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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개혁신당 지지율이나 생각해"…차분했던 정진석, 언성 높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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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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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동안 모니터에 관련 이미지가 송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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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에 참석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여야 간 고성이 오가는 상황에서 대체로 차분함을 유지하며 야당의 각종 의혹 제기를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다소 흥분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5선 국회의원 출신다운 노련함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 비서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거세게 충돌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2022년 재·보궐선거 국민의힘 공천에 관해 이야기하는 통화 녹음 내용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정 실장은 통화 녹음에 대해 기억의 착오가 있었을 뿐이고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 주장했다. 정 실장은 "정치적으로, 법적으로, 상식적으로 아무 문제 될 것이 없는 녹취 내용"이라며 "윤 대통령은 취임 전후 당으로부터 어떤 건의를 받은 적도, 공천 개입 지시를 내린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정 실장은 앞서 명 씨 관련 의혹이 불거졌을 때 대통령실에서 '2021년 11월 대선 경선이 끝날 무렵부터 명 씨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통화를 한 기억이 없다'는 입장을 낸 것이 결국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는 긴 시간을 할애해 윤 대통령의 입장을 설명했다.

정 실장은 "초반에는 조언을 들었지만 지내고 보니 안 되겠다 싶어서 매정하게 끊었다. 본질은 명 씨의 조력을 중간에 끊었다는 것"이라며 "사실 매몰차게 끊으셨다고 한다. 경선룰에 이런저런 간섭을 해서 '앞으로 나한테도 전화하지 말고 집사람한테도 전화하지 마'하고 딱 끊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후 연락을 안 하다가 취임식 전날 전화가 와 그 사람도 초반에는 조언도 하고 도왔으니 전화를 받은 것"이라며 "전화 받아서 덕담은 건넬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게 전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택적으로 발췌해 공천 개입이라고 규정짓고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과도한 정치 공세"라며 "지난 2년 동안 계속돼 온 '대통령 죽여서 당 대표 살리자'라는 야권의 정치 캠페인의 지속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이날 일부 야당 의원들이 '불법적인 공천 개입'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법적으로 볼 때 문제가 되지 않는데 불법이라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정 실장은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이런 정도의 '누구누구를 공천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 개진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2022년 5월9일 통화는 대통령이 민간인인 당선인 시절이었다"며 "대통령의 직위, 공무원의 직위에 없던 시점에서의 말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 이것은 다분히 정치적 견강부회라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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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 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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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실장은 이 밖 야당의 또 다른 의혹 제기들도 효율적으로 방어했다. 때로는 결백함을 강조했고 때로는 민주당의 잘못을 지적하는 여유도 보였다.

정 실장은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윤 대통령 관저에 스크린 골프장 등 호화시설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을 초대해 한번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대통령 내외분이 거주하는 한남동 관저에 호화시설이 있느냐가 초점인 것 같은데 사우나나 스크린 골프 시설은 없다"며 "아주 검소하고 초라한 대통령 관저라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외빈들이 관저에 방문하면 어떻게 대한민국, 세계 10대 강국 대통령 관저가 이렇게 험블(초라한)하냐는 말을 한다"고도 했다.

이 밖에 정진욱 민주당 의원이 질의 중 김건희 여사를 '김건희'라고 칭하자 정 실장은 박찬대 운영위원장에게 발언 기회를 얻어 "적어도 대통령 부인에게 김건희 여사라는 호칭 정도는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제가 김정숙, 김혜경 이렇게 얘기하면 좋겠느냐,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또 오후 질의가 시작될 때 박 위원장이 김 여사 등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출석하지 않은 증인들에 대해 점검해 봤느냐'고 묻자 "증인 출석 문제는 기본적으로 당사자 개인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대통령실이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청문회나 증인 출석이 과연 적법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오후 질의 과정에서는 정 실장이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이는 일도 있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명 씨와의 관계에 대해 명확히 해명하지 못한 대통령실이 사과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여 "그러니까 지지율이 이 모양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 실장은 "천 의원도 잘 아는 이준석 당시 당 대표가 (문제가 되고 있는 2022년 재·보궐선거 국민의힘 공천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천 의원이 명 씨를 더 잘 알지 않느냐. 이준석 대표와 새벽에 홍매화를 심지 않았느냐"고 역공했다. 그러면서 "개혁신당 지지율이나 생각하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야당 지지율을 운운한 것이 모욕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 실장은 "지나친 발언이 있었다고 생각되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제가 국회를 모욕할 의도는 없다"며 "국회 모욕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회 상황이 바로 국회 모욕이다. 이 반민주적, 반헌법적 국회 운영이 바로 국회 모독 아니겠느냐"고 했다.

정 실장은 때때로 여당에 보조를 맞춰 야당에 대한 역공도 펼쳤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에서는 지금 오늘 이 얘기밖에 안 하시는데 이건 기본적으로 국민의힘 내부 공천과 관련된 문제"라면서도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민주당의 민주적 체계는 훨씬 더 망가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실장은 "저는 진짜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아닌가 싶다"면서 "(문재인)대통령의 친구 송철호를 당선시키기 위해서 청와대가 통으로 개입하고 울산경찰청장까지 개입시킨 사건이야말로 진짜 선거 개입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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