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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팩트체크] 북한, 러시아 파병 “국제법 규범에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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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 북한 금수산 영빈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선물한 러시아산 리무진 '아우루스'를 직접 운전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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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제보도계가 떠들고 있는 그러한 일(북한군 러시아 파병)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5일,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러시아 파병설에 대해 '사실이라면 국제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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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조선중앙통신에 올라온 러시아 파병설 관련 북한 입장 발표문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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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규범에 부합한다'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일까요?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보기 위해선 이번 전쟁의 출발점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전쟁이 시작된 배경을 확인하고, 국제조약 등을 근거로 정당한 행위였는지에 따라 '부합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JTBC 팩트체크팀은 현재 국제 사회의 기준이 되는 규약들과 국제기구의 결정 등을 통해 이를 검증해 봤습니다.

①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침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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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4일 오전 6시 우크라이나 내 특별군사작전 개시를 선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긴급 연설. 〈사진=러시아 크렘린궁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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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시작된 건 2022년 2월 24일 새벽 6시(현지시각)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입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정당성을 3가지로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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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4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상황 〈출처=연합뉴스〉


1) 친(親)러 분리주의 독립 세력 요청 = “상황은 우리에게 단호하고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한다. 돈바스 공화국들이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했다”

2) 돈바스 지역 주민 보호 = “군사작전의 목표는 지난 8년 동안 우크라이나 정부의 조롱과 대량 학살 피해를 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3) 나토 (NATO) 확장 저지 = “지난해 12월 우리는 미국 및 동맹국들과 유럽의 안전 확보와 나토 비확장 원칙에 대한 합의를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상 2022년 2월 24일, 러시아 크렘린궁 홈페이지)

이런 이유를 근거로 러시아의 침공이 '자위권적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유엔(UN)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전쟁이 시작되고 다음 날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선 러시아의 '침략(aggression)'으로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철군 요구 결의안' 채택엔 실패했습니다.

15개 이사국 중 미국 등 11개 국가가 지지했지만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했으며 중국, 인도, 아랍에미리트연합국이 기권했기 때문입니다.

유엔은 3월 2일 총회에서 141개국의 찬성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철군 요구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결의안의 2항에선 “유엔 헌장 제2조 4항을 위반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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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일 유엔 총회 결의문. 2항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출처=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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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헌장 제2조 4항도 “회원국은 국제관계에 있어 다른 국가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해 국제연합의 목적과 양립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무력행사를 삼간다”고 규정했습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 근거가 된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 대량학살 주장에 대해 "이를 입증할 관련 증거가 없다"며 군사작전 중지를 명령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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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16일 국제사법재판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시작한 군사 작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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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침략했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② 북한 파병, 국제 규범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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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 북한과 러시아와 맺은 '포괄적 전략적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전문.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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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외무성 러시아 담당 김정규 부상 명의로 '러시아 파병설이 사실이라면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한 행동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방성이 하는 일에 관여하지 않고, 따로 확인할 필요도 없다"면서도 '사실이라면 문제가 없는 것'이란 취지의 입장이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파병 정당성의 근거를 지난 6월 19일 러시아와 맺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관련 조약 제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 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맹 관계에서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규정입니다.

'모든 수단'이란 표현을 통해 지원의 범위를 제한없이 열어뒀습니다.

뒤이어 6월 27일엔 강순남 국방상 명의로 “러시아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리는 국가의 주권적 권리와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정의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 군대와 인민의 편에 서 있을 것”이란 담화를 냅니다.

언론도 동원합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시작된 뒤 지속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침공을 당했으며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8월 18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선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신성한 영토에 대한 무력 침공을 감행하여 수십 명에 달하는 평화적 주민들을 살해하고 수백명에게 부상을 입히는 극히 엄중한 테러행위를 저질렀다”며 우크라이나 침략설을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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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침략설을 주장한 지난 8월 18일자 북한 외무성 담화.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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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판단과 반대로 러시아의 입장과 같거나 동조하는 입장들입니다.

러시아의 침략을 정당화하고 북한이 조약에 근거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근거가 되는 내용입니다.

제한 없는 무력지원의 전제조건을 충족시켜 정당화하려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앞서 검증한대로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침략으로 규정했습니다.

따라서 조약상 제한 없는 지원을 위한 전제조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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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우크라이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이 러시아 군수품을 받는 장면이라며 공개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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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조에 담긴 유엔 헌장을 볼까요.

유엔 헌장 제51조는 “국제연합 회원국에 대하여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 어떠한 규정도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처를 할 때까지 개별적 또는 집단적 지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침략당한 유엔 회원국의 자위권 행사가 고유한 권리임을 밝힌 내용입니다.

러시아와 북한도 회원국이기 때문에 제51조를 근거 조항으로 담은 겁니다.

그러나 앞서 유엔의 결의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피해국이 아닌 가해국이기 때문에 제51조에 따른 자위권 행사를 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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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9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권수립 75주년 민방위무력 열병식.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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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러시아에 대한 파병이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한다는 북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자료 조사 및 취재 지원 : 이채리 박지은〉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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