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2 (토)

쫄쫄쫄 쉬쉬하면 뚝…중년남성 삶의 질 망치는 ‘전립선 장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직장인 박모씨(55)는 1년 전부터 소변을 보려고 해도 한참이 지나서야 배출이 시작되는 증상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 잔뇨감이 동반될 때도 많아졌다. 전립선비대증을 앓는 비슷한 연령대의 동료나 친구로부터 자주 들었던 증상이었기 때문에 자신도 같은 병일 것이라고 짐작했으나 병원을 찾는 것은 미뤄왔다. 건강검진에서 전립선암표지자(PSA) 수치가 높다는 결과가 나오자 더 이상 진료를 미룰 수 없었다. 정밀검사를 받은 박씨는 전립선암 초기라는 진단을 받고 곧바로 치료에 들어갔다. 박씨는 “전립선암이라길래 전립선비대증을 치료하지 않고 놔둬서 생긴 걸로 착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다”면서 “전립선암과 비대증 증상이 비슷해 착각하다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던데 하마터면 내가 그렇게 될 뻔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남성에게만 있는 전립선은 중년에 접어드는 연령대부터 이전과 다른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기 쉬운 부위다. 전립선은 방광 아래 호두만 한 크기로 소변이 배출되는 요도를 감싸고 있다. 이곳에 생기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 전립선비대증으로, 특히 기온이 떨어져 일교차가 커지는 계절에 부피가 커져 요도를 좁히면 소변 배설이 원활하지 않은 증상을 보인다. 이런 증상은 전립선에 종양이 생기는 전립선암이 있을 때도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전립선암인데도 전립선비대증일 것이라 생각해 방치하거나, 전립선암이 그런 방치의 결과로 생긴 질환이라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전립선비대증이 전립선암의 원인은 아니며, 두 질환은 서로 별개의 질환이다. 그럼에도 이들 질환은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도 하므로 전문가들은 정확한 감별과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립선 질환 중 가장 치명적인 상태까지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전립선암이다. 배뇨 시 불편감이나 잔뇨감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을 때도 많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이 질환은 주로 혈액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돼 진단받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는 진행 속도가 빠르지 않다. 하지만 뼈로 전이가 잘되는 특징이 있어 안심할 수는 없다. 암세포가 전립선 안에 머물러 있을 때는 특별한 자각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나 일단 뼈로 전이되면 마약성 진통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겨우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또, 전이된 뼈 부분이 약해져 골절이 일어나기도 쉬우며 척추로 전이된 경우 심각한 합병증으로 하반신 마비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경향신문

전립선암은 특히 국내에서 환자 수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더욱 유의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립선암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13만4504명으로 10년 전인 2013년(5만2910명)보다 약 2.5배 늘었다. 갈수록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패턴이 서구화되는 것이 그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 암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남성암 발생률 1위를 오랜 기간 차지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현재 1위인 폐암을 제치고 향후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남성암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발생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고령, 가족력, 비만, 고지방 식사 등이 위험성을 높이는 원인으로 꼽힌다. 전립선비대증이 전립선암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립선비대증은 조직을 구성하는 전립선 세포가 증식해 전립선의 부피가 커진 것이고, 전립선암은 정상 세포에 변이가 발생해 암세포로 변한 질환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변 배출 시 어려움을 겪는 전립선비대증의 대표적 증상이 없더라도 위험인자를 갖고 있다면 전립선암에 대한 검진은 꼭 필요하다. 김정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 환자 중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10% 정도로, 아버지나 형제가 전립선암이 있다면 발병 확률이 일반인보다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만약 가족력이 있다면 40세부터, 50세 이상이라면 연 1회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검진에선 전립선암표지자 검사를 통해 암이 의심되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검사에서 정상수치보다 높아 암이 의심된다면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초음파 검사, 표적 조직검사 등을 시행해 전립선암인지 판별할 수 있다. 암이 전이되지 않은 상태라면 비교적 치료 성과가 좋은 편이어서 전립선을 절제하는 수술만으로 완치되는 비율도 높다. 김정준 교수는 “1차 치료로 수술을 받을 경우 수술 자체로 완치할 가능성이 70% 전후로 높은 편”이라며 “혹 수술로 완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환자 중 약 40%는 구제적 방사선 치료 등으로 추후에 한 번 더 완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립선 커지는 비대증
소변 줄기 가늘어지며
잔뇨·빈뇨·야간뇨 증상

전립선암, 증상 비슷해도
뼈 전이 땐 후유증 심각
병원서 정확한 진단 필요

전립선비대증은 주요 증상이 소변 배출과 관련돼 있다. 소변 줄기가 가늘거나 방울져 떨어질 정도로 약해지고, 잔뇨감이 남아 자주 화장실을 찾아야 하는 빈뇨, 야간뇨 증상이 나타날 때도 많다. 이런 증상은 삶의 질을 매우 떨어뜨릴 뿐 아니라, 더 악화되면 혈뇨 또는 아예 소변이 나오지 않는 급성요폐 같은 응급상황까지 부를 수 있고 요로감염이나 신장기능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의 치료법은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로 나눌 수 있다. 증상이 가벼울 때는 약물치료로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전립선이 비대해진 정도가 심하면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마취 및 수술 후 회복과 관련된 위험도를 낮출 수 있게 체내로 침습하는 정도를 최소화한 수술법들이 속속 적용되고 있다. 흔히 ‘리줌(Rezum)’이라 불리는 ‘수증기 이용 경요도 전립선 기화술’은 내시경으로 전립선 요도까지 접근한 뒤 수증기를 방출해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파괴·제거하는 치료법이다. 치료 시간이 15분 정도로 짧고 국소마취만 한 상태로도 가능해 입원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민구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리줌을 비롯한 전립선의 최소침습치료법들은 기존의 표준치료법들과 비교해 효과는 비슷하면서도 수술 위험도나 부작용은 현저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며 “전립선비대증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진행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중년 이후 새롭게 나타난 배뇨 증상을 간과하지 말고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시행해야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며 건강을 챙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짧게 살고 천천히 죽는 ‘옷의 생애’를 게임으로!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