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2 (토)

등락률 -1.67% : K-밸류업 '상장 후 성적표' 더 초라했다 [視리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강서구 기자]

# 우리는 視리즈 'K-밸류업 1개월의 성적표' 1편에서 금융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유를 살펴봤다. 시작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단 정책적 방향은 주식시장에서 잠시나마 호재로 작용했다.

# 하지만 K-밸류업 지수 선정 한달 후의 주가 흐름은 부진하기만 했다. K-밸류업 지수를 구성한 100개 종목의 한달 평균 주가 상승률이 0.27%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K-밸류업 지수가 국내 증시에 상장한 이후엔 다른 모습을 보였을까. 더스쿠프 視리즈 'K-밸류업 1개월의 성적표' 2편에서 분석했다.

더스쿠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 1월 금융당국이 코리아 밸류업(K-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나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화답하는 형식이었다. 정부가 K-밸류업의 돛을 세우자 증시가 꿈틀거렸다. 몇몇 관련주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본 K-밸류업의 효과는 실망스러웠다. 기업 가치가 상승할 만한 종목으로 100개를 선별했지만 주가는 움직이지 않았다. K-밸류업 지수를 구성할 종목을 선정한 이후 한달 평균 주가 등락률은 0.27%에 불과했다. 주가가 상승한 종목도 많지 않았다. K-밸류업 구성 종목 100개 중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43개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 K-밸류업 상장 후 성적표 = 그렇다면 K-밸류업 지수가 국내 증시에 상장한 이후엔 다른 모습을 보였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다. K-밸류업 지수가 국내 증시에 상장한 이후 성적표는 더 초라하다.

K-밸류업 지수가 상장한 9월 30일 대비 10월 30일 구성 종목 100개의 주가 평균 등락률은 –1.6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593.27포인트에서 2593.79포인트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걸었지만 K-밸류업 구성 종목의 주가는 역주행한 셈이다.

[※참고: K-밸류업 지수 상승률과 K-밸류업 지수 종목의 등락률은 다르다. 실제로 9월 30일 대비 10월 30일 K-밸류업 지수 100개 종목의 주가 등락률 -1.67%에 그쳤지만, K-밸류업 지수는 같은 기간 1.3% 상승했다. 이는 K-밸류업 지수에서 개별 종목의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15%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시총이 큰 한두 종목의 변동성이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K-밸류업 지수 상장 후 주가가 오른 종목은 43개에서 32개로 감소했고, 하락한 종목은 56개에서 68개로 늘어났다. K-밸류업 구성 종목 10개 중 7개는 상장 후 주가가 빠진 셈이다.

주가 등락률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고려아연은 갑작스러운 유상증자(주당 67만원) 발표에 10월 30일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주가 상승률이 57.1%로 떨어졌다. 넥스틴의 주가 상승률은 일주일 사이 42.8%에서 21.3%로 반토막이 났다. 그 결과, 주가 상승률 2위 자리를 동서(44.2%)에 내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26.4%)가 3위를 지켰고, 4위는 주가가 9월 30일 대비 21.4% 상승한 파마리서치가 차지했다. 주가 하락률 1·2위는 에스에프에이와 LG이노텍으로 변화가 없었다.

더스쿠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K-밸류업 엇갈린 평가 =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목표로 내놓은 K-밸류업 성과는 이처럼 신통치 않다. 그래서인지 시장엔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한다는 주장과 K-밸류업 추진 과정에서 나온 실망감이 혼재해 있다. 물론 섣불리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없는 건 아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쟁, 미 대선 등 대내외 불확실성과 고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주식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선 K-밸류업의 효과도 반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증권사가 K-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며 "파생상품이 출시되고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유입되면 K-밸류업 지수와 구성 종목의 주가도 상승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대보단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큰 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한 탓에 시장과 투자자가 원했던 배당확대 강제성, 기업이 원했던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가 줄줄이 빠졌다. K-밸류업 종목 구성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했다. 한국거래소가 제시한 기준에 미달한 종목이 포함됐거나 시장의 기대와 달리 지수 편입에 실패한 종목이 적지 않아서다.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기업들의 노력도 여전히 미온적이다. 이를 엿볼 수 있는 것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공시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상장사가 자발적으로 주주환원정책과 기업 발전 전략을 세워 투자자에게 공시하도록 한 제도다. 금융위가 K-밸류업 프로그램의 방안으로 지난 5월 24일 내놨다.

하지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31일 기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는 31개를 기록했다. 계획 예고 공시를 한 상장사(29개)를 포함해도 60개에 불과하다. K-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종목 중에서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곳은 17곳밖에 없었다. 전체의 83.0%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 공시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K-밸류업 구성 종목 100개의 한달 주가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한달의 성과로 K-밸류업의 효과를 단정하는 게 어렵긴 하다. 주식시장은 정부의 정책만큼 경제 상황과 시장의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K-밸류업이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과연 K-밸류업은 국내 증시의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국민의 자산 축적을 지원하는 기회의 사다리가 될 수 있을까.

더스쿠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스쿠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