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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봉지는 발견됐는데 소주병은?…60대男 “사고 후 술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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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혐의 일부 인정…“음주 상태에서 사고낸 건 아냐”

숙취 운전에 이은 ‘술타기 수법’ 의심…혐의 입증에 난항

“수사기관, 공소장에 음주운전 혐의 적시 못할수도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뒤 10시간여 만에 붙잡힌 남성의 혈액에서 알코올이 검출됐다.

하지만 "사고 후 술을 마셨다고"고 주장하고 있어 경찰이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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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전 5시께 부산의 한 대로변에서 60대 남성 A씨가 몰던 스포츠유틸리티(SUV)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여성 B씨를 치었다. B씨는 뒤따라오던 또 다른 SUV에 치인 뒤 목숨을 잃었다.

추적에 나선 경찰은 오후 3시께 회사에 있던 A씨를 검거했다.

당시 A씨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3에 거의 근접한 '훈방' 수준이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친 것 같았는데 현장에 없어, 그냥 운전해서 갔다"며 뺑소니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했지만, 음주 상태에서 사고를 낸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검거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된 이유는 "오전 9시께 편의점에서 소주를 구매해 1시간여 뒤 반병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실제 경찰이 A씨 행적을 조사한 결과 A씨는 사고 후 직장으로 출근한 뒤 차를 몰고 직장에서 1.3㎞ 떨어진 편의점에서 오전 9시께 소주와 빵을 구매했다.

경찰은 A씨가 소주를 구매한 것까지는 CCTV로 확인했지만, 실제 마시는 모습이 확인되지는 않았다. A씨가 먹었다는 빵 봉지는 발견됐지만 빈 소주병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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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A씨가 사고 전날 밤 술집을 들른 점 등을 확인하고 숙취 운전에 이은 '술타기 수법'을 의심하고 있지만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빵 봉지는 발견됐지만 소주병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A씨가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실제 편의점에서 술을 구매만 하고 마시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조사하고 있다"며 "이와 별개로 A씨가 사고 전날 술을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수사기관이 공소장에 음주운전 혐의를 적지 못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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