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신분 두곤 '공무원 아님' 의견 우세하지만
인수위법, 선관위 해석상 정치중립 근거도
공천 확정, 선거 앞둔 당시 시점도 고려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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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의 2022년 5월 9일(취임 전날) 통화에서 '재보궐 선거 공천 개입'을 의심케 하는 발언이 공개된 후, 여당과 대통령실 쪽에선 "윤 대통령이 당시 당선자라 공무원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긴 것은 아니다"는 해명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선자를 보좌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공무원으로 간주한다는 점,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정치 중립 의무의 본질을 '선거 관리'로 봤던 점 등은 윤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윤 대통령 발언은 선거 직전에 나왔다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쟁점과도 맞닿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2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시 야당은 '선거 중립 위반'을 문제 삼아 탄핵 소추했다. 해당 심판에서 헌재는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9조상 공무원'에 해당된다"며 "행정부 수반으로서 공정 선거가 실시될 수 있도록 총괄·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겼다고 봤지만, 선거 개입의 정도는 낮다고 보아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이 결정례에 비춰 보면, 명씨와의 통화 다음 날 취임이 확정돼 이미 6·1 재보선 관리 의무가 부여되어 있던 윤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만약 윤 대통령이 (김영선 전 의원이라는) '특정한 한 명'의 공천에 관여한 거라면, 오히려 노 전 대통령 사례보다도 더 무겁다"고 말했다. 헌재에 갔을 때 기각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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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에서 윤영철(가운데) 당시 헌재소장이 기각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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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단 법조계에선 당시 윤 대통령을 공무원으로 보기도 힘들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규정 준수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 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당선인은 죄형 법정주의(행위를 처벌하려면 이미 명확한 성문 법조항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공무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까진 정치인일 뿐, 공무원이 아니라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선거법 85조 1항은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를 처벌 대상자로 정한다. 당선자의 정치적 중립 조항을 규정하는 법이 없다면 처벌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논리구조에서 "헌법상 엄격성·명확성의 원칙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치적 중립 의무는 법률상 의무가 아니라 도의상·정치적 의무"라며 "처벌 조항을 담은 법체계는 죄형법정주의가 지배하기 때문에 (처벌 가능성을 따질)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대통령 당선자가 가지는 지위나 위상을 감안했을 때, 단순히 '공무원이 아니니 정치적 중립 의무가 없다'고 하는 것은 군색한 변명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규포털을 통해 '법에 명시된 규정은 없어도 업무 성격이나 사회적 위치로 보아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개인·기관·단체'에도 중립 의무가 있다고 본다. 공안통 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직인수법상 인수위원들은 공무원 의제조항으로 처벌 가능한데, 당선자도 법령 취지상 '공무원에 준해'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취임식 전날 발언과 별도로 윤 대통령이 공천에 영향을 미쳤다는 구체적인 물증이나 녹취가 더 나올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취임 이후 해당 의혹을 뒷받침할 통화 녹음, 공공연한 의견 표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명씨와의 통화 자체로 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로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보고를 받고 김 전 의원을 공천하라고 했고 그에 따라 공천이 됐다는 '행위'가 인정이 돼야 한다"고 짚었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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