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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자칫 실명할 수도 있는 녹내장…안압 관리·예방이 최선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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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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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을 잃는 실명의 흔한 원인 질환은 녹내장이다. 이는 시각을 담당하는 시신경의 기능이 상실되는 것으로, 시신경이 관장하는 해당 부분의 시야 결손이 나타난다. 눈에 들어오는 시야 가운데 어떤 부분이 까맣게 보이는 증상이다. 녹내장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주로 40대 이후 연령층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노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사평가원) 통계자료를 보면 녹내장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9년 약 97만5천명에서 2023년 119만1천명으로 최근 5년 동안 20% 넘게 늘었다. 나이대별로는 40대 이상 환자 수가 전체 환자 10명 가운데 약 9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번 실명하게 되면 다시 돌이킬 수 없게 되는 치명적인 녹내장은 발생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예방법도 뚜렷하지 않다. 흔히 발병하게 되는 40대 이후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다.







환자 90%가 40대 이상 만성





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녹내장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최근 5년 동안 한 해 평균 약 107만명에 이른다. 우리 국민 100명 가운데 2명꼴로 이 질환을 앓고 있는 셈이다. 성별로 보면 남녀 비율이 거의 같은데, 아무래도 여성 고령층이 남성보다 그 숫자가 많기 때문에 여성 점유율이 약 54%로 다소 높다. 나이대별로 보면 9살 이하부터 20대 이하라도 환자가 없는 것은 아니라서 어느 나이 때나 생길 수 있다. 다만 40대부터 가파르게 증가해 전체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가장 환자 수가 많은 나이대는 남녀 모두 60대로 전체 환자 4명 가운데 1명 이상이다. 계절별로는 봄철에 다소 환자 수가 늘어나기는 하지만 큰 차이는 아니라서 날씨가 녹내장 발생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녹내장은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대부분은 만성으로 서서히 진행된다. 환자 10명 가운데 9명이 이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질환이 상당히 진행돼 시야 장애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환자가 스스로 자각을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의 말기에 이르러서야 시력이 크게 떨어지거나 시야 결손이 나타난다. 그렇게 되면 계단을 헛디뎌 넘어지거나 신호등이나 간판 등을 잘 보지 못해 낭패를 겪을 수 있다. 특히 운전자는 표지판이나 신호등을 보지 못하게 됐다는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급성 녹내장은 안구 안의 압력(안압)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시력 감소는 물론 눈의 충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두통이나 구토와 같이 눈과 관련되지 않는 증상도 나타난다. 눈의 통증도 만만치 않아서 많은 경우 응급실을 찾게 될 정도다.



녹내장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평소에 안압이 높게 유지되는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이며,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생활습관병을 앓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또 심장 및 혈관질환을 앓고 있어도 발병 위험은 다소 커지며, 시력과 관련해서는 근시가 있는 경우 발병 가능성이 다소 올라간다.



녹내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망가진 시신경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즉 시야 결손이 나타나면 다시 좋아지지 않는다. 심하면 실명까지 진행된다. 다만 급성이냐 만성이냐에 따라 증상은 다소 차이가 난다.



급성 녹내장의 경우 눈과 관련된 증상뿐만 아니라 구토나 두통이 나타나 대부분 응급실을 찾게 돼 진단이 일찍 내려질 수 있다. 급성 녹내장으로 진단되면 안압을 빨리 떨어뜨리는 치료를 통해 시신경의 손상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안약을 눈에 넣거나 약을 먹는다. 또 정맥주사로 안압을 떨어뜨리는 약을 투입하기도 한다. 레이저를 이용해 안압과 관련된 눈의 조직에 구멍을 내어 안압을 낮추는 치료도 있다.







한번 망가진 시신경은 복구 불능





만성 녹내장은 말기에 이르러 시야 결손이 나타나기 전에는 거의 아무런 증상이 없다. 만약 만성으로 진단된 뒤에도 치료하지 않는다면 시야 결손이 점차 심해져 결국에는 실명으로 이어진다.만성 녹내장의 치료 목적은 시야 결손이나 실명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진단 뒤 더는 시신경이 손상되지 않도록 안압을 떨어뜨리는 약을 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안압을 낮추기 위해 레이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약물이나 레이저 치료로도 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수술을 받는다고 해도 이미 손상된 시신경이나 시야는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 예방을 할 수 있으면 가장 좋지만, 녹내장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선의 방법은 조기에 발견해 시야 결손이나 실명으로 진행되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녹내장 발병이 급속도로 많아지는 40살부터는 안압 등 안과 검사가 추천된다. 그런데, 안압이 정상인데도 녹내장이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 정상 안압 녹내장으로 부르는데, 안압이 정상범위인 10~21mmHg인데도 시신경 손상이 진행되는 경우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녹내장의 정의가 달라지기도 한다. 안압 검사 이외에도 망막이나 시신경 조직의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안저촬영검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원인이 밝혀진 녹내장도 있다. 스테로이드 약제를 오랜 기간 사용해 생기는 녹내장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약을 끊으면 안압이 낮아지기는 하지만, 이미 진행됐다면 보통 녹내장과 마찬가지로 수술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또 눈에 생긴 다른 질환, 즉 백내장이나 당뇨성 망막증, 포도막염 등과 같은 질환으로도 녹내장이 생길 수 있다. 영유아의 경우 선천적인 안구의 구조 이상 때문에 생후 6개월 이내에 녹내장이 생길 수 있다. 다른 아이들보다 빛에 매우 민감하거나 눈물이 많이 나는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영유아 녹내장은 약물치료보다는 수술 치료가 더 적합하다.



녹내장의 발병 위험을 다소라도 낮추는 생활습관은 안압을 높이지 않기 위한 것들이다. 넥타이 등 목을 압박해 머리의 압력을 높이는 것보다는 편한 복장이 추천된다. 담배나 술은 되도록 피하고, 머리의 압력이 높아지는 자세, 즉 물구나무서기나 복부의 압력을 높이는 운동도 삼가는 게 좋다.



김양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경북의 한 시골 마을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했다. 한겨레 의료전문기자로 재직하면서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위한 기사를 썼고,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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