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주식 시장을 기회의 사다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통령의 발언에 금융당국은 기업가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화답했다.
# 그로부터 9개월 후인 지난 9월 24일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공개했다. 기업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종목 100개를 선별했다. 11월 초 K-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 그렇다면 K-밸류업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줬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소문난 잔치엔 먹을 게 없었다. K-밸류업 구성 종목의 주가 등락률을 살펴본 결과다. 더스쿠프 Seek한 분석, K-밸류업 1편이다.
K-밸류업 지수가 시장에 선보인지 한달이 지났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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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2일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현장. 뜻밖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이곳에 등장했다. 현직 대통령이 증시 개장식을 찾은 건 처음이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증시는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장이며 국민의 자산 축적을 지원하는 기회의 사다리"라며 "자신의 노력으로 오를 수 있는 역동적인 기회의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공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기업이 많이 있지만 주식시장은 매우 저평가돼 있다"며 "임기 중 자본시장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보름 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융위원회는 1월 17일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해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기아의 주가도 17.0%(8만7900원→10만2900원) 상승했다. 두 종목이 속해 있는 코스피지수가 같은 기간 2.5%(2435.90포인트→2497.09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는 걸 감안하면, 밸류업 프로그램이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다.
그로부터 4개월 만인 9월 24일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100개를 선정한 한국거래소는 30일부터 '코리아 밸류업 지수(이하 K-밸류업 지수)'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참고: K-밸류업 지수는 올해 1월 2일 1000포인트를 기준으로 설정했다.]
우선, K-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부터 간략하게 살펴보자. 100개 종목 중 코스피 시장 상장사는 67개, 코스닥 시장은 33개다. 산업별로는 정보기술 관련주가 24개로 가장 많았고, 산업재(20개), 헬스케어(12개), 소비재(11개) 금융·부동산(10개)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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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는 시장대표성(시가총액 상위 400위 이내), 수익성(최근 2년 연속 적자가 아닐 것), 주주환원(최근 2년 연속 배당 등), 시장평가(PBR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 내 50% 이내) 등의 요건을 충족한 기업 중 ROE 순위가 우수한 기업을 K-밸류업 지수 종목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 K-밸류업➋ 지수 선정 후 성적표 = 그렇다면 K-밸류업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을까. 이를 살펴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주가의 흐름을 분석하는 것이다. 주가만큼 기업의 가치를 잘 반영하는 지표는 없어서다. 그래서 우린 K-밸류업 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100개 종목의 주가를 분석하기로 했다. 기준은 한국거래소가 K-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을 발표한 9월 24일로 삼았다.
주가가 상승한 종목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비철금속 전문업체 고려아연이었다. 고려아연의 주가는 9월 24일 69만9000원에서 10월 24일 113만8000원으로 62.8% 상승했다. 문제는 고려아연이 기록한 가파른 주가 상승세가 K-밸류업의 효과라고 할 수 있느냐다. 아니다. 고려아연의 주가 상승은 비철금속 제련업체 영풍과 벌이는 경영권 분쟁에서 기인했다.
실제로 두 회사는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개 매수 가격은 67만원에서 89만원으로 치솟았다. 그 결과, 주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참고: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기 전인 8월 23일 53만4000원이었던 고려아연의 주가는 지난 10월 24일 113만8000원으로 올랐다.]
고려아연의 뒤는 42.8%의 상승률을 기록한 반도체 전공정용 검사장비 제조업체 넥스틴이 이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9.0% 오르며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경동나비엔(28.5%), SK하이닉스(21.2%) 등도 20%가 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9개 종목의 주가는 10%대의 상승률을 보였고, 13개 종목은 5.0~10.0% 미만, 나머지 16개 종목은 0.8~5.0% 미만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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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주가가 떨어진 56개 종목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한 것은 에스에프에이(SFA·-22.5%)였다. 특수 장비업체인 SFA의 주가가 급락한 것은 최근 주요 해외 고객사가 파산을 신청하면서 장비 공급 계약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전자부품 전문 기업 LG이노텍도 3분기 시장의 전망치를 밑도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주가가 22.3% 하락했다. 이밖에도 15개 종목의 주가가 10% 이상 떨어졌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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