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17명…1000만~60억원 투자금 받아 범행
구속심사 잡히자 1명은 도주…2개월 만에 체포
부산에 사는 50대 김진환씨(가명)에게 동년배 여인 이모씨가 접근한 것은 지난해 11월.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이씨는 김씨에게 “여행사업에 투자하면 일주일 만에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서 동업 아닌 동업(?)을 제안했다. 1000만원이 넘는 큰돈이라 겁이 나긴 했지만, 이미 지인이 어느 정도 재미를 보고 있다는 말에 혹했던 김씨는 아내와 상의 끝에 투자를 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 이씨는 김씨에게 수익금은커녕 원금조차 돌려주지 않았다. 이씨는 김씨가 투자금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대답을 피하거나 연락을 받지 않기 시작했다. 불안해진 김씨는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씨와 만날 수는 없었다. 이씨를 소개해 준 지인 역시 이씨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결국 김씨는 이씨를 경찰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2월 고소장을 접수한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경제범죄수사4팀은 이씨와 공범 진모씨(50대 여성)를 상대로 수사를 이어나갔다. 수사 과정에서 계좌 분석에 애를 먹긴 했지만, 두 사람 모두 동종 전과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경찰은 이씨와 진씨의 범행 수법을 파악하는 데 매진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청과사업, 여행사업, 전자제품사업 등을 명목으로 지인 또는 지인의 지인들을 상대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그리고는 김씨에게 했던 것과 동일한 수법으로 “원금 보장은 물론 일주일 뒤 10~20%의 수익금을 줄 수 있다”고 속였다. 과일 사진이나 여행 상품 등 자료를 보여주긴 했지만, 모두 가짜로 꾸며낸 것들이었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만 모두 17명으로, 연령대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주로 이씨와 진씨 또래인 50~60대 고연령층이 많았으며, 한 사람당 적게는 1000만원부터 많게는 60억원까지 이들 일당에게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2022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모두 102억원의 투자금을 받아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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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상당 금액은 후순위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돌려주는 이른바 ‘돌려막기’에 사용됐고, 실질적인 피해 금액은 2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진씨가 20억원 모두 개인 채무를 변제하거나 생활비에 탕진해버린 탓에 환수 금액은 단 한 푼도 없었다.
범행 수법과 규모에 비춰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경찰은 지난 4월 이들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날짜가 잡히자 일당 가운데 이씨는 도주를 택했다. 경찰은 재차 이씨의 소재 파악에 나섰고, 결국 2개월 만에 이씨를 체포해 구속 송치했다. 이씨와 진씨는 현재 부산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건을 수사한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투자는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큰돈이 들어갈 때는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수익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구체적인 수익 구조 같은 걸 파악하고, 조금 더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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