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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 (일)

30년 가까이 조연만… ‘고독한 미식가’의 연기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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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오늘은 무엇으로 나를 채우지

마쓰시게 유타카 지음ㅣ이지수 옮김ㅣ바다출판사ㅣ176쪽ㅣ1만7500원

190㎝의 큰 키에 다소 험상궂은 얼굴. 그의 가방에는 일년 내내 형사나 야쿠자 역할의 대본이 들어 있다. 조용히 지금까지 작품에서 몇 번이나 사람을 죽였을지 세어본다. 한 작품에서 여러번 살인을 저지를 수 있지만, 두 번 죽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죽은 횟수보다 죽인 횟수가 더 많다. 으흐흐.”

느긋하고 슴슴하지만, 피식거리며 계속 보게 된다.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의 글은 그의 대표작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와 닮았다. 이번에도 음식은 빼놓을 수 없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들여다보는 에세이다. 30년 가까이 조연을 맡아온 그는 스키야키를 먹을 때도 주인공인 소고기보다 하얀 소기름 덩어리 ‘우지(牛脂)’를 더 좋아한다. 엔딩 크레디트에도 올라가지 못하는 엑스트라지만, 소고기와 야채가 날뛰는 동안 묵묵히 바닥에서 무대를 떠받치며 풍미를 덧씌운다.

속을 텅 비우고 새로운 무언가를 채워넣는다는 것이 식사와 연기의 공통점. 1986년 극단에 입단했을 때부터 ‘고독한 미식가’로 스타가 되기까지 연기 인생을 담백하게 풀어냈다. 그저 혼자 밥을 먹을 뿐인 드라마로 10년 넘게 사랑받은 배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에세이 뒤엔 직접 쓴 단편소설 ‘어리석은 자의 잠꼬대’도 함께 실었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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