘트롤즈, 친환경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이 수혜주로 꼽힌다.
미국 주택 관련 기업도 해리스 수혜주로 분류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주택 부족을 해소하려 임기 동안 건설사에 대한 세금 혜택으로 신규 주택 300만채를 공급하겠단 공약을 내세운다. 미국 증시에선 냉난방기 제조 업체 레녹스인터내셔널, 캐리어글로벌, 트레인테크놀로지스와 함께 산업용 도구·가정용 하드웨어·보안제품 공급 업체 스탠리블랙앤드데커, 정수 시스템 업체 펜테어PLC, 주택건설 업체 닥터호턴 등이 수혜주로 분류된다.
또 테슬라, 리비안 등 전기차 제조 업체와 차지포인트홀딩스, 빔글로벌, 블링크차징 등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운영사, 퍼스트솔라, 선런, 인페이즈에너지 등 태양광 관련주도 대표적인 해리스 수혜주로 분류된다.
국내에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벌이는 한화솔루션을 비롯 씨에스윈드, HD현대에너지솔루션이 ‘해리스 트레이드’ 관련주로 꼽힌다. 특히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에 대규모 태양광 생산단지를 짓고 모듈, 셀 등을 생산한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실적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국내 2차전지 산업도 해리스 당선 유무와 연관성이 높은 업종이다. 해리스의 기후변화 대응 기조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적극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IRA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세액공제(ITC)와 생산세액공제(PTC)는 물론 청정차량 구입 세액공제 혜택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확대 적용될 가능성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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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돼도 이건 악재
‘트럼플레이션’·법인세 인상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되더라도 악재로 작용할 만한 정책도 있다.
해리스는 조세 정책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했던 법인세율 인상 정책을 이어간다. 제임스 싱어 해리스 선거캠프 대변인은 “일하는 사람들 주머니에 돈을 다시 넣어주고 대기업들이 정당한 몫을 내도록 하는 방안”이라며 법인세를 28%로 인상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인세 인상 정책이 그대로 실행되면 주식 시장에는 ‘해리스노믹스’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김일혁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해리스 후보의 법인세율 인상안이 현실화되면 S&P500 순이익이 5% 감소할 수 있다”며 “금융이나 자본 시장은 해리스보다 트럼프 정책을 반길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 금융 시장에서 불확실성 확대를 우려하는 시선도 확산 중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트럼프 전 대통령 관세 정책으로 내년 세계 경제 규모가 0.8% 감소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를 내놨다. IMF는 지난 10월 22일(현지 시간)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고율 관세 정책이 내년 중반까지 세계 무역의 상당 부분에 영향을 주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2025년에는 0.8%, 2026년에는 1.3%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고 FT와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고율 관세 부과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 우려와도 연결된다. 관세 부과에 따른 수입품 가격 인상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미국 소비자는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트럼플레이션’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커질 경우 저금리 공약은 무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박상현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교역 상대국에 대한 통상 압박 강화 시 해당국 금융 시장에 부담을 줄 공산이 크다”며 “특히 한국의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 둔화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누가 되든 ‘아메리카 퍼스트’ 강화
무역 장벽 높아져…공급망 다변화 필요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 자국우선주의 이른바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트럼프가 좀 더 노골적으로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우고 있을 뿐, 중국을 견제하고 인공지능(AI)·반도체 등 기술 패권을 중요시하는 해리스 역시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 해리스가 계승한 바이든 정부에서, 오히려 트럼프 집권 당시 때보다 미중 무역 전쟁이 더 심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무역 장벽 높아져…공급망 다변화 필요
트럼프는 ‘관세’를 내세워 미국우선주의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가 넘는 보편 관세를 추가하고 중국산에 대해선 60% 관세를 더하겠다는 것이 대표 공약이다. 동맹 여부와 무관하게, 관세 수입으로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 공장 유치와 방위비 인상 압박 등에 사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트럼프 당선 시, 역대 최대치를 거듭 경신하고 있는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손볼 가능성이 높다. 2019년 115억달러 수준이던 대미 무역 흑자는 지난해 444억달러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9월 누적 기준 399억달러 흑자 행진을 이어가며 다시금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정부가 2017년 출범 직후부터 한국에 “무역 불균형을 정상화하라”며 압박했던 과거 전례에 비춰볼 때, 한국을 향한 통상 규제가 더 강화될 수 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FTA 재개정을 비롯해 무역수지 개선과 결부된 다른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측이 통상 압력을 행사할 때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품목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무역수지를 직접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무역 장벽을 높일 것이라는 점에서는 트럼프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는 중국의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간 무역협정(USMCA)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USMCA는 현재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량에 무관세를 보장하고 있다. 해리스가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무역 장벽을 높일 경우 삼성·현대차·LG 등 멕시코에 잇달아 공장을 세운 여러 한국 기업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국 기업도 대선 이후 강화될 ‘아메리카 퍼스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을 둘러싼 무역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세 장벽 등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64.7%)’이라고 말한 기업이 ‘국제 협력으로 글로벌 시장이 확대될 것(35.3%)’이라고 답한 곳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우리 기업은 두 후보 경제 공약 중 ‘관세’와 ‘통상’ 관련 공약에 역시나 가장 관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스 공약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전략적 표적관세 추진(17.4%)’과 ‘동맹국 중심의 다자간 통상 확대(17.3%)’ 응답률이 나란히 최상단을 차지했다. 트럼프 공약 중에선 ‘보편·상호적 관세 확대(25.6%)’와 ‘미국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통상 전략 추진(18.5%)’을 꼽은 기업이 많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미국 대선 이후 글로벌 수출과 공급망 환경 변화에 대한 우리 기업 우려가 크다”며 “한국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대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탈중국 기조 아래 새로운 소재·부품·장비 공급망과 생산·판매 지역 다변화 전략 필요하다”며 “새로운 생산 기지와 수출 시장으로 중요성이 높아지는 인도태평양·신흥국을 대상으로 산업 외교 역량을 높이고, 경제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 대선으로 다시 불붙은 코인 시장
비트코인 1억원 재돌파…‘밈 코인’도 훨훨
비트코인 1억원 재돌파…‘밈 코인’도 훨훨
한동안 잠잠했던 디지털자산(코인) 투자 시장이 최근 다시 뜨겁게 타오른다.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두 후보의 ‘친 코인’ 정책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은 7개월 만에 1억원 돌파에 성공하는 등 전고점 턱 밑까지 치솟았다. 투자 시장 온도에 특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밈 코인(인터넷 유행)’ 역시 새로운 대세 투자처로 떠올랐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10월 30일 비트코인 가격은 1억150만원 터치에 성공했다. 1억원을 넘어선 것은 올해 4월 이후 약 7개월 만으로, 올해 3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 1억450만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일주일 새 9%에 육박하는 상승률이다.
코인 강세를 이끄는 건 역시 눈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다. 코인은 흔히 ‘트럼프 수혜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해리스 후보 역시 코인 친화적인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규제와 처벌을 골자로 했던 이전 바이든 정부와는 달리, 코인 산업 성장을 장려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등 제도적 지원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두말할 나위 없다. 공식 석상에 나설 때마다 ‘친 코인’을 외치며 우호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을 코인 수도로 만들겠다” “비트코인을 미국 전략 비축 자산으로 삼겠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 확장을 지원하고 미국 내 코인 채굴도 장려하겠다” 등 다양한 코인 관련 공약을 쏟아내는 중이다. 과거 코인 현물 ETF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에 비춰볼 때 이더리움 현물 ETF 등 새로운 투자처가 발굴될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코인이 이번 미국 대선을 비롯해 선거 자금 ‘큰손’으로 떠올랐다는 점 역시 코인 친화 정책 도입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 비영리 연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올해 미국 연방선거 기업 후원금 중 코인 사업을 하는 크립토 기업 후원금은 1억1900만달러로 전체 후원금에서 43%에 달하는 액수를 기록했다. 2022년(460만달러)에 비해 30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미국 대선 후원 기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을 낸 기업은 미국 1위 코인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코인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리플’로 나타났다.
코인 투자 심리에 훈풍이 불면서, 시장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밈 코인’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밈 코인 대장주 도지코인이 최근 일주일 새 20% 넘는 상승률을 보인 데 이어, 시바이누·페페·도그위프햇·봉크·플로키·브랫·캣츠인어독스월드 등 시총 상위 100위권 내로 진입한 코인도 크게 늘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트코인 상승에 따른 차익, 그리고 글로벌 금리 인하로 최근 코인 시장에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복잡하거나 따로 공부를 해야 하는 코인, 즉 ‘미래에 유망하다고 주장되는 스토리’를 가진 코인보다는 당장 양떼효과(무리 내에서 동떨어지지 않게 집단 행동을 따라가는 현상)로 투자 차익 수혜를 볼 수 있는 밈 코인이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대 美 대선 ‘주가 등락’ 살펴보니
트럼프 때 오히려 금융주↓, 친환경↑
대선 결과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없잖다. 역대 미국 대선 역사를 살펴봐도 그렇다. 과거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트럼프 집권 기간 동안 S&P500 수익률은 70%, 2021년부터 최근까지 바이든 정부 때는 51%를 기록했다.트럼프 때 오히려 금융주↓, 친환경↑
하지만 기존 기대와는 다르게 움직인 전례도 많다. 예를 들어 트럼프 정부가 천명한 금융 규제 완화로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되던 S&P500 금융주는 트럼프 집권 기간 동안 33% 오르는 데 그치며 평균 주가 수익률 대비 한참 밑돌았다. 오히려 바이든 집권 기간 때 53%나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친환경 업종 수익률도 그렇다. 미국 대표적인 ESG 관련 ETF로 불리는 ‘아이셰어즈 글로벌 클린 에너지’는 바이든 재임 기간 동안 오히려 60% 떨어진 반면, 과거 ‘피해주’로 분류됐던 트럼프 때는 294%라는 전례 없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 증시는 바이든보다 트럼프 집권 당시 더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DS투자증권에 따르면 트럼프 1기 때 코스피 연평균 수익률은 약 10.7%, 바이든 정부 때는 -1.1%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역사적으로 미국 공화당 집권기에 더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1990년 이후 역대 미국 집권 정당 시기별 연평균 코스피 수익률은 민주당 정부에서 5.6%, 공화당 정부에서 13.3%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공화당 집권이 무조건 코스피에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2008년 오바마 정부 1기 때는 코스피 연평균 수익률은 17.5%로, 역대 정권 중 가장 높았다.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식 시장 수익률은 정권별 공약이나 정책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기 사이클과 통화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며 “업황과 금리 등 거시경제 지표를 종합 고려해 업종별 투자 전략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명순영·배준희·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3호 (2024.11.06~2024.11.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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