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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대 銀 가계대출, 8월 증가 폭의 10분의 1로 ‘뚝’
1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732조812억원으로 전달(730조9671억원)과 비교해 1조1141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8월 증가 폭(9조6259억원)의 11.5%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의 전월 대비 증가 폭은 지난 8월 역대 최고를 기록했었다. 특히 추석 등 연휴로 영업일 수가 적어 가계대출 증가세 크게 둔화했던 9월(5조6029억원)과 비교해도 증가 폭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차준홍 기자 |
특히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월과 비교해 1조923억원 느는 데 그치며, 역시 9월(5조9148억원)·8월(8조9115억원) 증가 폭보다 크게 줄었다. 다만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3880억원 늘며 9월(9억원)보다는 증가세가 다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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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압박 통했나…“7~8월 규제 효과 이제 나온 것”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많이 감소한 것은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압박 때문이다. 실제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이 올해 초 자체적으로 마련한 가계부채 관리 목표를 지키지 않는다며, 연말까지 목표를 초과하면 내년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 목표를 줄이는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었다. DSR 관리 목표 비율이 줄면 은행들이 내어줄 수 있는 신규 대출 한도도 감소한다. 또 금융위원회는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시행하면서, 수도권에 적용하는 스트레스 금리를 0.75→1.2%포인트로 올리는 추가 핀셋 규제도 내놨다. 부동산 과열 양상을 보이는 수도권에 한해서 대출 한도를 더 감소시키겠다는 의도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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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도 부랴부랴 자체 대출 죄기에 나섰다. 대부분의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금리를 올렸고, 또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이나 유주택자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등 추가 대책도 내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통상 대출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해도 그 효과를 보려면 1~2달 정도 걸리는데, 7~8월에 강도 높은 압박을 했던 효과가 인제야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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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효과는 우려…제2금융권 대출 증가 예상치 넘을 수도
다만 제2금융권과 지방은행 등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옮겨가는 이른바 풍선효과는 문제다. 주요 은행들이 대출 창구를 걸어 잠그면서, 돈을 빌리지 못한 사람들이 제2금융권과 지방은행 등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당국에서는 이런 풍선효과로 지난달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1조원 이상 증가했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최근에 증가 폭이 더 가팔라져, 늘어나는 금액이 원래 예상치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제2금융권 등 모든 금융사의 가계대출 총액을 합산하면,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폭은 예상보다 다소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9월보다는 (가계대출) 증가 폭은 조금 늘어나지 않을까 보고, 그 폭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거다 정도로 지금 전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선효과 우려에 금융당국은 지난 15일 제2금융권만 불러 가계대출 증가세를 점검하고 향후 관리 방안을 논의하는 실무 점검 회의를 따로 가졌다. 이후 새마을금고와 농협중앙회·신협중앙회 등이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한도를 줄이는 등 가계대출 안정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제2금융권과 지방은행 대출이 단순히 주택 관련 대출 수요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신용대출 및 카드론 등 생활 자금 수요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은행처럼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할 경우 제1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서민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은행과 달리 신용대출이나 카드론 등 생활자금대출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어서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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